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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색소폰 부는 여인과 황금빛 호수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14|조회수15 목록 댓글 0

색소폰 부는 여인과 황금빛 호수

노을이 황금빛 물감을 풀어 놓은 어느 저녁이었다.

숲과 들판 사이에 있는 작은 호수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황금빛 호수라고 불렀다. 해가 질 무렵이면 호수 전체가 금빛으로 물들어 마치 하늘의 별들이 물 위에 내려앉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 호숫가에는 언제나 한 여인이 찾아왔다.

여인의 이름은 아리아였다.

아리아는 꽃이 수놓인 노란 드레스를 입고 색소폰을 들고 다녔다. 머리에는 하얀 꽃 화관을 쓰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녀를 보면 꽃의 요정이 나타난 줄 알곤 했다.

하지만 아리아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그녀의 색소폰은 평범한 악기가 아니었다.

그 색소폰은 슬픈 마음을 행복으로 바꾸는 마법의 악기였다.

어느 날 숲속 동물들이 호숫가로 모여들었다.

토끼는 풀이 죽어 있었다.

“왜 그러니?”

아리아가 물었다.

토끼는 귀를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

“오늘 달리기 시합에서 졌어요. 친구들보다 느려서 속상해요.”

다람쥐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저는 도토리를 잃어버렸어요.”

참새도 한숨을 쉬었다.

“노래를 잘하고 싶은데 자꾸 음이 틀려요.”

동물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없었다.

아리아는 아무 말 없이 색소폰을 입술에 가져갔다.

후우—

첫 음이 저녁 하늘로 흘러나갔다.

그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노을빛이 선율을 따라 춤추기 시작한 것이다.

황금빛 음표들이 공중에 둥실 떠올라 나비처럼 날아다녔다.

토끼의 귀에 음표 하나가 내려앉았다.

그러자 토끼는 문득 깨달았다.

“나는 빠르지는 않지만 오래 달릴 수 있구나.”

다람쥐의 어깨에도 음표가 내려앉았다.

“도토리를 잃어버렸지만 다시 찾으면 되잖아.”

참새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웃었다.

“음이 틀려도 노래를 부르는 건 즐거운 일이야.”

아리아의 연주는 계속되었다.

음악은 호수를 지나 숲속으로 흘러갔다.

그러자 꽃들이 고개를 들었다.

졸고 있던 나비들도 날개를 펴고 일어났다.

연못 속 개구리는 박자를 맞추며 깡충깡충 뛰었다.

심지어 바람까지 선율을 따라 춤을 추었다.

동물들은 신기한 광경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날 이후 숲속 친구들은 마음이 힘들 때마다 황금빛 호수로 찾아왔다.

아리아는 늘 같은 자리에 서서 색소폰을 연주했다.

어떤 날은 용기를 위한 음악을,

어떤 날은 희망을 위한 음악을,

어떤 날은 사랑을 위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숲속 동물들은 하나둘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리아는 늙지 않았다.

언제나 같은 미소를 지으며 황금빛 호숫가에 서 있었다.

어느 날 어린 사슴이 물었다.

“아리아, 왜 늘 우리를 위해 연주해 주나요?”

아리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색소폰을 가슴에 안으며 말했다.

“행복은 혼자 간직하면 금방 사라지지만, 나누면 음악처럼 멀리 퍼져 나가거든.”

사슴은 그 말을 오래도록 기억했다.

그날 저녁에도 황금빛 노을이 호수를 물들였다.

아리아는 천천히 색소폰을 입술에 가져갔다.

따뜻한 선율이 숲속을 가득 채웠다.

동물들은 눈을 감고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모두의 마음속에 작은 황금빛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그 꽃은 용기의 꽃이었고,

희망의 꽃이었으며,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의 꽃이었다.

그 후로 숲속 친구들은 행복을 발견할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아리아의 색소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그러면 어디선가 바람이 살랑 불어와 꽃잎을 흔들었다.

마치 황금빛 호숫가의 여인이 지금도 세상 어딘가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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