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때되면 반복적으로 시민협박하는
‘좀비기업’마을버스 업체를 두고 볼 것인가?
- 사업자들은 보조금에 대한 명확한 정산 결과부터 공개하라
- 서울시는 사업자와의 담합 구조를 깨고 부실 업체 퇴출과 공공 마을버스 도입에 나서라
서울시내버스 파업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제는 마을버스가 문제다. 마을버스사업조합이 운행중단을 선포한 것이다. 이미 2년 전 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통합환승체계에서 탈퇴하겠다는 등의 엄포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어리둥절한 것이 2년 전엔 요금 인상이 되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 장담했던 사업주가 또다시 이런 엄포를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과연 당시의 요금 인상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절한 해결책이었는가 라는 질문이다.
당장 인상된 요금을 부담하는 시민들은 내가 타는 노선이 사라질 것을 걱정하거나, 언제 도착하며 몇 분을 대기해야 탈 수 있는지 우려해야 한다. 이제는 민영제로 남아있는 마을버스 운영체계 전환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지금까지 민영제로 남은 마을버스의 지속성 한계와 재정지원이 문제 해결에 답이 될 수 없음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먼저 사업자들이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운영의 어려움이다. 몇몇 업체가 빚을 낼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정작 노선의 소유권과 운영은 포기하고 반납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사업을 하지 못할 상황이면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서비스의 공급책임이 있는 서울시와 일선 자치구가 대책을 마련할 일이다. 그런데 언제나 마을버스 사업자의 엄살에 서울시나 일선 자치구가 못 이기는 척 재정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타협해왔다. 이제는 감동도 없는 ‘짜고 치는 도박판’ 같은 모양이다.
당장 사업자는 현행 마을버스 사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개한 적이 없다. 수십억씩 가져가는 보조금을 어디에 쓰는지 밝히지도 못하는 사업자가 재정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꼴이니 신뢰성이 없다. 더구나 서울시가 밝힌 바와 같이 보조금 지급을 통해서 140개 마을버스 업체 중 103개 업체가 흑자로 전환되었으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업체는 29곳에 불과한 수준이다. 웃긴 일 아닌가. 오죽하면 언론 보도에서는 “지원금을 받고도 차량을 세워 적자 업체가 흑자로 전환된” 사례가 밝혀질 정도였을까.
이런 갈등에서 벗어날 방법은 단 하나, 운영체계 다양화와 장기적으로 마을버스에 대한 ‘공영제’만이 해묵은 갈등을 돌파할 유일한 대안이다. 공공형 마을버스를 도입할 방법이 있는데 그건 바로 ‘서울교통공사’의 직영이다. 10년 전 두 기관을 통합하면서 제정한 「서울교통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3장, 19조 사업의 범위 항목의 7호에선 ‘도시철도와 다른 교통수단의 연계수송을 위한 각종 시설의 건설‧운영 및 기존 버스운송사업자의 노선과 중복되지 않는 버스운송사업(단, 마을버스 운송사업 기준에 의함)’을 명시한다.
서울시가 부담스럽다면, 현행 마을버스 신규 노선 신설에 대한 권한만이라도 자치구로 이관하여 자치구 차원의 공공마을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시내버스 수요가 줄어 보조금이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자치구의 자체 마을버스 계획을 승인하지 않는 서울시가 이번 사태의 공범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생각도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치구를 도와줄 생각도 없는 서울시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제까지의 꼼수가 아니라 거칠더라도 정석을 선택해야 한다. 마을버스의 운영체계 다양화를 위해 공영제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 맨날 어렵다고는 하는데 망하지도 않고 시민들 협박하면서 보조금이나 뜯어가는 마을버스 사업자라는 좀비기업을 만든 건 서울시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끝]
2025년 6월 2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