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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아너드[Dishonored]리뷰 - 인내는 쓰지만...

작성자스플라이서|작성시간15.12.30|조회수2,032 목록 댓글 8



0. 서론


'게임은 종합예술이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표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게임은 '예술'로 볼 수 있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하며,

게임은 충분히 형이상학적인 가치에 대한 사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런 명언도 있다. 맞는 말이다. 게임하는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재밌으니까 하는 거지.

하지만 게임 또한 음악, 미술, 연극 및 영화와 같이 문화라는 개념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

우리가 영화의 구성, 내러티브와 메시지, 그 파급력에 대해 논하듯

게임의 그것들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논할 수 있으며, 그럴 수 있어야 한다.

당장 이 카페에서도 롤을 통해(내가 똑바로 읽었다면)'가상의 세계를 통해 초인에 이르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이 글은 [디스아너드]에 담긴 인간의 도덕적 선택에 대해 서술하여,

게임도 인간적 사유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어필해 보고자 한다.





<Ending Song - Honor for All>


[디스아너드Dishonored]

개발 - Arcane Studio

배급 - Bethesda Softworks

출시일 - 2012년 10월 10일

장르 - 1인칭 잠입 액션

메타크리틱 점수(PC) - 91

(첨언하자면 메타크리틱 점수에 대한 개인적 기준은 다음과 같다 -

70대 : 평작/취향타는 게임, 80대 : 수작, 90대 : 갓-겜)





1. 스토리 - 혼돈 지수



[주인공 코르보 아타노]



스토리는 귀족파의 음모로 인해 여제 암살과 황녀 납치의 누명을 쓰게 된 여제의 개인 경호이자 (작중 공공연한 비밀로 취급됨)여제의 연인이자 황녀 에밀리의 아버지인 코르보가 방관자라는 신적 존재의 도움과 왕당파의 지원을 받아 가면을 쓰고 역병이 퍼진 도시를 돌아다니며 귀족파 인원들을 차례차례 처리한다는 것이 기본 골자인데,





이 게임은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른 멀티엔딩 형식을 취한다.(작중에서는 '혼돈 지수'라고 명시된다)

플레이어의 플레이 방식에 따라 적의 배치, 게임 내적인 분위기, NPC의 대사가 조금씩 달라지고,

이는 엔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사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멀티엔딩 형식은 다른 게임들에서도 충분히 찾아 볼 수 있는 방식이다.

(미연시라거나... 비주얼 노벨이라던가... 어드벤처 게임 같은 거...) 그런데,





1-(1) 분기의 기준 - '바디 카운트'



"당신의 행동은 도시에 영향을 미칩니다. 많은 사망자는 더 많은 쥐와 '우는 자(역병 말기 감염자)들', 당신을 대할 때의 동료들의 다른 반응, 그리고 더 어두운 결과를 낳습니다."



문제는 그 분기의 기준이 플레이어가 죽인 사람 수로 결정난다는 것이다.

플레이어가 죽이고 지나간 시체는 역병을 옮기는 쥐의 좋은 식량이 되어 역병 전파에 일조하고,

암살 목표들은 경비 인원들을 단신으로 전멸시키고 찾아오는 가면 쓴 괴한에 겁먹어 경비를 더욱 강화하며,

동료들도(정작 암살 임무로 주인공 보내는 건 자기들이다)주인공을 미친 복수귀쯤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한창 좋은 것들만 보고 자라야 할 나이인 힛걸(CV. 클로이 모레츠)황녀님의 정신 상태에도 영향을 끼치고,

이 모든 요소들이 맞물려 최종 엔딩에 영향을 준다.

위의 리뷰 말마따나 '암살 게임인데 죽이면 배드엔딩' 이다.


그리고 이 분기 조건은 후술할 1-(2)와 적절하게 맞물린다.

 


[고혼돈/저혼돈 상태의 에밀리의 그림]





1-(2) 비살상 루트 진행의 어려움



[(본편 기준)디스아너드의 장비/능력/강화의 분류]



디스아너드의 전투 시스템은 잠입 암살/전면 전투/(잠입이 전제된)비살상 제압으로 분류된다.


살상 루트로 게임을 진행할 경우 대부분의 장비와 능력을 응용할 수 있지만

비살상의 경우 장비와 능력의 선택 영역이 매우 제한된다.

뒤에서 접근해 목을 조르는 제압법 말고는 수면 다트밖에 방법이 없고 소지 갯수 또한 다른 살상용 장비들에 비해 매우 적다.


그리고 잠입 게임의 특성상 죽은/기절한 사람이 발각되어도 잠입에 차질이 생기는데,

전면 전투에 돌입한다면 시체를 굳이 치우지 않아도 되고,

특정 능력을 찍으면 시체가 증발하여 치울 일도 없어지는 살상 루트와 달리

발각되지 않는 플레이가 강제되는 비살상 루트는 적을 제압한 후 안전한 곳에 옮겨 놓아야 발각되지 않고 플레이를 지속할 수 있다.



[살상 능력의 응용 예시]



호쾌한 살상 플레이를 즐기고 점점 더 암울해져 가는 배경과 찝찝한 배드 엔딩을 보느냐,

정적이고 훨씬 더 머리를 복잡하게 굴려야 하는 비살상 플레이를 하고 깔끔하게 굿 엔딩을 보느냐.

여기서 플레이어의 내적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2. 선악 시스템 - 심리적 제약과 행동적 제약



[선악 시스템을 차용한 게임의 예시 - 인퍼머스 : 세컨드 선]

"선(善)의 카르마를 얻기 위해 파란 타겟을 조준하여 쏘거나, 붉은 타겟을 쏴 악(惡)의 카르마를 얻으십시오"



사실 플레이어의 도덕적 행동에 따라 분기가 갈리는 게임이 하나뿐인 것은 아니다.

위의 [인퍼머스 : 세컨드 선] 또한 주요 이벤트의 선택지+살상/제압으로 갈리는 플레이 방식으로 인해

주인공의 '카르마'가 선/악으로 결정되고 이것이 엔딩에 영향을 미친다.


"인퍼머스를 선하게 플레이한다면, 당신은 저항에 부딪혔을 때만 싸워야 합니다. 적이 전투를 포기한다면 영웅적인 플레이어는 패는 것을 멈추고 적들을 땅바닥에 메다꽂을 것입니다. 악당으로 플레이하는 것은 제압하는 것과는 달리 살인을 가능케 하므로, 플레이어는 생명을 끊는다는 조그만 도약 행위를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아마 도덕적 선택이 존재하는 게임에서의 선(善)루트 선호 경향이 나타났을 것입니다. 현재 선의 카르마 루트를 더욱 지지하는 플레이어들에 의해 [세컨드 선]의 선 엔딩:악 엔딩 비율은 2:1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 http://www.thesixthaxis.com/2014/03/27/the-duality-of-morality-second-sons-tricky-choices/


행동에 제약을 두지 않은 상태로 선/악 루트의 선택을 제시하면

다수의 게이머들은 [세컨드 선]의 엔딩 비율에서 볼 수 있듯이 선 엔딩 루트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

악인으로 플레이할 경우엔 플레이어를 까는 NPC들의 불편한 대사가 필연적으로 들어가는데,

상식적으로 '이게 다 너 때문이다' 라는 디스를 들으면서도 외길인생으로 악인이 되는 플레이보다는

기분 좋은 칭찬을 들으면서도 적절한 액션을 즐길 수 있는 선 루트를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에 반해 디스아너드의 선악 시스템이 플레이어의 내적 갈등을 일으키고 좋은 평가를 깎아먹는 요소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재미있다. 위의 '두개골을 깨부수겠다'는 리뷰도 리뷰 자체는 '추천'이다)

심리적 제약에 따라 저혼돈 루트를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에게 행동적 제약을 동반시키기 때문이다.



[에밀리는 당신의 행동을 기억할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능력 해금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게임 초반부에 병사 두 명이 마주보고 있을 때

수류탄만 하나 던져 주면 끝나는 살상 루트와 달리 비살상 루트는 한 놈이 돌아볼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한다.

이런 불편한 게임 환경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플레이어들이 꾹 참고 선 엔딩을 보았을까?



[스팀 도전과제 달성률로 본 엔딩의 비율]



다른 게임들과 달리 오히려 선 엔딩을 본 사람이 악 엔딩을 본 사람보다 적음을 알 수 있다.

인퍼머스 : 세컨드 선의 2:1 비율과 비교하면 매우 큰 차이이다.

(그 와중에 게임을 사고 엔딩까지 달린 사람들이 1/3밖에 안 된다... 역시 스팀은 게임 모으는 게임)

게다가 완전 불살로 저혼돈 엔딩을 달성한 비율은 전체 엔딩의 1/10, 저혼돈 루트의 1/6 정도 수준이다.


부정적인 면으로 취급되지만, 이 점이 디스아너드가 선악 시스템을 가진 다른 게임들과 구분되는 명확한 개성이자, 제작자의 의도가 담긴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플레이어의 도덕적 행동에 제약을 걸었을 경우에도 플레이어들이 도덕적 행동을 실행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는 위와 같다.

이름이 기억나진 않지만 얼마 전에 했던 TV 프로그램처럼

어떠한 도덕적 선택의 순간에 사람들이 취한 행동을 보는 사회적 실험의 결과와 비교하면 꽤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3. 방관자




"그래서 널 선택해서 이 '공허'로 데려온 거야."

"이제 널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겠지만, 내가 굉장히 흥미를 갖고 지켜볼 거란 걸 알고 있도록 해."

"어찌됐든, 난 재미있는 쇼를 기대하지."

"넌 날 매혹시키는군."

[방관자와 그의 캐릭터성을 드러내는 대사]



작중 등장하는 '방관자Outsider'는 디스아너드 세계관 내에서도 가장 특이한 인물(신?)이다.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인물에게 초능력을 부여하고, 그 인물의 행동을 그저 지켜보며 중간에 자신만의 평가만 내릴 뿐이다.

작중 방관자의 가장 큰 특징은

- 능력을 주면 재미있을 것 같은 인물을 선택해 능력을 부여함

- 본인은 그 인물의 행동에 전혀 개입하지 않음

인데, 이는 어떻게 보면 '게임의 플레이어'나 '영화나 연극의 관객'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주인공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인공을 선택해 주인공이 헤쳐나가는 스토리를 감상하며 즐긴다는 점이 그러한데,

이는 그의 대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어떤 엔딩을 맞건 방관자의 대사에서는 '재미있었다'라는 평가가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재미있었다'는 평가를 고혼돈 루트에서 하는 것과

플레이어 또한 살상 플레이에서 보다 다채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

왕당파가 시키는 대로 '암살'만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고혼돈 루트로 빠지는 것을 생각했을 때

어쩌면 절대적 관찰자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주변 사람들이 종용하는 전개에서 벗어나

의외성을 추구하라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4. 맺음



[미발각+불살 플레이 결과]



우리는 도덕적 선택의 딜레마에 자주 시달린다.

그럴 때마다 일반적으로 '착한 일'은 '더욱 귀찮고 힘든 일'로 읽히는 경우가 많다.

결과에 대한 보람을 위해 스스로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면서 도덕을 추구할 것인지, 더 편한 길을 추구할 것인지.

선택은 자기 몫이고, 그에 따른 결과도 자기 책임이다.

디스아너드의 선악 시스템은 이러한 현실의 도덕적 딜레마를 조금이나마 반영하려 한 제작진의 실험적 시도라고 생각된다.





그래도 위에 언급했듯이 일단 게임은 재미있다.

애초에 심심하면 선악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도 메타크리틱이 90점 이상이다. 명실공히 갓-게임 맞다.

글의 주제와 안 맞아서 길게 적진 못하지만 영국 산업혁명 시기를 모티브로 한 디젤펑크 세계관도 멋있고

전투는 다양한 무기+능력 사용 조합 응용이 되면 반복성이 적어서 다회차 플레이도 재미있게 할 수 있고

단점으로 평가받는 잠입-제압 시스템도 머리 쓰는 거 좋아하는 사람한텐 잘 맞는다.

몇 달 전 속편 발표도 나왔으니(코르보 플레이어블 재출연... 어크 시리즈도 그렇고 암살자는 노인학대가 대세인 듯)

필자는 2편을 기다리면서 1편을 다시 느긋하게 즐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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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에 시험치고 학과 스케줄 끝났는데 그렇게 내용 생각해 가던 리뷰는 막상 쓰려니 쓰기 귀찮아서 이제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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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스플라이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12.30 난 3.4%다 히히
    잠입게임 자체가 1인칭이 너무 어려워...
  • 작성자본드갓 | 작성시간 15.12.30 내가 방금 뭘 본거지ㄷㄷ 게임 리뷰가 이렇게 무겁다니...
  • 답댓글 작성자스플라이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12.30 영화 리뷰 무겁게 쓰는거랑 같은 맥락이지 뭐
  • 작성자베어보자 | 작성시간 15.12.30 와 좋은리뷰!
  • 답댓글 작성자스플라이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12.30 ㄱㅅ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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