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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동심으로 가는 기차 3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15|조회수18 목록 댓글 0

동심으로 가는 기차 ③

꿈의 숲과 마지막 티켓

동심행 특별열차는 별빛 터널 속을 달린다.

창밖은 밤인데도 어둡지 않았다.

수천 개의 별들이 나비처럼 날아다니고 있었고, 은하수는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하린은 창가에 턱을 괴고 그 풍경을 바라본다.

그러자 토끼 차장이 조용히 다가온다.

“곧 도착합니다.”

“꿈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있는 곳 말이죠?”

토끼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그 모습에 하린은 왠지 모르게 긴장된다.

기차는 천천히 속도를 줄인다.

칙.

칙.

기차가 멈춰 선 곳은 숲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숲이었다.

나무들은 모두 아름다웠지만 꽃이 피지 않았다.

새들은 있었지만 노래하지 않았다.

바람은 불고 있었지만 나뭇잎은 흔들리지 않았다.

마치 시간이 잠든 것 같았다.

역 이름은 단순했다.

〈꿈의 숲〉

하린은 기차에서 내린다.

숲 안쪽으로 걸어가자 작은 아이들이 보인다.

아이들은 나무 아래 앉아 있었다.

누군가는 종이와 연필을 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색연필을 품에 안고 있었고,

누군가는 종이배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 잠들어 있었다.

“왜 깨지 않는 거예요?”

하린이 묻는다.

토끼 차장은 조용히 대답한다.

“꿈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꿈을 잃어버리면 잠들어요?”

“네.”

토끼는 먼 하늘을 바라본다.

“꿈은 사람의 심장을 움직이는 바람과 같거든요.”

하린은 아이들 곁을 천천히 걷는다.

그러다 한 소녀 앞에 멈춘다.

소녀는 커다란 스케치북을 품에 안고 있었다.

첫 장에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 장들은 모두 하얗게 비어 있었다.

하린은 소녀의 손을 잡는다.

그 순간 소녀의 기억이 보인다.

“화가는 먹고살기 힘들어.”

“그림은 취미로만 그려.”

“현실을 생각해야지.”

누군가의 말들이 소녀의 마음을 가두고 있었다.

하린은 가슴이 아파진다.

그때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느껴진다.

동심행 특별열차 티켓이었다.

금빛 티켓에는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글자가 나타난다.

‘꿈은 이루기 위해서만 꾸는 것이 아니다.’

하린은 천천히 그 문장을 읽어 준다.

“꿈은… 이루기 위해서만 꾸는 것이 아니다.”

순간 숲에 작은 바람이 분다.

잠들어 있던 소녀의 손끝이 움직인다.

하얀 종이 위에 작은 꽃 하나가 그려진다.

꽃은 곧 진짜 꽃이 되어 피어난다.

“어?”

하린이 놀란다.

꽃은 황금빛 씨앗으로 변해 하늘로 떠오른다.

그 씨앗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내려앉는다.

종이배를 품고 있던 아이는 바다를 꿈꾸기 시작한다.

별을 그리고 싶어 하던 아이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노래를 좋아하던 아이는 입술을 움직인다.

하나둘.

둘씩.

셋씩.

잠들어 있던 아이들이 깨어난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꿈의 숲 전체가 변하기 시작한다.

꽃이 피어난다.

새들이 노래한다.

나무마다 별이 열린다.

은빛 나비들이 숲을 가득 메운다.

아이들은 웃으며 뛰어다닌다.

그때 숲 한가운데 거대한 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무 줄기에는 작은 문 하나가 있었다.

토끼 차장이 말한다.

“이제 마지막 선물을 받을 시간입니다.”

문이 열리자 은빛 상자가 나타난다.

상자 안에는 티켓 한 장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차표가 아니었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빈 티켓이었다.

“이건 뭐예요?”

토끼는 따뜻하게 웃는다.

“당신의 티켓입니다.”

“내 티켓?”

“네. 앞으로 살아가며 직접 채워 가는 티켓이지요.”

하린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티켓에 글자가 천천히 나타난다.

‘동심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다.’

그 순간 기차의 출발 종이 울린다.

땡.

땡.

땡.

돌아갈 시간이었다.

하린은 아쉬운 마음으로 기차에 오른다.

기차는 다시 숲을 빠져나간다.

그리고 눈부신 빛 속으로 들어간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하린은 처음 반딧불이를 만났던 숲속 철길에 서 있었다.

주변은 조용했다.

기차도 없었다.

토끼 차장도 없었다.

마치 꿈처럼.

하지만 손에는 여전히 그 티켓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티켓 아래에 마지막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언제든 꿈을 잊지 않는다면 동심행 특별열차는 다시 찾아옵니다.’

하린은 미소를 짓는다.

멀리서 반딧불이 하나가 날아온다.

그리고 숲속 어딘가에서 아주 희미한 기적 소리가 들려온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동심으로 가는 기차는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속을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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