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심는 아이》
8부. 새벽의 섬
별들의 바다는 끝이 없었다.
루시아는 새벽별의 여왕이 이끄는 별빛 배에 올라타고 있었다.
아린도 함께였다.
엘리온과 기억의 정원사 역시 배에 올랐다.
은하수로 만든 돛이 펼쳐지자 배는 조용히 떠올랐다.
바람은 없었지만 별빛이 배를 밀어 주고 있었다.
수많은 별들이 바다처럼 출렁이며 길을 열어 주었다.
루시아는 난간에 기대어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별들은 살아 있었다.
웃고 있었고,
꿈꾸고 있었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때 새벽별의 여왕이 다가왔다.
“무섭니?”
루시아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요.”
여왕은 미소 지었다.
“용기란 두렵지 않은 것이 아니라
두려워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란다.”
루시아는 그 말을 가슴에 새겼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마침내 먼 수평선 위로 작은 빛 하나가 보였다.
처음에는 별인 줄 알았다.
그러나 가까워질수록 그것은 섬이었다.
새벽빛으로 빛나는 섬.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떠 있는 신비로운 섬.
새벽의 섬.
별들이 처음 태어난 곳.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
배가 해안에 닿자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섬에는 나무가 없었다.
대신 수천 개의 빛기둥이 하늘을 향해 자라고 있었다.
그 빛기둥 하나하나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별들이었다.
루시아는 숨을 삼켰다.
“정말 아름다워…”
그러나 섬 중심부는 달랐다.
검은 안개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곳에서는 별빛이 자라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섬 중앙의 거대한 호수.
그 호수 안에 그것이 잠들어 있었다.
거대한 몸.
밤보다 깊은 푸른빛.
은하수처럼 빛나는 지느러미.
산보다 거대한 존재.
어둠을 먹는 고래.
루시아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고래는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잠든 것만으로도 별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새벽별의 여왕은 낮게 말했다.
“고래는 원래 나쁜 존재가 아니란다.”
루시아는 놀랐다.
또다시 같은 이야기였다.
세레나도.
엘리온도.
그리고 이제는 고래까지.
“원래는 어떤 존재였어요?”
여왕은 호수를 바라보았다.
“태어나지 못한 슬픔을 먹어 주는 존재였지.”
별이 되지 못한 꿈.
피어나지 못한 희망.
말하지 못한 사랑.
고래는 그런 슬픔들을 품어 주었다.
그래서 세상은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천 년 동안 너무 많은 슬픔을 삼켜 버렸다.
그리고 결국.
고래 자신도 슬픔에 잠기고 말았다.
그때였다.
호수가 크게 흔들렸다.
쿵—
거대한 파도가 일어났다.
어둠을 먹는 고래의 눈이 천천히 열렸다.
별들의 바다가 흔들렸다.
하늘의 별들도 떨기 시작했다.
고래의 눈에는 끝없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분노보다 더 깊은 감정이었다.
“왜…”
고래의 목소리가 하늘을 울렸다.
“왜 모두 슬퍼하는가…”
별빛들이 흔들렸다.
고래는 다시 말했다.
“나는 더 이상 품을 수 없다.”
순간 하늘의 별들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했다.
새벽별의 여왕이 외쳤다.
“지금이야!”
루시아는 품속의 별빛 씨앗을 꺼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심을 땅이 없었다.
사방이 별빛과 물뿐이었다.
그때 첫 번째 별꽃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시아.”
“네.”
“별을 심는다는 것은 희망을 심는 것이란다.”
루시아는 고래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몸 안에는 수천 년 동안 모인 슬픔이 가득했다.
그녀는 천천히 고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별빛 씨앗을 두 손에 올려놓았다.
“혼자 품지 않아도 돼.”
고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엇을…”
“슬픔을.”
루시아는 미소 지었다.
“세상에는 슬픔을 나누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 순간.
별빛 씨앗이 눈부시게 빛났다.
반짝!
반짝!
반짝!
씨앗은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고래의 가슴 속으로 스며들었다.
순간.
새벽의 섬 전체가 빛으로 가득 찼다.
수천 개의 별씨앗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새로운 별들이 태어나고 있었다.
어둠을 먹는 고래의 몸에서도 빛이 피어났다.
푸른빛.
은빛.
황금빛.
슬픔이 희망으로 변하고 있었다.
고래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별빛으로 된 눈물이었다.
그리고 그 눈물이 바다에 떨어진 순간.
수천 개의 새로운 별이 피어났다.
밤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빛났다.
새벽별의 여왕은 미소 지었다.
엘리온도 웃었다.
아린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루시아는 깨달았다.
별을 심는다는 것은 하늘에 별을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희망 하나를 심는 일이었다.
그 희망이 자라면 꽃이 되고,
꽃이 자라면 별이 되고,
별이 자라면 세상을 밝히게 된다.
새벽이 찾아오고 있었다.
동쪽 하늘이 천천히 밝아졌다.
새벽별의 여왕은 루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너도 알게 되었구나.”
루시아는 미소 지었다.
“네.”
“별은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있어요.”
그날 이후.
밤하늘에는 새로운 별자리가 생겼다.
사람들은 그것을 희망의 정원이라 불렀다.
그리고 아주 맑은 밤이면,
별 하나가 유난히 따뜻하게 빛난다고 한다.
그 별은 꽃도 아니고,
왕도 아니고,
영웅도 아니었다.
그저 누군가의 마음속에 희망을 심어 준 아이.
별을 심는 아이, 루시아의 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