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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잊혀진 이름들의 문 3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08|조회수19 목록 댓글 0

《별을 심는 아이》

3부. 잊혀진 이름들의 문

문은 오래된 별빛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나 완전한 문은 아니었다.

수많은 금이 가 있었고, 여기저기 부서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누구도 열지 않은 채 방치된 것 같았다.

루시아는 문 앞에 섰다.

별빛 씨앗은 이전보다 훨씬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반짝.

반짝.

반짝.

마치 집을 찾은 아이처럼.

기억의 정원사는 조용히 말했다.

“저 문은 이름을 잃은 존재들이 모이는 곳이다.”

아린이 물었다.

“왜 이름을 잃어버리는 거죠?”

정원사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누군가 기억해 주지 않으면 이름은 사라진단다.”

루시아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꽃들도 그랬다.

별들도 그랬다.

사랑도 그랬다.

기억되지 못하면 조금씩 희미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사라진다.

그때 별빛 씨앗이 문을 향해 날아갔다.

씨앗은 문 중앙에 있는 별 모양 홈에 내려앉았다.

찰칵.

작은 소리가 들렸다.

순간.

거대한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쿠우우웅—

수천 개의 별들이 동시에 숨을 내쉬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문 너머에는 또 하나의 세상이 있었다.

끝없는 들판.

은빛 안개.

그리고 수많은 아이들.

그들은 모두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얼굴.

마치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린 사람들처럼.

루시아는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한 소녀가 꽃밭에 앉아 있었다.

“안녕.”

소녀는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는 아름다웠지만 텅 비어 있었다.

“너 이름이 뭐니?”

소녀는 한참 동안 생각했다.

그러나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

“모르겠어.”

루시아는 가슴이 아팠다.

조금 더 걸어갔다.

이번에는 소년 하나가 있었다.

“너는?”

소년도 고개를 저었다.

“기억나지 않아.”

주변의 아이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렸다.

꿈도 잃어버렸다.

심지어 왜 이곳에 있는지도 몰랐다.

그때였다.

저 멀리 들판 끝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희미한 노래.

누군가를 기다리는 노래.

별빛 씨앗이 갑자기 강하게 빛났다.

반짝!

반짝!

반짝!

그리고 한 방향을 가리켰다.

루시아와 아린은 그곳으로 달려갔다.

들판 끝에는 작은 언덕 하나가 있었다.

언덕 위에는 커다란 나무가 서 있었다.

놀랍게도 그 나무에는 잎이 없었다.

대신 수천 개의 작은 종이 매달려 있었다.

은빛 종.

푸른 종.

황금빛 종.

바람이 불 때마다 종들은 서로 다른 소리를 냈다.

딩—

딩—

딩—

루시아는 가까이 다가갔다.

그 순간.

가장 아래쪽에 매달린 종 하나가 울렸다.

그리고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루시아…”

루시아는 깜짝 놀랐다.

“누구야?”

종은 다시 울렸다.

“도와줘…”

아린도 들었다.

둘은 종을 조심스럽게 내려다보았다.

종 안에는 작은 빛 하나가 갇혀 있었다.

작은 별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별과는 달랐다.

별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반짝이는 눈물방울이 종 안에 맺혀 있었다.

루시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누구니?”

별은 아주 힘겹게 말했다.

“나는…”

“마지막 이름을 기억하는 별…”

순간 모든 종들이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딩—

딩—

딩—

딩—

들판 전체가 흔들렸다.

기억의 정원사가 멀리서 외쳤다.

“안 된다!”

하늘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언덕 뒤편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일어났다.

그것은 안개가 아니었다.

어둠도 아니었다.

수많은 잊혀진 이름들이 모여 만들어진 존재였다.

아이들의 이름.

별들의 이름.

꽃들의 이름.

모든 잊혀진 것들의 슬픔이 하나로 뭉쳐진 형체.

기억의 정원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망각의 왕이 깨어났다.”

루시아는 별빛 씨앗을 꼭 움켜쥐었다.

그러자 씨앗 속에서 오래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

첫 번째 별꽃의 목소리였다.

“루시아.”

“이제 별을 심어야 할 때란다.”

루시아는 숨을 삼켰다.

별을 심는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였다.

사라진 별들을 되찾기 위해서는,

잊혀진 이름들을 기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누군가 새로운 별을 심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루시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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