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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가장 먼저 잊혀진 아이 6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08|조회수16 목록 댓글 0

《별을 심는 아이》

6부. 가장 먼저 잊혀진 아이

루시아는 오래된 종을 품에 안고 있었다.

종은 차가웠다.

마치 수천 년 동안 아무도 불러 주지 않은 이름처럼.

하늘은 고요했다.

별들도 빛을 죽인 채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온은 종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눈에는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미안해.”

루시아가 물었다.

“왜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

엘리온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마지막까지 기억했어야 했어.”

바람이 지나갔다.

종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

딩…

희미한 소리였다.

마치 멀리서 누군가 대답하는 것 같았다.

기억의 정원사가 조용히 말했다.

“그 아이는 특별했단다.”

“어떤 아이였는데요?”

정원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래전 기억을 더듬듯.

“별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던 아이.”

루시아는 숨을 삼켰다.

“그런 아이가 있었어요?”

“그래.”

정원사는 미소를 지었다.

“별들이 밤하늘에 처음 나타났을 때,

가장 먼저 기뻐해 준 아이였지.”

그 아이는 별들을 사랑했다.

별이 하나 생기면 이름을 지어 주었고,

길을 잃은 별이 있으면 집을 찾아 주었다.

밤마다 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래서 별들은 그 아이를 무척 좋아했다.

그 아이가 웃으면 별들도 빛났고,

그 아이가 노래하면 밤하늘도 함께 노래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주 긴 시간이 흘렀다.

별들은 많아졌고,

세상은 넓어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바빠졌다.

별을 올려다보는 사람도 줄어들었다.

조금씩.

조금씩.

그 아이를 기억하는 존재가 사라졌다.

별들도.

꽃들도.

심지어 그 아이 자신마저.

루시아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럼 이름은…”

정원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순간 종이 흔들렸다.

딩…

그리고 안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기억나지 않아…”

그 목소리는 너무 외로웠다.

루시아는 종을 꼭 안았다.

“괜찮아.”

“괜찮지 않아.”

목소리가 대답했다.

“이름이 없으면…

어디에도 갈 수 없어.”

그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이름은 단순한 글자가 아니었다.

존재의 집이었다.

이름을 잃으면 자신이 누구인지도 잃게 된다.

그때였다.

루시아의 품속에서 별빛 씨앗이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했다.

반짝!

반짝!

반짝!

그리고 씨앗이 스스로 하늘로 떠올랐다.

씨앗은 오래된 종 위에 내려앉았다.

순간.

종 전체가 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하늘의 별들도 함께 반응했다.

수천 개의 별빛이 내려왔다.

마치 기억을 찾아주는 것처럼.

그리고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도 따뜻한 목소리.

첫 번째 별꽃의 목소리였다.

“이름은 기억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란다.”

루시아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럼요?”

“사랑에서 태어나는 거야.”

그 순간.

별빛들이 하나둘 종 주위로 모여들었다.

별들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오래전 잊어버린 노래.

아이와 함께 부르던 노래.

꽃들도 노래했다.

바람도 노래했다.

그리고 마침내.

종 안에 갇혀 있던 작은 빛이 눈부시게 빛났다.

그 빛은 천천히 모습을 이루었다.

작은 아이였다.

은빛 머리카락.

별빛 눈동자.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맑은 미소.

아이는 놀란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를…”

“기억해 주는 거야?”

루시아는 미소 지었다.

“응.”

엘리온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원사도.

별들도.

꽃들도.

모두가 그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는 처음으로 울기 시작했다.

슬퍼서가 아니었다.

기뻐서였다.

그리고 그 순간.

하늘 가장 깊은 곳에서 눈부신 빛 하나가 깨어났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별.

한 번도 이름이 없었던 별.

별빛이 아이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마침내 이름 하나가 탄생했다.

하늘과 땅에 울려 퍼지는 이름.

“루멘.”

뜻은 단 하나.

빛.

그 이름이 울려 퍼지자 밤하늘 전체가 환하게 빛났다.

사라졌던 별들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다.

망각의 계곡도 더 이상 어둡지 않았다.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종들은 아름다운 소리를 냈다.

딩—

딩—

딩—

새로운 별이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루시아는 깨달았다.

별을 심는다는 것은 하늘에 별을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잊혀진 존재를 기억해 주는 것.

외로운 마음을 품어 주는 것.

사라져 가는 희망을 다시 피어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날 밤.

가장 밝게 빛나던 첫 번째 별꽃의 별이 갑자기 한 번 크게 흔들렸다.

반짝—

그리고 아주 먼 하늘 너머에서 새로운 문 하나가 열리기 시작했다.

엘리온의 얼굴이 굳어졌다.

“설마…”

정원사도 놀란 눈빛이었다.

루시아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

엘리온은 천천히 하늘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곳으로 이어지는 길이 열리고 있었다.

별들의 바다.

그리고 전설 속에서도 단 한 번만 언급되었던 이름이 바람을 타고 흘러왔다.

“새벽별의 여왕이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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