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매운걸 잘 먹지 못한다.
어렸을적부터 그랬다.
하루는 어머니가 여행을 떠나셔서 집에 누나와 나 아버지만 남아있었다.
음식을 할 줄모르는 무지몽매들이 셋이 뭉쳐 끼니를 때워야 했는데
아버지가 나서서 볶음밥을 해 주셨다.
볶던 밥에 배추김치,갓김치,총각김치 몽땅 털어넣고는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마구넣고 참기름을 두른뒤에 상을 내 오셨던것 같다.
어렸을 적 '지독하다'라는 단어를 알기도전에 뜻을 먼저 알게된 계기가 되었다
두입 정도 털어넣고 너무매워서 땀을 닦으며 눈물을 흘리고
아빠가 밉다며 혼자 라면물을 올리고 진라면 순한맛을 끓여먹었었다.
또 한 일화는 내가 아마 초등학교 3학년 즈음 되었을 나이였는데
자주 가던 옆집 슈퍼에 놀러갔다.
그곳은 나보다 두살어린 동네 아이가 살았었는데 그날은 왠일인지 아버지어머니도 없었고 혼자 가게를 지키고있었다.
나를 반갑게 맞아주던, 덕수는 혼자서 뭔가 연신 들이키고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중국집에서 음식을 배달시킬때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아버지만 시키시는 음식.
시뻘건국물에 무서운(그때는) 오만둥이,미더덕 따위가 면 사이사이 홍합 사이사이
뜨거운 일격을 노리고 있는, 보기만해도 머리 모공이 전부 열려 가려워지고 귀밑 침샘은 미친놈처럼 활성도가 높아지는
짬뽕을 먹고있었다. 더욱이 가관인것은
땀을 닦으며 '어-허 시원하다' 따위의 감탄사를 우리 아버지처럼 내뱉는것이었다.
끽 해봤자 초등학교 1,2 학년즈음되는 아이가 (덕수는 항상 얌전하고 점잖은 아이였다. 일랜시아도 같이했었는데.)
새파랗게 질린 내 얼굴을보며 형은 짬뽕 못먹어? 라고 했을때
형의 남은 자존심이 였거니 혹은 치기어린 호기였는지
짬뽕 귀신이지라고 나도 모르게지껄였다.
덕수는 티비 채널을 돌리면서 노바 1492 이야기나 택틱컬 커맨더스 따위의 게임이야길 늘어놓으며
자연스럽게 나에게 한 젓가락 권하는데 그것을 먹지 말았어야했다.
나는 한 젓가락 받아물고는 대충씹고 꿀꺼덕 삼켜버렸다.
뒤에오는 폼페이 화산은 정신력으로 잊어버리길 빌며...
결국에 나는 슈퍼에서 바밤바하나를 입에 문 채 스읍..하 를 반복해대면서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하늘에 대고 맹세한다.
2000년 초
짬뽕..언젠가 복수하겠노라고 가슴속 깊히 한자 5급아이는 와신상담을 되뇌이며 바밤바를 빨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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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이름은 밝히지 않습니다. 알바아니고 순수한 리뷰목적이기 때문이지요 )
두번째 리뷰네
앞의 서론은 읽든 말든 본 내용과는 관계없는 추억팔이니까 그냥 무시해
자 오늘은 우리동네 짬뽕집을 가 볼거야
보게될 짬뽕집은 내가 23년살고있는 우리동네에서 제일 짬뽕을 잘해
내 취향이으론 아마 청주에서는 가장 잘 하는것 같아.
만*짬뽕은 3,4년 즈음 곱창집 자리가 망하면서 꽤 좋은평을 받고있는 프렌차이즈 중국집
이*가 짬뽕과 비슷하게 우리 동네에 들어왔어
이*가 짬뽕은 생활의 달인이다 뭐다 하고 프렌차이즈 답게 수려하고 큰 홀 내부로
12시 점심시간 즈음 주변 상인들과 회사원들을 수용하기 좋았지.
그에 반해 만*짬뽕은 조그마한 내부에 셀프반찬 셀프물, 종업원도 사장님,사모님 두분이 끝이야
우선 홀이 작으니까 점심시간에 우르르 모이는 손님들을 버텨내기 힘들지
그래서 초반엔 이*가 짬뽕에게 밀리는 듯 했어
하지만 깔끔하고 개성있는 짬뽕으로 쇼부를 보니까
점점 손님들도 발길을 만*짬뽕쪽으로 돌리더라
특히나 요즘같이 비나 눈, 바람이 거센 날에는 자리가 없을때도 있어
자 한번 들어가보자고
내부 홀사진과 식당 전면사진을 일부러 찍지 않았어 이집 알바가 아니라 손님이란걸 알려주기위해서 간판글자도 하나지웠고
현수막이 걸려있어.
'만*해물짬뽕은 최고의 맛으로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음식하나는 자신있다는 빨+검 깔의 사장님 어쩐지 뒷태가 패기넘치지 않니
자 메뉴판을 보자 뜬금없이 김수미 싸인이 박여있는 메뉴판이야. 뭐 지인인지 식사를하고 갔는지는 몰라.
대표 메뉴인 해물 짬뽕과 짬뽕밥은 7,000\ 이야 저렴하진않지만 먹어보면 비싸지 않다는걸 알게될거야
그리고 자신이 남들보다 많이먹는다 하는 사람도 보통 시키길 바래.
우리다 먹고 나갈즈음 앞자리에서 던파이야기를 하던 커플들 곱빼기시키던데
내가 속으로 안돼..안돼!!! 아니야!! 를 외쳤지만
남자는 패기롭게 곱빼기 다 먹는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파오후로 긴 시간 살아온 나의 식력안(食力眼)으로 봤을때 말라비틀어진 그 남자는 도저히 다 먹을수 있을것 같지 않아 보였거든
어쩄든 우리는 해물짬뽕 보통두개와 사천탕수육 小하나 주문해
야외에는 조개들이있는 수조가 있고 크게 해물짬뽕전문점이라고 프린트된 통유리가 있어서 안과 밖이 다 보여 주방도 오픈형이고
음식에 있어 당당하고 숨길게 없다는 사장님의 가치관이 느껴지는 인테리어라고 할까?
자 단무지 매운기를 뺀 양파 춘장이 나왔네.
빈 그릇은 조개 껍데기따위를 넣는데 쓸거야
춘장을 찍어먹어보니 역시나 춘장은 사자표지.
열심히 주방에서 볶볶하시는 사장님의 뒷태가 섹시해(게이는 아니야)
불이 팬위로 숙숙 올라와서 제대로 불맛이 날 것같아. 오늘도 기대해보자.
자 이게 이집에서 자랑하는 해물짬뽕의 비주얼이야 어때 그럴싸 하지?
배추와 양파로 시원하고 단맛을 냈어.
먹어보면 알겠지만. 덱스트린이나 설탕의 단맛은 전혀 아니야.
순수하게 야채의 단맛이지. 그렇다고 단맛을 내려고 짬뽕에 설탕을 집어넣는 미친인간은 없겠지.
어디까지나 받쳐주는 역할의 단맛이야.
실하고 싱싱한 조개들과 오징어야 짬뽕 먹기전엔 홍합을 미리 다 까먹는 편인데.
이곳은 홍합을 사용하지않아. 홍합을 사용하면 풍부한 해산물 향을 내기는 좀 더 편하겠지만
이 집은 농후한 육수와 어떤 상황에서도 잘 어울리는 조개다싯물을 사용해
오징어는 생물인지 냉동인지 모르겠지만 냉동일 테지 뭐.
원래 오징어라는게 얼리든 살아있든 그 특유의 연체동물의 식감은 사라지지않아.
그리고 국물내기용 어슷썰기한 파가 아니라 송송썰어 넣고 많이 넣어서
면을 집어먹을때 같이 딸려들어와 답답할 수 있는 프로틴의 식감과 맛에 청량함을 꽂아주는 라이트훅 같은 존재야.
친구짬뽕과 내 짬뽕 투샷이야 사진 그지같이 못찍네진짜 ^^
자 국물을 한번 볼까?
우선 여타 다른 중국집과의 차별화된 점이 있어
고추기름이라던지. 알수없는 기름이 둥둥 떠있지 않고
색도 진하지 않아. 왤까? 담백한 맛을 추구하기 때문이야.
마치 집에서 어머니가 해준것 같은 집밥 국물의 비주얼은 한번 떠 먹어보면
어머니는 하실 수 없는 깊은 맛이 뿜어지지.
다른집에서 홍합부터 건져먹듯. 이 집에서도 조개부터 건져 먹자.
귀여운 모시조개로보이는 녀석이 통통하게 귀여워.
쪽 빨아먹자.
요새 여기저기 왕꼬막을 팔러다니는 차를 자주봐
아마 제철인가보지.
꼬막을 면에 싸서드셔보세요.
예전에는 손바닥만하게 큰 가리비 한짝이 들어있었거든.
무슨이유인지 모르게 사라졌어. 좀아쉽긴해도 그거 없다고 맛이 변해버린건 아니야.
자 본격적인 면식을 시작해보자
아쉽게 수타면은 아니지만, 너무 큰걸 바라는건 욕심이겠지.
내가사는 동네에는 수타하는집이 한-두집 뿐이야.
수타면이였으면 정말 매일갔을텐데.
국수를 맛깔나게 먹는법은
국물에 여러번 넣었다가 뺏다가 해서 적셔낸 뒤 콧잔등을 쳐 가면서 후루룩 먹는게 정석이라는것에
반박할 수 있는사람은 얼마 없을거야.
중식에 빠질 수 없지. 양파를 춘장에 콕 찍어
하.. ㅁㅊㄷ ㅁㅊㅇ...
아삭하게 입속으로 들어온 양파는 춘장과 함께
식사 템포를 한껏 올려줘. 그러나 역시 양파춘장찍먹은 짜장면이 제일인것같아.
사천탕수육이 나왔어. 빛깔나는 자태를봐...
파프리카와 땅콩가루로 중무장한 크고 아름다운 튀김이야..
파프리카와 한점 먹었어.
역시 맛 그대로야
이집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고 고소한맛을 추구해.
비록 중식이지만 식재료의 본연의 맛을 끌어내는 일식과 비슷하기도 해.
짬뽕도, 사천 탕수육도 맵지않아.(그렇다고 아예 안매운건아니다. 그럼 시뻘건짬뽕과 사천이 붙은 탕수육의 존재 가치가 없는거겠지.)
엄청 맵게만 해서 매상을 올리는 여타 다른 업소랑은 확실히 다르지.
현수막에서도 걸려있듯, 맛으로 쇼부를 보는 집이야.
매운 정도는 보통 사람들이 가볍고 기분좋게 먹을수있는
'매큼'한 맛인것같아.
탕수육이 나오면 역시 빠질 수 없는게 부먹과 찍먹이지.
배달음식이 발달하면서 탕수육도 눅눅해짐을 막기위해 따로 소스를 가지고 배달하며 현대의 탕수육이 만들어졌어.
하지만 탕수육은 부먹도, 찍먹도 아닌 볶먹이야.(요새는 많이들 알고 있는듯함...)
이 집처럼 소스가 남지않게 딱 탕수육에만 코팅해주듯 소스와 튀김을 볶아버려서 나오는게 원래의 탕수육이지.
그래야 [탕수]육 이잖아?
딱 첫입 먹었을때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고소하다. 땅콩 때문이려나? 아니야..
더 씹어볼까 쫄깃한 반죽.. 소스와 버무려지지 않았다면 단단하게 바삭댔겠지.
찹쌀..특유의 곡식내음이 나 하지만 무언가 내가 읽지못하는 고소한 곡식이 또 있어..
라고 생각할 즈음에 그제사 달큰하게 소스의 향이 맴돈다.
매큰한 풍미가 코를 휘감으며 달짝지근한 맛이 자꾸만 당긴다.
뿐만아니라 정체를 알 수없는 포근하게 고소한 곡식향이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삼는 아시안의 추리욕구를 자꾸만 일깨운다.
잘 생각해보면 가까이에 있었던 놈이다.
콩가루 그래 콩가루다 약간 인절미와 비슷한 느낌의 향이지만
육류와 함께 볶아낸 콩가루는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곡물향을 내뿜어 땅콩과 함께
심도있게 깊은 고소함과 구수함을 동시에 챙겨.
짬뽕과 탕수육이 있으면 대부분 탕수육이 먼저 동이 날 거야.
하지만 탕수육이 더 남았어 그 이유는 뭘까
그래 짬뽕이 기깔나게 맛 있는 이유야. 그리고 양도 푸짐하지.
그렇다고 해서 탕수육이 맛이없는게 절대 아니야.
탕수육은 남녀노소 싫어 할 수가 없게만들어 놨어.
탑에서 10킬먹고 내려온 리븐이나. 10분에 미드 2차 밀어버린 제드.
8분에 몰락이 나와버린 베인같이 입에 넘나드는것을 막을 수 없어(롤충이라 미안해)
그래도 파오후의 내공으로 모두 비워버렸어.
전장의 흔적이야.
다 먹고났는데 물컵 없는거 보이지? 물이 필요가 없었어.
그만큼 깔끔하다는 이야기야 원래 타 업소에서 먹었을때는
자극적인 맛 때문에 자꾸 물을 마시게 되는데 이 집은 다 먹고 나서까지도 물한모금 먹지않아도돼
진짜 짬뽕은 짬뽕대로 탕수육은 탕수육대로 최고인 집이야.
기회가 되서 지나가다 어? 여기 리뷰공화국 올라온집아니야?
라던지. 사진속 업소가 익숙한 사람이라면 추운 겨울 뜨끈하고 담백해서 좋은.
짬뽕한그릇에 탕수육, 미성년자가 아니라면 소주나 이과두주를 곁들이면(탕수육에 이과두주 조합 개미침. 꼭먹어라 두번먹어라)
잠시나마 혹한의 추위도 잊게만들거야.
읽어줘서 고맙다.
새해복 많이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