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와 첫 번째 별꽃》
6부. 깨어난 별의 왕
별의 강 위로 검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반짝이던 별빛들이 하나둘 흔들렸다.
하늘은 어두워졌고, 멀리 솟아 있는 검은 수정탑은 점점 선명해졌다.
루시아는 탑 위에 서 있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은빛 머리카락.
밤하늘처럼 깊은 눈동자.
별빛으로 짜인 망토.
그는 마치 별들의 왕처럼 보였다.
아니.
그는 정말 별들의 왕이었다.
아스테리온.
오래전 모든 별들이 그의 이름을 노래했다는 전설의 존재.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기쁨도, 희망도 없었다.
오직 끝없는 그리움만이 남아 있었다.
별꽃의 씨앗 어머니는 슬프게 말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빛나던 왕이었단다.”
루시아는 물었다.
“왜 저런 모습이 된 거예요?”
꽃봉오리는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듯 흔들렸다.
아주 오래전.
아직 별과 꽃이 태어나기 전.
하늘에는 단 하나의 빛이 있었다.
그 빛이 바로 아스테리온이었다.
그는 밤하늘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수많은 별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별빛 하나를 땅에 심었다.
그 별빛이 자라 꽃이 되었고,
그 꽃이 바로 첫 번째 별꽃이었다.
루시아는 숨을 삼켰다.
“첫 번째 별꽃은…”
“아스테리온의 가장 소중한 친구였단다.”
하지만 어느 날.
세상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첫 번째 별꽃은 깊은 잠에 들어야 했다.
별꽃이 잠들자 세상에는 꽃들이 피어났고,
별들은 더욱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스테리온은 홀로 남았다.
그는 기다렸다.
백 년.
천 년.
수천 년.
하지만 별꽃은 깨어나지 않았다.
기다림은 외로움이 되었고,
외로움은 슬픔이 되었으며,
슬픔은 결국 검은 수정탑을 만들었다.
별빛을 품고 있던 왕은 어느새 그리움에 갇힌 왕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때였다.
검은 수정탑에서 빛이 솟구쳤다.
아스테리온이 손을 들어 올렸다.
순간 하늘의 별들이 흔들렸다.
수많은 별빛이 탑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린이 외쳤다.
“별들을 모으고 있어!”
하얀 길잡이도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첫 번째 별꽃을 깨우려는 거야.”
루시아는 놀랐다.
“그게 나쁜 일인가요?”
별꽃의 씨앗 어머니는 조용히 대답했다.
“억지로 피어난 꽃은 오래 살지 못한단다.”
첫 번째 별꽃은 스스로 깨어나야 했다.
그것이 세상의 법칙이었다.
하지만 아스테리온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그는 별빛을 모두 모아 강제로 꽃을 깨우려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루시아의 품속에서 별빛 씨앗이 크게 빛났다.
반짝!
반짝!
반짝!
씨앗은 하늘을 향해 빛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멀리 보랏빛 구름 너머에서 무언가가 응답했다.
은은한 빛.
따뜻한 빛.
그 빛은 꽃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루시아는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별꽃이었다.
아직 잠들어 있지만,
분명 깨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검은 수정탑도 더욱 거세게 빛나기 시작했다.
아스테리온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밤하늘처럼 깊고 슬펐다.
“나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별의 강이 흔들렸다.
“수천 년이면 충분했다.”
루시아는 그의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세레나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아스테리온도 괴물이 아니었다.
단지 너무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것이다.
루시아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아스테리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엇을 안다고 그런 말을 하느냐.”
루시아는 씨앗을 가슴에 안았다.
“꽃은 억지로 피지 않아요.”
바람이 불었다.
별의 강이 반짝였다.
“꽃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 때 스스로 피어나요.”
그 말에 아스테리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주 오래전.
첫 번째 별꽃이 자신에게 했던 말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하늘에서는 수많은 별들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보랏빛 안개 너머.
잃어버린 별의 정원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첫 번째 별꽃이 잠들어 있는 곳.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
루시아의 여정도 이제 마지막 장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녀는 예상하지 못했던 진실 하나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첫 번째 별꽃이 왜 잠들었는지.
그리고 왜 지금 깨어나려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