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피리
2부. 꿈을 훔치는 그림자
영혼의 피리 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진 그날 밤, 아이들은 오랜만에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
꽃으로 이루어진 성을 걷는 꿈.
구름을 타고 하늘을 여행하는 꿈.
별들과 이야기하는 꿈.
아침이 되자 아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났다.
하지만 모든 이가 기뻐한 것은 아니었다.
검은 산 너머 그림자의 성에서는 어둠의 왕 모르칸이 분노에 떨고 있었다.
“꿈이 다시 깨어나고 있다.”
그는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의 꿈을 훔쳐 왔다.
사람들이 꿈을 잃을수록 마음은 메말랐고, 세상은 점점 회색빛으로 변해 갔다.
그것이 그의 힘이었다.
“영혼의 피리를 가진 아이를 찾아라.”
검은 까마귀 떼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한편 아라는 숲의 수호자와 함께 수정호수 곁에 있었다.
“그림자의 왕이 누구예요?”
아라가 물었다.
수호자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원래 그는 빛의 수호자였단다.”
“빛의 수호자요?”
“아주 오래전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을 나누어 주던 존재였지.”
“그런데 왜 어둠의 왕이 되었어요?”
수호자는 한숨을 쉬었다.
“사람들에게 상처받았기 때문이란다.”
사람들이 욕심을 내고 서로 미워하며 꿈보다 욕망을 선택했을 때, 그는 실망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마음까지 어둠에 빼앗기고 말았다.
아라는 가만히 피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럼 그도 슬픈 사람이네요.”
수호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더욱 위험한 존재란다.”
그날 저녁.
아라는 다시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피리 소리는 숲을 지나 강을 건너 멀리 퍼져 나갔다.
그 순간이었다.
까마귀 떼가 하늘을 뒤덮었다.
까악—
검은 그림자가 숲을 삼키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떨고 꽃들이 고개를 숙였다.
“아라! 위험해!”
하얀 사슴이 외쳤다.
아라는 피리를 가슴에 품었다.
하지만 까마귀들은 이미 그녀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때 숲의 동물들이 달려왔다.
토끼와 다람쥐, 여우와 사슴, 새들까지 모두 아라 앞에 섰다.
“우리가 지켜 줄게.”
“너는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아이야.”
아라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녀는 천천히 피리를 입술에 가져갔다.
후우우우—
맑은 소리가 숲을 가득 채웠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피리 소리가 빛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 것이다.
황금빛 바람이 까마귀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까마귀들은 하나둘 검은 깃털을 떨어뜨리며 하얀 새로 변해 갔다.
어둠이 빛으로 바뀌고 있었다.
멀리 그림자의 성에서 모르칸은 이를 악물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그는 거대한 수정구를 꺼냈다.
수정구 안에는 세상 사람들의 잃어버린 꿈이 갇혀 있었다.
아이들의 꿈.
노인의 추억.
화가의 상상력.
시인의 노래.
모두가 검은 안개 속에 갇혀 있었다.
“이것들을 영원히 봉인해 주마.”
그 순간 수정구가 검은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세상 곳곳에서 사람들이 다시 꿈을 잃기 시작했다.
아라는 멀리서 그 변화를 느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수호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꿈의 수정구가 깨어났다.”
“꿈의 수정구요?”
“그 안에는 세상의 모든 꿈이 갇혀 있단다.”
“어떻게 해야 하죠?”
수호자는 멀리 북쪽 하늘을 가리켰다.
“그림자의 성으로 가야 한다.”
“제가요?”
“영혼의 피리의 진짜 힘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거든.”
아라는 잠시 두려웠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들었다.
“가겠어요.”
하얀 사슴도 함께 말했다.
“나도 갈게.”
새들이 날개를 폈다.
“우리도 함께하마.”
그렇게 희망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검은 안개가 뒤덮은 그림자의 성.
그곳에는 모르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비밀 하나가 숨어 있었다.
영혼의 피리는 사실 모르칸과 깊은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