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오경(4) : 민수기
민수기
민수기는 구약성경의 모세오경에서 네 번째에 위치한 성경입니다. 이 민수기는 앞서의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그리고 민수기 다음에 나오는 신명기와 더불어 모세가 기록했습니다. 기록 연대는 주전 15세기입니다.
모세오경의 네 번째 책이 민수기란 명칭으로 불리게 된 것은 히브리어로 기록된 이 책을 헬라어(그리스어)로 번역한 성경인 칠십인역경(LXX)을 따른 때문입니다. 칠십인역경의 역자들에 의해서‘(이스라엘 백성의)계수’(計數) 또는‘숫자들’(the Numbers)의 뜻이 책명으로 정해졌습니다. 이는 모세오경의 네 번째 책에서 인구 조사가 두 번에 걸쳐 실시되었으며, 이는 가나안 정복을 해 나가기 위하여 행군에 있을 준비에 있게 하시는 것을 염두에 둔 때문입니다. 이 명칭에 의해서 이후에 나오는 번역 성경들도 그대로 따름에 따라 한글성경도 이스라엘 백성의 수를 각 지파별로 조사하게 하신 뜻에서‘민수기’(民數記, the Numbers)란 명칭을 책명으로 갖게 되었습니다.
모세오경의 네 번째 책의 명칭이 이렇게‘민수기’라고 불리고는 있지만, 이 책명으로는 모세오경의 네 번째 책이 지닌 내용과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하거나 정의해 주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이 책의 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 원문인 히브리어성경의 명칭이 뜻하는 것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히브리어성경은 모세오경의 네 번째 책을 뜻풀이 할 때‘광야에서’입니다. 히브리어성경을 한글로 번역한‘세즈믄 하나님의 말씀’에서는‘민족유랑사’라고 책명을 삼았습니다. 민수기는 본래 히브리어성경의 명칭이 첫 절의 첫 단어를 취하는 방식에 따라서“그리고(또) 그가 말씀하셨다”를 뜻하는‘말씀들’이 명칭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유대의 문서들은 1장 1절의 다섯 번째 단어인‘광야에서’를 책명으로 소개합니다. 모세오경의 네 번째 명칭이 이와 같이 이례적으로 선정된 것은 (1)아마도‘광야에서’란 명칭이 이 책의 주제와 매우 일치한다고 생각한 때문인 듯합니다. 이는 민수기는 가나안 정복을 앞둔 이스라엘에게‘광야에서’행하게 하신 일을 주제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2)그리고‘광야에서’란 명칭으로 책명을 삼을 경우 모세오경의 다섯 번째인 신명기의 명칭과도 겹치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신명기의 책명 또한 이 책의 첫 단어가“이는…말씀들이다”(These are the words)를 뜻하는‘말씀들’이어서 민수기에서의 첫 단어에 의한 책명이‘말씀들’과 같은 동일하기 때문에, 신명기의 책명을‘말씀들’을 뜻하는 것으로 삼고, 민수기의 책명을‘광야에서’를 뜻하는 것으로 삼은 것입니다.
모세오경의 네 번째 책이 이처럼‘광야에서’가 명칭인 것은 이 책의 성격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려 줍니다.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지낸 40년의 기간을 민족유랑사로 보냈으나, 단지 나라 없는 민족으로 광야에서 나그네의 삶을 사는 유랑의 역사로 보낸 것은 아닙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민족유랑사를 겪는 이 기간에 하나님이 함께 하시며 그들의 역사를 주관해 가시는 섭리에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을 제사로 맺어진 언약의 백성 삼으시는 것과 함께 절기법과 성막법을 주시면서 그들에게 약속으로 주신 가나안 땅에서 세우실 하나님의 나라로서의 성격인 신정왕국인 이스라엘 왕국을 형성할 인구를 각 족속(지파)의 이름과 숫자에 의거하여 모든 남자를 계수하게 하시는 일을 하신 것입니다. 이 일을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 땅에서 나온 지 2년 되는 해 둘째 달 초하루에 시내 광야 회막에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기록하게 하심으로써, 민수기(民數記)라고 책명을 삼은 것임을 이해함에 있어야겠습니다.
민수기의 기록 연대에 대한 역사적 배경
민수기에 기록된 사건들은 출애굽 후 1년 2개월째(출애굽 후 13개월)부터 약 40년간의 광야생활 종료될 때까지의 역사를 보여준다(1:1). 이 기간은 출애굽의 연대를 B.C. 1446년으로 볼 때 그 후 1년 2개월째인 B.C. 1444년 2월 20일부터 1405년 사이의 약 40년간을 가리킵니다. 민수기는 이 기간에 삶의 고통스런 역정들, 방황과 돌이킴, 반항과 좌절, 그리고 회개 등 많은 사건들을 소개합니다. 모세오경은 이 기간의 끝 시점에 기록되었을 것으로 추정하여, 민수기의 기록 연대를 B.C. 1405년에 이르는 어간이 될 것으로 봅니다만, 출애굽부터의 광야에서 있은 40년간의 기간으로 폭넓게 봄이 좋을 듯합니다.
민수기의 구조
민수기는 총 36장으로 되어 있으며, 내용별로 보면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Ⅰ. 시내광야에서 약속의 땅에 들어갈 이스라엘에 주어진 명령(1:1-10:10) A. 첫 번째 인구조사 명령(1:1-4:49) B. 부정의 방지에 대한 명령(5:1-8:26) C. 유월절을 지킬 것의 명령(9:1-23) D. 행진 명령(10:1-10)
Ⅱ. 시내산에서 모압평지까의 여정에서 이스라엘이 겪은 사건들(10:11-36:13) A. 시내산에서 가데스까지의 여정(10:11-12:16) B. 가데스에서 발생한 사건들(13:1-20:13) C. 가데스에서 모압까지의 여정(20:14-22:1) D. 모압평지에서 생긴 사건들(22:2-36:13) 1. 거짓 선지자 발람과 모압 왕 발락(22:2-24:25)의 결탁 2. 바알브올과 이스라엘의 배교(25:1-18) 3. 두 번째 인구조사 명령(26:1-30:16) 4. 이스라엘의 미디안과의 전쟁(31:1-54) 5. 정착지를 정한 지파(32:1-42) 6. 애굽에서 모압평지까지의 여정(33:1-49) 7. 약속의 땅에 대한 규율들(33:50-36:13)
민수기의 구조에 의한 이해
위 내용의 분류에서 알 수 있듯이 민수기는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인구 조사를 명령하신 것에서 시작됩니다. 인구 조사의 명령은 1, 2차에 걸쳐서 되어졌는데 비록 민수기 전체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지만, 민수기 전체를 이끌고 나가는 중심 사상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인구를 조사하게 한 두 번의 명령은 민수기가 시작되는 1-4장과 민수기의 종반에 이르는 26-30장에서 주어지는데,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의 삶을 40년 기간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일 속에서 광야에서의 시작에서와 광야에서의 마지막으로 진행하여 가는 중에 있는 그들에게 주어진 인구조사의 명령은 민수기 전체의 흐름을 끌고 가는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신정국가인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세워주는 일을 하는 동시에 요한계시록 7장과 14장에서 보게 되는 메시야 안에서 있을 최종적이요 확정된 인구 조사를 말해주는 종말론적인 신학적 이해와도 연결되는 구조를 띠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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