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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별의 강을 건너는 아이들 5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08|조회수16 목록 댓글 0

《루시아와 첫 번째 별꽃》

5부. 별의 강을 건너는 아이들

은빛 깃털이 바람에 흔들렸다.

루시아의 손안에서 별빛 씨앗은 이전보다 훨씬 밝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집이 가까워진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아린은 허공에 떠 있는 지도를 바라보았다.

보랏빛 계곡.

별의 강.

그리고 잃어버린 별의 정원.

이제 목적지는 분명해졌다.

하지만 지도 끝에 나타난 검은 수정탑이 마음에 걸렸다.

**별꽃은 잠들어 있지만,

별의 왕은 깨어 있다.**

그 말은 이상하게도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하얀 길잡이는 조용히 날개를 펼쳤다.

“가야 할 시간이야.”

루시아와 아린은 다시 길을 나섰다.

며칠 후.

그들은 거대한 강 앞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것은 평범한 강이 아니었다.

강물 대신 수많은 별들이 흐르고 있었다.

은빛 별.

푸른 별.

분홍빛 별.

반짝이는 별들이 강물처럼 흐르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루시아는 숨을 삼켰다.

“여기가…”

길잡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별의 강.”

“하늘에서 떨어진 꿈들이 흐르는 곳.”

아린은 강가에 무릎을 꿇었다.

강물 대신 별빛이 손끝을 스쳐 지나갔다.

신기하게도 따뜻했다.

마치 누군가의 소중한 기억처럼.

그때였다.

별의 강 한가운데에서 무언가 떠올랐다.

거대한 거북 한 마리였다.

등껍질에는 수많은 별자리가 새겨져 있었다.

눈동자는 오래된 밤하늘처럼 깊었다.

거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누가 별의 강을 건너려 하는가.”

루시아는 정중히 인사했다.

“저는 꽃의 아이 루시아예요.”

“무엇을 찾고 있느냐.”

“첫 번째 별꽃을 찾고 있어요.”

거북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물었다.

“별이란 무엇이냐.”

루시아는 당황했다.

별이 무엇이냐니.

너무 쉬운 질문 같으면서도 어려웠다.

아린이 먼저 대답했다.

“밤하늘의 빛.”

거북은 고개를 저었다.

루시아는 조용히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기억이라고 생각해요.”

거북의 눈빛이 반짝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루시아는 별의 강을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별들이 물결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랑했던 순간.

누군가를 그리워했던 순간.

행복했던 순간들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별의 강이 환하게 빛났다.

거북은 천천히 미소 지었다.

“정답이다.”

그 순간.

별의 강 위에 길이 생겨났다.

수많은 별들이 모여 만든 다리였다.

루시아와 아린은 조심스럽게 다리를 건넜다.

그런데 강 한가운데에 이르렀을 때였다.

강물 속에서 수많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기억하니?”

“잊지 않았지?”

“우리는 아직 여기 있어.”

별빛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오래전 사람들의 꿈이었다.

아이의 웃음.

어머니의 노래.

친구와 나눈 약속.

누군가를 향한 사랑.

모든 기억들이 별이 되어 흐르고 있었다.

루시아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때 별빛 씨앗이 갑자기 강하게 빛났다.

반짝!

반짝!

반짝!

그리고 강물 깊은 곳에서 또 하나의 빛이 응답했다.

아주 크고 오래된 빛이었다.

천천히.

정말 천천히.

강물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린이 숨을 삼켰다.

“저건…”

강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꽃봉오리였다.

은빛과 금빛이 섞인 신비로운 꽃.

꽃은 아직 피지 않았지만 살아 있었다.

하얀 길잡이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별꽃의 씨앗 어머니.”

루시아는 처음 듣는 이름에 눈을 크게 떴다.

꽃봉오리는 아주 천천히 흔들렸다.

그리고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이구나.”

그 목소리는 바람처럼 부드러웠다.

“꽃의 아이여.”

루시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은 누구세요?”

꽃봉오리는 은은하게 빛났다.

“나는 첫 번째 별꽃이 피어나기 전,

모든 별꽃의 꿈을 품었던 씨앗이란다.”

루시아는 가슴이 뛰었다.

첫 번째 별꽃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꽃봉오리의 목소리는 곧 슬퍼졌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구나.”

별의 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늘이 어두워졌다.

멀리 북쪽에서 검은 빛이 번지고 있었다.

하얀 길잡이의 얼굴이 굳어졌다.

“검은 수정탑.”

아린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사이로 거대한 탑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별빛조차 빨아들이는 검은 탑.

그리고 그 탑 꼭대기에는 누군가 서 있었다.

긴 은빛 망토.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

그러나 슬픔으로 가득한 얼굴.

그는 조용히 루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꽃봉오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깨어났구나.”

루시아가 물었다.

“누구예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꽃봉오리는 아주 오래된 이름을 말했다.

“별의 왕 아스테리온.”

별의 강이 거세게 출렁였다.

첫 번째 별꽃이 잠든 정원은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그보다 먼저 오래전 전설 속 존재가 깨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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