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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잠든 꽃의 노래 7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08|조회수15 목록 댓글 0

《루시아와 첫 번째 별꽃》

7부. 잠든 꽃의 노래

보랏빛 안개는 천천히 갈라지고 있었다.

루시아와 아린은 숨을 죽인 채 앞으로 걸어갔다.

별의 강은 어느새 뒤로 멀어졌고, 하얀 길잡이와 씨앗 어머니도 조용히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들 앞에 마침내 전설의 장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잃어버린 별의 정원.

수천 년 동안 누구도 찾지 못했던 곳.

세상의 첫 번째 꽃이 잠들어 있는 곳.

정원은 놀라울 만큼 아름다웠다.

은빛 나무들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었고, 별빛으로 이루어진 강물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꽃들은 모두 잠들어 있었지만 시들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리고 정원 한가운데.

거대한 꽃봉오리 하나가 서 있었다.

산보다 크고,

달보다 아름다운 꽃.

수천 장의 꽃잎이 겹겹이 닫혀 있었다.

루시아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첫 번째 별꽃이라는 것을.

그 순간.

품속의 별빛 씨앗이 강하게 떨기 시작했다.

반짝.

반짝.

반짝.

마치 집에 돌아온 아이처럼.

씨앗은 루시아의 손을 떠나 꽃봉오리 앞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조용히 꽃잎 위에 내려앉았다.

그때였다.

정원 전체에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되고,

아주 따뜻한 노래였다.

루시아는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가 노래하는 거지?”

하얀 길잡이는 미소를 지었다.

“꽃이 부르는 노래란다.”

꽃봉오리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그 노래에는 봄의 향기와 여름의 햇살, 가을의 바람과 겨울의 눈이 담겨 있었다.

세상의 모든 계절이 노래가 되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있었다.

노래 속에는 기쁨뿐 아니라 슬픔도 함께 담겨 있었다.

루시아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마침내 한 문장을 들었다.

“아직은 깨어날 수 없어요…”

루시아는 놀라 외쳤다.

“왜?”

꽃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더 슬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검은 수정탑이 크게 흔들렸다.

아스테리온이 정원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이 가까워질수록 하늘의 별들이 흔들렸다.

수천 년의 기다림이 담긴 눈빛이었다.

아스테리온은 꽃봉오리 앞에 멈추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꽃잎을 만졌다.

“이제는 깨어나 줘.”

그의 목소리는 왕의 명령이 아니었다.

오랜 친구를 부르는 외로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꽃은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처럼 보였다.

아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왜 깨어나지 않는 거지?”

그때 씨앗 어머니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첫 번째 별꽃은 자신을 위해 잠든 것이 아니란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세상 모든 꽃들이 피어날 수 있도록 자신의 빛을 나누어 준 것이지.”

루시아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럼…”

“깨어나는 순간,

세상 모든 꽃들이 빛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정원이 조용해졌다.

아스테리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지금까지 몰랐던 것이다.

첫 번째 별꽃이 자신을 떠난 이유를.

꽃은 버린 것이 아니었다.

세상을 선택한 것이었다.

수천 년 전에도.

지금도.

그 순간.

꽃봉오리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처음으로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스테리온…”

별의 왕의 몸이 떨렸다.

수천 년 동안 기다려 온 목소리였다.

“너무 오래 울었구나.”

아스테리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검은 수정이 아닌,

맑은 눈물이었다.

“보고 싶었다.”

꽃은 조용히 대답했다.

“나도 그랬어.”

그 말과 함께 정원 전체에 수많은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잠들어 있던 꽃들이 하나둘 눈을 뜨고 있었다.

그러나 첫 번째 별꽃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그녀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시아는 문득 깨달았다.

이 꽃은 왕의 힘으로도,

별빛의 힘으로도 깨어날 수 없다는 것을.

진정 필요한 것은 다른 것이었다.

바로—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

루시아는 꽃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바람이 멈추었다.

별들도 숨을 죽였다.

“세상 모든 꽃들이 당신을 기억하고 있어요.”

꽃봉오리가 흔들렸다.

“그리고 우리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순간.

가장 바깥 꽃잎 하나가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수천 년의 잠이 흔들리고 있었다.

새로운 아침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꽃잎이 열리기 전,

루시아는 아직 알지 못했다.

첫 번째 별꽃이 깨어나며 남길 마지막 선물이 무엇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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