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1970년대까지만 해도 9mm 자동권총은 총기 시장의 주류는 아니었다. 비록 유럽의 많은 군대가 9mm 자동권총을 채용하고 있었지만, 제작사는 적었고 출시모델들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글록 같은 폴리머 권총은 아직 등장하기 전이었고, 방아쇠 격발방식도 콜트 모델 1911나 브라우닝 하이파워 같은 싱글액션이나 발터 P38에서 참조한 더블액션/싱글액션 방식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9mm 권총에 대한 수요는 조금씩 증가하고 있었고, 총기회사들은 새로운 권총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P210이라는 가장 정밀한 9mm 자동권총을 만들었던 스위스의 SIG(Schweizerische Industrie Gesellschaft, 스위스 산업그룹)는 그 다음 세대의 9mm 자동권총을 개발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P210의 교체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은 물론이고 미군이 NATO 표준탄환인 9mm 파라블럼을 사용하는 권총을 채용할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신형 권총의 개발은 발터 루드비히(Walther Ludwig)의 주도로 1970년대초부터 시작되었다. 신형 권총의 컨셉은 단순하면서도 명료했다. 즉 P210을 현대화하여 보다 저렴하고 신뢰성 높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하여 SIG는 1970년대 자동 나선 가공기계를 도입하여 당대의 어떤 총기회사보다도 정밀하면서도 저렴한 가공이 가능했다. 그 결과 P210의 오차없는 슬라이드 결합은 그대로 유지되었고, 최고급 금속이 사용되면서 총기의 우수한 성능은 여전했다. 신형 권총은 P220으로 명명되었다.
P220은 완성과 함께 1975년 곧바로 'Pistole 75'라는 제식명으로 스위스군에 채용되었다. 하지만 SIG는 영세중립국인 스위스의 회사로, 아무리 권총이라고 해도 무기수출로 간주되어 자유로운 수출이 불가능했다. 특히 SIG는 독일 경찰의 차기 권총사업에 관심을 두면서 해외생산을 염두에 두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인 SIG홀딩스(SIG Holdings AG)는 1976년 독일의 J.P. 자우에르(J. P. Sauer und Sohn GmbH)사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로서 SIG는 P220을 독일의 자우에르에서 생산하면서 수출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두 회사는 결국 합자법인인 SIG-Sauer(독일어로는 '지그 자우에르'로 발음하나, 필자는 영어식 표기인 '시그-사우어'로 통일)로 통합되었다.
새로운 자동권총은 총기시장의 시험대인 미국으로 판매되었다. 판매는 미국에 판매망을 갖춘 브라우닝이 담당하여 P220은 1977년 브라우닝 BDA(Browning Double Action)로 발매되었다. 브라우닝 BDA는 9mm 파라블럼, .38 슈퍼(Super), .45 ACP를 발사할 수 있는 모델 3가지로 발매되었는데, 생산은 독일의 시그-사우어 공장에서 담당했다. 특히 .45 ACP는 당시 콜트 1911 이외에 선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45구경 자동권총이자 최초의 더블액션 .45구경 자동권총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한편 스위스군 이외에도 70년대 말의 자동권총 사업으로 대규모였던 것이 독일 경찰의 9mm 권총 선정사업이었다. 이 사업에는 유럽 유수의 업체들이 참가하여 발터는 P5를 헤클러 & 코흐는 P7 자동권총을 선보였다. 시그-사우어는 최초에는 P220을 출품했으나, 독일 경찰이 작전요구성능을 변경함에 따라 총열의 길이를 줄인 P225를 개발하여 P6라는 이름으로 사업에 다시 참가했다. 그리고 1979년 P6는 발터의 P5와 헤클러&코흐의 P7과 함께 독일 경찰의 권총으로 선정되었다.
연방경찰에 해당하는 국경경비대는 이들 권총을 섞어서 구매했다. 각 주 경찰의 경우에는 3가지 총기 가운데 원하는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첨단생산기술로 정밀도는 높이면서 가격의 절감에 성공한 P6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외에도 1980년 일본 자위대가 P220을 제식권총으로 채용함으로써 P220은 그 존재감을 높였다.
P220은 사상 최대의 권총사업인 미군 제식권총 채용에 도전을 했다. 이를 위한 합동제식소화기사업(JSSAP, Joint Service Small Arms Program)은 1981년 베레타 92SB-1이 채용으로 결론이 났지만, 미육군이 채용을 주저하면서 사업이 정체되었다. 결국 의회의 압박으로 신형 권총 선정사업은 1983년부터 재개되었는데, 바로 이 기회를 노려 P220은 복렬탄창을 채용하는 등 미군의 사양에 맞도록 만든 P226을 새로운 후보로 제시했다. 그러나 1985년 미군은 베레타 92 모델을 또 다시 채용함으로써 M9 권총으로 채용되었지만, 네이비 실 등의 특수부대는 P226을 채용했다. 한편 미군은 컴팩트 권총으로 P226의 크기를 줄인 P228을 M11으로 채용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이렇듯 P220은 P226, P228, P229 등의 기반이 됨으로써 시그-사우어 권총의 황금기를 열었다. 특징
P220은 더블액션(Double Action) 권총으로, 방아쇠를 당기면 해머가 뒤로 젖혀졌다가 다시 내려오면서 공이를 때림으로써 격발한다. 물론 전통적인 더블액션 권총이므로 첫 발만 더블액션으로 발사되고 이후부터는 싱글액션으로 발사된다. 더블액션 권총의 장점은 약실에 장전한 후 더블액션으로 발사함으로써 오발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런 논리에 따라 방아쇠 안전장치가 별도로 장착되지는 않으며 대신 공이안전장치(automatic firing pin block safety)가 내장된다. 문제는 약실에 장전한 후에 제껴진 해머를 내리는 일인데, 권총 그립의 왼쪽에 디코킹 레버(decocking lever)를 장착하여 안전하게 해머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방아쇠 당김무게는 더블액션시에는 10 파운드, 싱글액션시에는 4~5파운드이다. 이후 생산된 버전 중에는 싱글액션으로만 발사되는 SAO(Single Action Only) 모델도 있다.
P220의 슬라이드는 절삭 방식이 아니라 박강판을 프레스가공으로 만듦으로써 저렴하고도 빠른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P220은 작동방식으로 쇼트 리코일 브리치 락 방식을 채용했는데, 브라우닝 하이파워처럼 캠(Cam) 방식으로 쇼트 리코일을 이루고 있다. 슬라이드와 프레임의 결합성이 매우 뛰어난데, P210에서 선보였듯이 프레임이 슬라이드를 감싸는 방식은 아니지만, 정반대로 슬라이드와 프레임이 凹凸 모양으로 레일처럼 맞물리게 구성되었기 때문에 여전히 타이트한 슬라이드가 유지되면서 뛰어난 명중률을 자랑한다.
최초에 P220은 7.65mm와 9mm 파라블럼탄의 두 가지 모델로 생산되었으며, .38 슈퍼탄을 사용하는 모델이 소량 생산되었다. 이후 미국으로 진출하면서 .45 ACP탄 모델이 추가되었으며 미국 시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탄창은 9mm의 경우 9발, .45구경은 8발이 장전되며, 초기에는 탄창멈치가 권총 손잡이 아랫부분에 장착되었지만, 해외수출이 본격화된 이후에는 권총손잡이 좌측에 방아쇠울과 만나는 부분에 버튼 형식으로 장착되었다. 총열 전체 길이는 4.4인치(112mm)이며, 컴팩트형인 P225는 3.6인치(91mm)이다.
운용 현황
스위스군은 P220이 발매되자마자 'Pistole 75'로 채용하였다. 2009년에 발매된 스위스암스의 자료에 따르면 시그-사우어는 모두 14만여 정의 모델 75 권총을 스위스군에 납품했다. 이외에도 일본 자위대, 칠레, 이란, 나이지리아, 우루과이 등이 P220을 제식권총으로 채용했다. 출시 이후에는 민간에서도 인기가 높아 1977년부터 1980년까지는 브라우닝이 BDA로 판매해왔으나, 1980년대 중반부터 시그-사우어가 미국에 진출함으로써 본격으로 시그의 이름으로 민수시장에 판매되었다.
특히 일본은 전후에 미군으로부터 공여받은 M1911 권총을 '11.4mm 권총'으로 제식채용해왔으나, 1970년대에 들어 총기가 노후화함에 따라 1980년에는 새로운 총기를 채택하기로 했다. 애초에 일본은 1958년 자국에서 개발한 뉴남부 M57 권총을 채용하고자 했으나 좌절된 바 있었는데, 일본의 총기 개발사인 신츄오공업(新中央工業,현 미네베아 사 오오모리 제작소)은 M57A를 개조한 M57A1을 후보로 내세웠다. 이외에도 브라우닝 하이파워 등이 후보로 제시되었으나, 1979년 일본 방위청은 결국 시그-사우어 P220을 제식권총으로 채용했다. 통상 미네베아 P9 권총으로 불리는데, 신츄오공업이 면허생산을 맡았다. 1982년부터 본격적으로 지급되기 시작했으며, 2010년부터도 추가생산되었다.
한편 P220의 컴팩트형으로 개발된 P225는 우선 독일 경찰용으로 P6 권총이 개발되어 1979년에 채용되었는데, 독일의 각종 연방경찰은 물론 각 주의 지방경찰까지 P6를 압도적으로 선호하여 무려 4만여 정이 생산되었다. 이외에도 캐나다 헌병이 P225를 채용했으며, 스위스군도 P220과 함께 P225를 채용했다. 한편 미국의 비밀경호국(U.S. Secret Service)도 1980년대 초반에 P225를 채용했었고, 이후 유사한 개념이나 복열탄창을 채용한 P228도 채용하였다.
파생형P220 초기형: 1975년 이후 등장한 최초의 모델. 탄창멈치가 권총손잡이 아랫부분에 위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에는 브라우닝 BDA로 미국 시장에 판매된 바 있다.
P220 중기형: 1970년대 말부터 생산된 개량형. 탄창멈치가 권총손잡이 왼쪽에 버튼 형식으로 장착되는 것이 특징이다. 해머도 크기가 강화되어 있다.
P220 최신발매형: 레일이 장착되었으며, .45ACP와 10mm 오토(Auto)탄 모델만이 생산되며, 더 이상 9mm 모델은 생산되지 않는다. 모델은 리전(Legion), 컴뱃(Combat), 헌터(Hunter), 니트론(Nitron) 등 4가지가 현재 발매 중이다.
9mm 권총 : 신츄오공업(新中央工業,현 미네베아(Minebea)사 오오모리 제작소)에서 면허생산된 P220. 초기 생산당시 비용은 10만엔이었으나, 2010년 조달이 재개될 당시 생산가격은 무려 20만엔에 이르렀으며, 2012년 생산가는 무려 22만엔이었다.
P225: P220의 컴팩트 모델. 총열길이는 3.6인치로 줄어들었으며, 장탄수도 8발이다.
P6: 독일경찰용으로 만들어진 P225 모델. 독일 경찰의 요청에 따라 변형해머(Deformationsspor)가 장착되어 총기를 떨어트릴 경우 해머의 끝부분이 깨지도록 만들어졌다.
P225-A1: 2015년에 발매된 P225의 개량형. 9mm로만 발매되며 8발을 장탄한다.
제원
- 모델: 시그 사우어(SIG Sauer) P220 리전 - 구경: 45 ACP, 10mm 오토 - 작동방식: 쇼트 리코일 브리치 락 - 방아쇠방식: 더블액션/싱글액션 - 총열길이: 112mm - 전체길이: 196mm - 높이: 140mm - 두께: 34mm - 무게: 862g - 장탄수: 8발 - 가격: 1,413달러(USD) 글 / 양욱 /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 인텔엣지㈜ 대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10여 년간 국방관련 분야에 종사해왔으며, 현재 KODEF 연구위원이자 <조선일보>의 밀리터리 컬럼니스트로서 다양한 서적을 출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군사관련 컨설팅과 교육훈련 등 민간군사서비스(Private Military Service)를 제공하는 인텔엣지(주)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자료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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