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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영혼의 피리(3부작)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16|조회수16 목록 댓글 0

영혼의 피리

1부. 바람을 부르는 소녀

아주 먼 옛날, 붉은 노을이 매일 산 너머로 천천히 걸어가던 들판에 아라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다.

아라는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달랐다. 친구들이 들꽃을 꺾어 화관을 만들 때도, 시냇가에서 물장구를 칠 때도 아라는 혼자 바람 소리를 듣곤 했다.

“바람도 말을 할까?”

사람들은 웃었다.

“바람이 무슨 말을 하니?”

하지만 아라는 알고 있었다.

봄바람은 꽃을 깨우는 노래를 부르고, 여름바람은 숲을 시원하게 달래고, 가을바람은 낙엽에게 여행을 권하고, 겨울바람은 눈송이에게 하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을.

어느 날이었다.

아라는 숲속 깊은 곳에서 이상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은빛 머리카락을 바람처럼 흩날리며 오래된 나무 아래 앉아 있었다.

“무엇을 듣고 있느냐?”

노인이 물었다.

“바람의 목소리요.”

노인은 빙그레 웃었다.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이가 아직 남아 있었구나.”

그는 품속에서 작은 피리 하나를 꺼냈다.

황금빛 대나무로 만든 피리였다.

“이 피리는 영혼의 피리란다.”

“영혼의 피리요?”

“그래. 마음이 맑은 사람만 소리를 낼 수 있는 피리지.”

아라는 떨리는 손으로 피리를 받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불었다.

후우우—

순간 숲 전체가 흔들렸다.

나뭇잎이 춤추기 시작했고 잠들어 있던 새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시냇물은 반짝였고 들꽃들은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그때였다.

멀리서 하얀 사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사슴은 아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드디어 피리의 주인이 나타났구나.”

아라는 깜짝 놀랐다.

“사슴이 말을 하네?”

“아니야. 네가 자연의 언어를 듣게 된 거란다.”

사슴은 천천히 숲 안쪽을 향해 걸어갔다.

“따라오렴. 너에게 보여 줄 것이 있단다.”

아라는 사슴의 뒤를 따랐다.

숲은 점점 깊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곳.

그곳에는 거대한 수정 호수가 있었다.

하지만 호수는 어딘가 슬퍼 보였다.

물빛이 흐릿했고 꽃들도 시들어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사슴이 조용히 말했다.

“세상에서 꿈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꿈이 사라진다고요?”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며 자연의 목소리를 잊어버렸거든.”

그때 호수 한가운데에서 푸른 빛이 솟아올랐다.

빛 속에서 한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숲의 수호자였다.

“아라야.”

“저를 아세요?”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단다.”

수호자는 손을 내밀었다.

“영혼의 피리를 가진 너만이 잃어버린 꿈을 되찾을 수 있어.”

아라는 피리를 꼭 쥐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진심으로 부는 노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단다.”

그날 밤.

아라는 처음으로 별빛 아래서 영혼의 피리를 불었다.

피리 소리는 바람을 타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멀리 퍼져 나갔다.

그리고 아무도 몰랐다.

그 소리를 들은 세상 어딘가의 아이들이 그날 밤 아름다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러나 어둠 속에서는 또 다른 존재가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꿈을 싫어하는 그림자의 왕.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영혼의 피리가 깨어났구나.”

그의 검은 미소가 밤하늘에 번졌다.

아라의 모험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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