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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이름을 찾는 별 5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08|조회수17 목록 댓글 0

《별을 심는 아이》

5부. 이름을 찾는 별

언덕 위에는 깊은 침묵이 내려앉아 있었다.

방금 전까지 하늘을 뒤덮고 있던 검은 안개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수천 개의 종들은 다시 빛을 되찾았고,

잊혀진 아이들은 하나둘 자신의 이름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루시아의 시선은 오직 한 사람에게 머물러 있었다.

망각의 왕.

아니,

이제는 그 이름으로 부를 수 없는 존재.

그는 언덕 아래에 홀로 서 있었다.

거대한 그림자는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검은 안개가 벗겨질수록 오래전 잃어버렸던 모습이 드러났다.

은빛 머리카락.

푸른 눈동자.

별빛이 스며든 망토.

그는 놀랍도록 평범한 소년의 모습이었다.

마치 오래전 별을 기록하던 그 아이처럼.

루시아는 천천히 다가갔다.

“기억나?”

소년은 떨리는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들이 하나둘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너무도 익숙했다.

그리고 문득.

아주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작은 책상.

별빛으로 만든 잉크.

밤새 별들의 이름을 적어 내려가던 자신.

별이 하나 태어나면 이름을 기록하고,

꽃이 하나 피어나면 이야기를 적어 두던 자신.

그 기억과 함께 하나의 이름이 떠올랐다.

소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생각났어…”

루시아는 조용히 물었다.

“무슨 이름인데?”

소년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엘리온.”

순간.

언덕 위의 모든 종이 환하게 빛났다.

딩—

딩—

딩—

수천 개의 종소리가 하늘로 퍼져 나갔다.

마치 세상이 그 이름을 기억해 낸 것을 축하하는 것 같았다.

기억의 정원사는 눈물을 훔쳤다.

“드디어 돌아왔구나.”

엘리온.

그것이 망각의 왕의 진짜 이름이었다.

오래전 별들의 기록자.

잊혀진 이름들을 지키던 아이.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별.

그 순간.

하늘 한가운데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사라졌던 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빈자리였던 하늘이 다시 채워지고 있었다.

작은 별.

큰 별.

푸른 별.

황금빛 별.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루시아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아직 하나가 부족했다.

하늘 한가운데 커다란 빈자리가 남아 있었다.

별빛 씨앗이 다시 빛났다.

반짝.

반짝.

반짝.

그리고 마지막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한 아이가 남아 있어.”

루시아는 숨을 삼켰다.

“한 아이?”

씨앗은 낮게 속삭였다.

“가장 먼저 잊혀진 아이.”

그 순간.

언덕 끝에 서 있던 가장 오래된 종 하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종은 다른 종들과 달랐다.

빛이 없었다.

소리도 없었다.

마치 오랫동안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엘리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그 종을 알고 있었다.

“설마…”

기억의 정원사도 놀란 표정이었다.

“그 아이가 아직 남아 있었단 말인가.”

루시아는 조심스럽게 종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올렸다.

차가웠다.

너무도 차가웠다.

그 순간.

종 안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작아서 바람처럼 들리는 목소리.

“누구…”

루시아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목소리에는 외로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직도…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니?”

하늘이 조용해졌다.

별들도 숨을 죽였다.

엘리온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아이는…”

“모든 별들의 첫 번째 친구였어.”

루시아는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첫 번째 친구?”

엘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별꽃보다도 오래전,

별들이 처음 태어났을 때 함께 웃고 놀던 아이.”

그러나 세월은 너무 길었다.

모두가 그 아이를 잊어버렸다.

이름도.

얼굴도.

이야기도.

그리고 결국—

그 아이는 스스로 자신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언덕 위에 슬픈 침묵이 내려앉았다.

루시아는 종을 꼭 안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

“이제는 내가 기억할게.”

그 순간.

종 안에서 아주 희미한 빛 하나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새벽이 오기 직전의 첫 번째 별처럼.

그리고 하늘에서는 가장 오래된 전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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