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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Pianist

[Brendel]알프레드 브렌델의 베토벤 l

작성자소향친구|작성시간05.02.10|조회수561 목록 댓글 7
정통 피아니즘의 대표 주자

Alfred Brendel 알프레드 브렌델


"사람들이 아직도 제 연주를 듣는다는 것이 정말 기쁨니다." 몇해전. 알프레드 브렌델은 한 외국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물론 사람들이, 아니 어느 누군가가 '나의 연주를, '나의 얘기'를 들어 준다는 것은 기쁘고 행복한 일일 것이다.
알프레드 브렌델. 일흔 다섯을 앞둔 노대가이지만, 아직도 그렇게 음악을 매개로 한 '사람들과의 소통'에는 가슴이 설레고 기쁘기만 한 연주자이다.





지난 1998년, 알프레드 브렌델은 유럽 각국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이 일련의 기념 연주회는 1931년, 체코의 모라비아 지방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했던 그가 1948년, 오스트리아의 그라츠에서 첫 독주회를 개최한 지 50년 만에 가진 '데뷔 50'주년 기념'의 의미를 지닌 뜻깊은 연주회였다.


사실, 지난 20년은 음악 애호가. 특히 피아노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잔혹한 시절이었다.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을 필두로, 빌헬름 켐프,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클라우디오 아라우, 아르투르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글렌 굴드,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 에밀 길렐스 같은 거장들이 속속 세상을 떴기 때문이다. 아쉬케나지, 폴리니, 루푸, 아르헤리치, 페라이어 같은 중견 피아니스트들이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더구나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새로운 연주자들의 모습은 아직도 못미덥기만 하다. 그런 점에서 브렌델의 데뷔 50주년 기념 연주회는 더욱 그 의미가 돋보이는 연주회였다.

게다가 브렌델은 1999년에 사이먼 래틀과 협연으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 음반을 내놓았고, 2000년에는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새롭게 내놓았다. 워낙 시절이 하수상하다 보니 연주깨나 한다는 젊은 연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크로스오버를 외치며, 재즈다 뭐다 소속 불분명한 음반을 내놓고 있지만, 브렌델은 끊임없는 연주와 녹음에서 정도 걷기를 고집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자세야 말로 우리에게 그의 존재를 더욱 소중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요인이며, 그의 음악세계를 돌아 보게끔 하는 매력일 것이다.



마르지 않는 상상력의 원천 - 베토벤의 음악 세계

브렌델이 태어난 곳은 체코였지만, 그의 조상은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체코 등 다양한 피가 섞인 가문이었다. 유고의 자그레브와 오스트리아 그라츠 음악원에서 공부했던 브렌델은 열 두살 때 루체른에서 에드윈 피셔의 마스터 클래스에서 배우기도 했다.
1949년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이름이 알려졌지만, 데뷔 초기에는 연주보다 회화와 문학 등에 심취하는 등 남들과 달리 음악 외적인 것에 더 취중했다.

브렌델이 피아니스트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60년, 잘츠부르크 음악 축제에서 비엔나필하모닉과 협연하면서 부터였다. 이 시기, 그는 미국의 VOX레이블을 통해 많은 음반을 출반했는데 그중에는 베토벤의 피아노를 위한 모든 작품을 세계 최초로 녹음한 것도 포함된다.
그러나 마이너 레이블이었던 VOX에 한계를 느낀 그는 1969년 런던으로 이주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즉, 1970년에 베토벤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유럽 각지를 돌며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여 일대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필립스와 계약하면서 중견 피아니스트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브렌델은 이제 몇 남지 않은 대표적인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82, 83년에는 7개국 11개 도시를 순회하며 총 77회에 달하는 '베토벤 마라톤' 연주회를 갖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알프레드 브렌델의 화려한 디스코그라피를 들여다보면 다른 피아니스트들과 다른 점이 쉽게 눈에 띈다. 바로 몇몇 레퍼토리의 반복 녹음이다.
슈베르트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14~21번)의 경우, 71~74년과 87~88년, 두 차례의 녹음을 남겼고, 남들은 평생 한 번 하기도 어렵다는 베토벤의 소나타 전곡은 지난 96년, 필립스의 새로운 전집 녹음이 완성됨으로써 세 차례의 녹음을 남긴 최초의 연주자가 되었다.
한편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은 무려 네 차례의 녹음을 남겼다. 60~62년의 VOX녹음을 시작으로, 75~77년의 하이팅크-런던필 협연, 83년의 레바인-시카고심포니 협연의 실황음반, 그리고 가장 최근인 97~98년의 사이먼 래틀-빈필의 협연 음반이 바로 그것이다.

이 녹음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베토벤의 피아노 작품에 대한 브렌델의 관심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이며, 지난 세기 동안 가장 많은 베토벤의 음반을 내놓은 피아니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반뿐 아니라 연주회에서도 그는 베토벤을 가장 많이 연주한 피아니스트로 손꼽히는데, 1962년부터 10년간 무려 네 차례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무대에서 연주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브렌델이 이렇게 베토벤의 음악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세 차례나 녹음을 했고, 그 자신조차 정확히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무대에서 연주했을까?
브렌델은 이같은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베토벤 소나타들은 연주할 때마다 내게 무언가 말하고 있다."고. 다시 말하자면, 브렌델에게 베토벤 소나타는 아직도 해석의 여지가 무궁무진한 '마술상자' 같은 작품인 것이다. 오랫동안 그의 연주회를 빼놓지 않고 찾았던 한 팬이 그에게 "오늘은 이 곡을 완전히 다르게 연주했다"고 하자 "나는 똑같이 연주할 능력이 없다"고 답했던 일화도 있다.

물론 기계가 아닌 사람에게 늘 똑같은 연주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브렌델의 경우는 단순히 그런 차이를 넘어서 베토벤의 작품에 늘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것이다. "전에 연주했던 경험을 가능하면 제거하고, 새로운 경험을 이끌어 내려고 하는" 연주자세는 그가 악보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연주자라는 것을 보여준다.




정확한, 완벽한 연주 추구

브렌델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또 한가지는 바로 완벽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그는 스스로 "'정확한' 연주자가 되려고 한다."고 말했고, 여기서의 '정확'이라는 의미는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과 함께 세밀한 세부 묘사를 겸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안목'은 변하기 마련이고, 따라서 마음에 들지 않는 연주나 녹음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같은 이유로 브렌델은 약 40년 동안 베토벤의 소나타를 연주했고, 세번의 녹음을 남기게 되었다. 물론 어떤 연주자가 어떤 곡을 연주하고 싶다고 하여 그곡을 마음대로 녹음하고 연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점에서 브렌델은 스스로 인정하듯 매우 운이 좋은 연주자였다. 브렌델은 1959년에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녹음할 때 그 곡을 처음 연주했다. 또 1964년, VOX에서 '디아벨리 변주곡'을 녹음할 때 역시 그곡을 처음으로 연주했다. 그것은 하나의 모험이었지만 그는 성공을 거두었고, 베토벤의 스페셜리스트로 인정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의 수많은 베토벤 연주들 가운데 그 자신이 꼽는 명연은 과연 어떤 것일까? 브렌델은 이 질문에 대해 주저 하지 않고 두번의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 실황녹음과, 역시 실황 녹음이었던 '디아벨리 변주곡' 음반을 꼽았다.

그가 꼽는 첫번째 '함머클라비어'는 1960년대 초 녹음된 VOX전집과 1970년대 녹음된 필립스 전집의 두번의 스튜디오 녹음이 존재하는 상태였던 1983년, 전집 녹음과는 무관하게 영국 BBC 방송용 실황 연주를 음반화한 것이었다. 한편 두번째 것은 1996년 초, 그의 세번째 전집을 위해 빈에서 실황으로 녹음되었다.
83년 녹음은 앞서 브렌델 자신이 말했던 '정확'에 가장 걸맞는 연주로 전체적인 곡의 구조가 탄탄하게 짜여 있으면서, 세밀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 연주이다. 96년 녹음은 브렌델의 컨디션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을 때의 연주로, 90년대 초부터 등에 통증을 느껴 '함머클라비어' 같은 대곡을 연주하는 것을 기피해 왔다. 하지만 그는 스물한 살 때부터 그와 함께 해온 이 작품을 거의 기적적으로 소화해 냈다. 물론 그 스스로도 83년의 연주에 더 애착을 느낀다고 했지만, 이 연주는 CD화 되면서 디지털 리마스터링 과정에서 음질이 약간 손상되었다는 점이 불만이다.
아무튼 그의 96년 녹음은 브렌델에게 '마지막 함머클라비어'가 될 가능성이 큰 연주이다.


'디아벨리 변주곡'은 1976년 역시 BBC를 위한 방송용 실황연주로 라이브 특유의 긴장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명연이다. 브렌델은 이 녹음들을 들을 때면, "자기 자신을 느낀다"며 깊은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브렌델은 그라모폰 지와의 인터뷰에서 96년의 전집 녹음을 끝으로 베토벤 소나타 사이클에는 다시 도전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만큼 세번의 전집과 여러 차례의 연주회를 통해 최선을 다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나타 사이클은 그렇게 96년 녹음을 마지막으로 일단락 되었지만, 협주곡에 대한 브렌델의 열정은 계속되었다. 즉, 97~98년 동안 쿠르트 마주어, 클라우디오 아바도, 네빌 매리터 등과의 연주회를 통해 베토벤 협주곡을 계속 연주했고, 결국 베를린필하모닉의 새로운 상임지휘자로 선출된 사이먼 래틀과 명문 빈필하모닉의 협연으로 네 번째 전집을 내놓았다.
레바인-시카고 심포니 협연의 열정적인 실황 음반으로부터 15년이 지나서 다시 접하는 브렌델의 협주곡 연주는 분명 원숙한 맛이 넘치는 연주로 래틀의 협연도 피아노와 맞서지 않고, 푸근하게 감싸는 듯한 느낌을 준다.

노 대가에 대한 경의라고나 할까. 브렌델은 최근 네빌 매리너와의 협연에 대해 언급하면서, "진정 피아니스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 두사람은 1970년부터 무려 15년에 걸쳐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전집을 녹음한 바 있다. 얼마나 긴 노력의 결실인가!) 사이먼 래틀의 경우도 앞으로 그의 좋은 협연 상대가 되리라는 예감을 갖게 한다.







끊임없는 '사람들과의 소통' 진정한 대가의 모습

이렇듯 알프레드 브렌델에게 베토벤은 그의 연주 일생을 통해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는 작곡가이다. 브렌델의 인연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1996년에 출반되었던 미하엘 길렌과 남서독일 방송관현악단과의 협연에 의한 쇤베르크의 피아노 협주곡 역시 독특한 인연을 갖고 있는 음반이다. 즉, 브렌델이 이곡을 1960년에 같은 지휘자, 같은 악단과 녹음했던 것이다. 무려 36년만에, 그것도 같은 장소인 바덴바덴의 한스 로스바우트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이니 음반사를 통틀어 이같은 인연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곡은 당시로서는 지극히 모험적인 레퍼토리였고, 오케스트라에게조차 쉽지 않은 곡이었지만 브렌델의 새로운 녹음은 그동안 이 곡이 오케스트라에게 얼마나 익숙한 곡이 되었는지 알려준다.

한편, 브렌델은 1999년에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역시 다시 녹음하였는데, 1979년에 클라우디오 아바도-런던 심포니와의 녹음에 계속 불만을 느꼈던 결과이다. 브렌델은 특히 "1, 2악장에서 아직도 이곡이 내게 무언가를 더 말하려고 하는 것을 느낀다."며 새 녹음에의 강한 의지를 보였고, 쿠르트 잔데를링-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인 새로운 슈만의 협주곡 음반은 아직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기대를 모으는 음반이다. (출시 되었습니다.)



연주자로서 자신의 음반을 돌아본다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이다. 하지만 브렌델은 시간만 허락된다면 그 자신이 녹음했던 모든 음반들을 들어보고 좋은 것과 나쁜것을 가려내는 연주자이다. 물론 그의 모든 음반을 다시 들을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연주들은 있다. 하이든 '소나타 52번'과 부조니의 '토카타'연주,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0번 D.959' 4악장 연주(1971년 녹음), 역시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5번 D.840' 1악장 연주(1995년 발매), 그리고 1988년 녹음인 슈베르트의 즉흥곡이 그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연주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더 나은 연주를 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브렌델에게,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척하려는 시도가 상대적으로 모자란 것은 분명하다. 물론 기존의 음반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완벽한 연주'를 찾는 노력 탓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건강 때문이기도 하다. 새로운 레퍼토리를 연습하기 위해 악보 앞에 앉는 것이 아픈 등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새로운 레퍼토리를 완전히 제쳐놓은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쿠르탁이라는 현대음악 작곡가의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그밖에도 부조니의 작품들과 리스트의 몇몇 후기 작품을 연주하려고 한다. 아울러 1979년부터 녹음을 시작한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가지고 있다.



연주하는 것이 늘 즐겁다는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
올해로 일흔 넷을 맞은 이 대가의 가장 큰 소원은 건강이 더 유지되어 좋은 연주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음악을 매개로 한 '사람들과의 소통'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음악 춘추 2000/9 ㅣ 전진수 (음악 칼럼리스트)




이 글은 2000년도에 씌여진 글입니다. 그래서 부분 부분 수정 했으며, 아래 음반들은 2000년 이후에 녹음된 브렌델 음반 입니다 .


모짜르트 협주곡 22번, 27번 / 모짜르트 협주곡 9번, 25번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 3, 4, 17번 / 그의 아들(첼리스트 '아드리안 브렌델')과 함께 녹음한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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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발칙슈타인 | 작성시간 05.02.12 그래도 필립스의 90년대 녹음이 70년대보다 싸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90년대 녹음으로 샀습니다. 순전히 돈땜시..ㅋㅋㅋ
  • 작성자♡LeafBird♡ | 작성시간 05.10.29 집에 베토벤 음악 cd 알프레드 브렌델님이 연주한거 있어요
  • 작성자베토벤사랑 | 작성시간 05.12.16 저두요~~시디있어요~~
  • 작성자아름다운 센느강 | 작성시간 08.12.17 아 제가 대학 입시 볼때 베토벤소나타3번쳤어요. 이분앨범베토벤3번만 죽자살자 들었는데. 결국 떨어진 이유는... 벼락공부는 도움이 없구나... ㅋㅋㅋ지금도 들으면 너무들어서 태클이 걸려요.. ㅋㅋㅋ
  • 작성자미애 | 작성시간 12.04.20 아.. 내가 본 연주중에 가장 빛나는 소리였던 브렌델.... 모든걸 씻어내는. 은퇴해서 아쉬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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