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이 오는 10월 한강리버버스 시작 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 9월에 발표한 운행계획에서는 김포-서울의 통근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아라한강갑문에서 여의도 노선을 앞세웠다. 기존 한강택시 등 수상교통사업의 실패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발표였다. 하지만 오늘 발표된 내용에선 자연스럽게 해당 노선은 김포시와의 지속 협의라는 말로 어물쩍 빠졌다. 남은 것은 기존 한강택시 노선과 흡사한 서울시 내부노선에 한정된다.
더구나 민간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사업전문성도 없는 SH공사에 억지로 교통사업을 맡겼다. 2023년 하반기 정례회에는 오세훈 시장이 직접 제출한 SH공사 출자동의안을 제출한 지 보름도 안되서 스스로 철회하는 우스운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시와 민간사업자인 (주)이크루즈 간에 맺어진 실시협약은 공개도 되지 않아, 실제 서울시의 부담이 어느 정도 될지조차 확인되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올해 10월 한강리버버스 운행계획을 밝힌 것은 한번 결정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하고야 마는 오세훈 시장의 몽니에 불과하다. 성과가 나면 오세훈 시장이 챙기고 실패를 하면 시민이 부담하는, 이미 10년 전에도 봤던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재판이다.
그동안 대중교통 수단으로서 한강리버버스의 타당성에 대해, 그리고 기후위기 시기에 한강에 새로운 탄소배출원을 투입하는 정책에 대해 비판을 해왔던 공공교통네트워크와 우리 모두의 교통 운동본부는 오늘 발표된 한강리버버스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밝힌다.
첫째. 왜 공개하지 않는가.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진행했다는 한강리버버스 추진에 따른 타당성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다. 무슨 근거로 한강리버버스가 승용차 이용자를 전환시켜서 연간 9천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시킨다고 주장하는지 알 길이 없다.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 효과를 설명하면서 내놓은 승용차 1대 당 연간 2.45톤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며 한강리버버스로 연간 승용차 이용이 3,673대가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근거가 무엇인가. 그리고 2025년에 80만 명이 이용하고 2030년에 250만명이 이용할 것이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참고로 2007년부터 운행했던 한강수상택시는 가장 많을 때에도 4만 6천 명 수준(2009년)이었다. 그것도 당초 출퇴근 용으로 운행하던 것인데 수요가 없어서 관광용으로만 운행 중이다. 서울시가 떳떳하다면 타당성 보고서를 공개하고 모든 시민이 살펴볼 수 있도록 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둘째, 왜 감추는가. 서울시는 민간사업자와 수익은 5:5로 나눈다고 말하면서 정작 손해가 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밝히지 않는다. 너무나 뻔한 속임수인데, 이익을 나누면 당연히 손해도 나눌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면 어느 수준으로 분담하는가? 이런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민간사업자인 (주)이크루즈와 맺은 실시협약서를 공개해야 한다. 그동안 서울시가 진행한 민간투자사업 중에서 실시협약이 엉망이어서 손해를 본 일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재구조화까지 해야 했던 지하철9호선이 그렇고, ‘세금 둥둥섬’이라 불렸던 세빛섬 사업이 그렇다. 어차피 서울시 재정의 부담은 서울시민들의 부담이다. 부담을 질 당사자에게 감추는 계약도 있나?
셋째, 왜 건너뛰나. 서울시도 밝혔듯이 해당 사업의 전제 조건은 교통사업의 전문성도 없는 SH공사가 출자를 통해서 공동 법인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수익이 날 것이 분명해서가 아니고 리스크를 헷지하고자 하는 민간사업자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SH공사의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출자는 반드시 시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아직 동의안의 내용조차 서울시의회로 송부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서울시의회의 동의안 통과는 당연한 것처럼 계획을 밝히는 것은 무슨 배짱인가.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의 거수기라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가?
넷째, 왜 책임지지 않는가. 사회적 우려가 있는 사업을 추진할 경우 상식적인 정부라면 우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적 정부라면 토론을 하고 설득을 한다. 이를 통해서 생각의 차이를 줄이고 무엇보다 시민은 서울시에 구체적인 책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서울시는 한강리버버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청회는 고사하고 토론회를 한 적도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오세훈 시장은 토론해서 설득하는 모습보다는 비판을 비난으로, 우려는 흠집잡기로 보고 무시하려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이렇게 토론과 설득을 피해서야 어떻게 3선이나 한 시장으로 보겠는가? 이는 서울시의 고위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감사원에서 세금낭비로 지적된 서울항 추진사업의 담당자는 책임을 졌나? 서울시에 막대한 재정적 손해를 입힌 지하철9호선 민자사업 추진 당사자는 그만큼의 징계를 받았는가?
공공교통네트워크와 우리 모두의 교통 운동본부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밝힌 한강리버버스 사업은 하고 싶은 사업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한다는 오세훈식의 몽니 정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한다. 대중교통 수단으로서의 적절성도 검증되지 않았고 관련된 정보와 근거들도 모두 감춰둔 상태에서 시장의 발표만으로 막대한 재정이 소요될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덧붙여 오세훈 서울시정의 일방적인 독주에는 서울시를 감시해야 하는 서울시의회의 무능과 더불어 시민의 관점에서 제대로 묻고 따지지 못하는 언론사의 책임 역시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오늘 벌어진 일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기록해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우리가 두려운 것은 오세훈 시장의 실패를 관료와 언론이라는 무책임의 카르텔이 침묵하는 가운데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시민들의 처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공개하고, 따져보고, 토론하고, 결정하자. 아무리 봐도 이렇게 밀어붙일 일은 아니라서 그렇다. [끝]
2024년 2월 1일
공공교통네트워크 · 우리 모두의 교통 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