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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정책논평] 서소문고가 붕괴 사고가 왜 전국 철도망을 마비시키는가?

작성자조경옥|작성시간26.05.28|조회수638 목록 댓글 0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논평] 

 

 

서소문고가 붕괴 사고가 왜 전국 철도망을 마비시키는가?

 

 

20265261433분경 서울시 서대문구 서소문로와 서소문건널목 교차점에 설치된 서소문고가교가 일부 붕괴하였다. 붕괴 사고에 휩쓸려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사고 과정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책임의 규명 그리고 희생자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본 사건에 대한 논의가 안전사고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현행 교통체계 특히 철도시스템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판단한다. 실제로 많은 시민들은 왜 고가 붕괴 사고가 철도 운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지역 곳곳을 실핏줄처럼 연결하는 무궁화 등 일반철도가 운행을 하지 못하게 되었는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이는 날로 복잡, 노후화되고 있는 도로 및 철도 구조물의 안전을 점검하고 이러한 구조를 간략화시키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 중심 철도 네트워크의 취약성

 

해당 구간은 서울 · 용산역에서 착발하는 열차가 기지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길목으로, 하루 편도 100회 이상의 열차가 행신(KTX) 및 수색기지(일반열차 및 화물열차)로 향하기 위해 통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 용산역에서 바로 열차를 돌려 나갈 수 있는 낮 시간대 일부 열차를 빼면 모든 열차가 이 구간을 지나간다고 보면 된다. 이 길목이 막히면 서울 지역의 열차 입출고가 불가능해져, 이미 출고된 열차나 반대편 비수도권 기지에 배속된 열차만 운행할 수 있다.

 

한국 철도의 전국망 열차는 사실상 대부분 서울 착발로 운영된다. 모든 주체가 서울 가는 열차를 우선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 서울 지역 철도망의 취약 지점이 마비되면 전국의 모든 열차 운행도 마비되는 결과가 일어나고 만다.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왜 서울 지역에는 철도 병목이 형성되었나? , 왜 서울지역 병목의 취약성은 방치되었나?

 

본래 시종착역과 기지는 가능한 한 가까워야 한다. 세계 주요 도시의 철도역에서는 열차 반복과 일상검수를 수행할 수 있는 기지가 인접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지어 국내에서도 비수도권의 주요 역은 인접한 기지를 확보해 놓고 있다. 가령 부산역도 승강장 바로 남쪽에 조차장이 있어 KTX를 포함한 모든 열차의 회차와 청소, 소규모 정비 등을 멀리 가지 않고도 수행할 수 있다. (부산시는 해당 철도부지를 원하여 이 기능을 멀리 ?아내고 싶어 하지만, 이 경우 서소문고가 사고와 같은 취약성에 철도망을 노출시키게 된다.) 그나마 가까웠던 용산창은 2008년 철거되었고, 수색기지(일반열차)는 서울역에서 7km, 행신기지(KTX)15km 떨어진 것이 현실이다. 서울지역 철도망은 이처럼 구조적으로 취약하고 규모 또한 한계가 뚜렷하다.

 

 

무분별한 철도 지하화와 용량의 집중

 

역사적 패착도 크다. 21세기 초, 과거 용산역과 경의선을 연결하였던 지상의 용산선 철도를 보완했다면 지금 서소문 건널목 구간을 포함하는 병목을 우회하는 제2의 경로를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선로로는 과거의 배선으로는 경의선에서 출발한 열차를 손쉽게 용산과 경부선 방향으로 진입시킬 수도 있었다. 북한의 재건을 위한 남북철도와 같은 사업에도 이 선로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은 용산선 지하화로 인해 소멸되었다. 지금 그 위에 경의선 숲길이 건설되어 있는 바로 그 구간이다. 무분별한 철도 지하화의 대가가 바로 지금 서소문고가 붕괴로 인한 철도망 마비다.

 

[그림 1] 서울지역 경부선과 인접 선구 배선도.

철도는 좌측통행(도로와 통행 방향이 반대)임에 유의하여 배선도를 살필 것. 역과 역 사이에 별도로 표현한 건넘선이 용산선, 경부3선을 이용해 행신기지에서 경부1선으로KTX를 꺼내올 수 있는 경로이며, 수색기지의 일반 열차는 문산 방면으로 일부 역행하지 않으면 용산선 진입이 어렵다. 한편 지상 시절의 용산선은 현 용산역12, 13번 승강장 북단으로 바로 연결되었다.

 

 

지금 지하에 구축된 선로로 임시 통행을 검토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렇게 기지와 용산역을 열차가 오가게 만들 경우 경의중앙선 전동차, 1호선 전동차를 줄이지 않고서는 열차를 늘릴 수 없다. 상세한 경로는 그림 1로 나타내 두었는데, 핵심은 행신 · 수색기지에서 경부1(빨간 선)으로 열차를 빼내려면 1호선이 사용하는 전철선을 길게 점유할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또한 지하 구간의 특성상 경사가 급하여 투입할 수 있는 열차 종류도 제한적이다. 기존철도 지하화의 미래는 이처럼 경직된 철도 운영임을 모든 시민이 기억해야만 한다.

 

 

'서울가는 기차'에서 벗어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행신~광명 고속선을 건설하는 대안은 이미 경부고속철도 사업과 함께 약 40년 동안 검토중이다. 2022년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등 절차가 지속 진행되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새 선로는 지하 70m에 건설되므로, 현재의 경부선은 주변지역 접근성을 위해 영속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사고 구간을 비롯한 경부선, 경의선의 지속적인 시설 고도화가 필요하다.

 

한편 비수도권 시민들은 서울 지역의 길목이 마비되었다고 우리 지역의 열차가 영향을 받는 이유에 대해 의문스러워하고 있다. 그 이유의 핵심은 이것이다. 비수도권의 거의 모든 주체가 기차는 그림 2KTX는 물론 일반열차 역시 서울가는 차로만 생각하고, 그렇게 투자해 왔기 때문이다

 

 

[그림 2] 한국 비수도권의 주요 도시와KTX 전체 운행 구조도, 2026년.

 

 

서울가는 열차만 만드는 국가, 서울가는 열차만 요구하는 지자체와 시민들에게 맞춰 철도망을 구축하면, 당연히 열차가 서울 주변으로 몰린다. 서울 주변 철길은 모든 열차가 몰려드는 병목이 된다. 서소문 고가 하부 구간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이들 병목을 해소하려면 막대한 투자와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쉽게 될 리가 없다. 따라서 열차와 좌석은 늘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지역 사이를 잇는 철도는 외면받는다. 요구하지 않으니 제대로 투자할 동기도 없다. 열차도, 유지보수할 기지도 부족하다. 투자 부족의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기존의 수요조차 승용차로 유출된다. 이런 현실을 뒤집고, 지역 내부 교통 수요를 일반열차와 준고속열차로 흡수하는 모달 시프트를 결심하지 않는다면, 서울이나 수도권의 병목에서 일어난 사고에 지역 내 교통까지 영향받는 지금의 현실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그림 3] 전국 철도의 여유 용량.

2022년 기준으로 작도하여 서해, 동해, 중부내륙선이 없으나 표현된 선구는 현재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은 이미 있다. 그림 3에서 보듯, 철도 본선 용량 자체는 비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충분하기 때문이다. 시내 네트워크를 개선하고, 미싱 링크를 연결하며, 열차를 사고 그 비용을 낼 결심을 하면 된다. 차량기지를 포함해 다들 꺼리는 시설을 역내 광역철도 착발역 인근에 더하는 것도 필수다.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네트워크는 판단한다.

 

6.3지방선거를 맞이하여 전국에서 철도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교통공약이 쏟아진다. 하지만 여전히 전국적으로는 서울로 향하는 KTX에 대한 욕망을, 서울에서는 강남으로 향하는 도시철도에 대한 욕망이 앞선다. 이런 단일한 방향성의 네트워크는 그 자체로 취약성을 드러낸다. 이번 서소문고가의 사고는 안전불감증이라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와 더불어 우리가 어떤 교통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래서 사고에도 불구하고 회복력 있는 교통체계를 가질 것인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다시 한번 이번 사고로 사망한 관계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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