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으로 가는 기차 ①
반딧불이 철길의 초대
여름밤이었다.
숲은 깊고 고요했다. 나무들은 서로 손을 잡은 듯 머리 위에서 초록 지붕을 만들고 있었고, 바람은 나뭇잎 사이를 지나며 작은 자장가를 불러 주고 있었다.
그 숲속에는 아주 오래된 철길이 하나 있었다.
누구도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했고,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다. 마을 사람들은 그 길을 “잊혀진 철길”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열두 살 소녀 하린은 알고 있었다.
그 철길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어느 날 저녁, 하린은 숲 가장자리에서 이상한 빛을 보았다.
반딧불이들이었다.
수백 마리, 아니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철길을 따라 반짝이고 있었다.
“이상하다.”
하린은 눈을 비볐다.
매일 다니던 숲길인데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반딧불이들은 마치 누군가를 안내하듯 철길 위를 맴돌았다.
하린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철길은 어둠 속에서 은빛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지고 있었다.
한참을 걷자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분명 기차 소리였다.
하지만 이 철길에는 기차가 다니지 않았다.
하린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 순간이었다.
멀리 숲 끝에서 황금빛 불빛 하나가 나타났다.
“기차?”
눈을 크게 뜬 하린 앞에 작은 증기기관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관차는 장난감처럼 작고 예뻤다.
굴뚝에서는 무지개빛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바퀴는 별가루를 흩뿌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기적 소리 대신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삐익!”
아니, 그것은 새소리였다.
기차가 하린 앞에 멈춰 섰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회색 제복을 입은 작은 토끼 한 마리가 나타났다.
토끼는 금빛 모자를 벗으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하린 아가씨.”
하린은 깜짝 놀랐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토끼는 빙긋 웃었다.
“우리는 당신을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기다렸다고?”
“네. 동심으로 가는 기차는 아무나 탈 수 없거든요.”
하린은 더 놀랐다.
“동심으로 가는 기차?”
토끼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른이 되면서 잊어버린 꿈들, 웃음들, 상상들이 사는 나라가 있어요. 그곳이 바로 동심나라랍니다.”
“정말 그런 곳이 있어?”
“물론이지요.”
토끼는 기관차 뒤쪽을 가리켰다.
창문마다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안에는 곰 인형을 안은 아이도 보였고, 종이비행기를 접는 아이도 보였다.
별빛을 모아 그림을 그리는 아이도 있었다.
모두 행복해 보였다.
하린의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나도 탈 수 있을까?”
토끼는 환하게 웃었다.
“바로 그 질문을 기다렸답니다.”
그러면서 반짝이는 금빛 표 한 장을 내밀었다.
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동심행 특별열차〉
그리고 아래에는 작은 글씨가 있었다.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만 탑승 가능합니다.’
하린은 표를 가슴에 꼭 안았다.
기차 문이 활짝 열렸다.
반딧불이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황금빛 터널을 만들었다.
토끼 차장은 손을 내밀었다.
“자, 출발할 시간입니다.”
하린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기차 안에서는 누군가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과연 동심나라는 어떤 곳일까?
하린은 조심스럽게 첫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기관차의 굴뚝에서 무지개빛 연기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기차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심을 찾아 떠나는 신비한 여행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