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빌렌도르프의 비너스(Venus of Willendorf)

작성자SVLLA|작성시간07.01.13|조회수2,772 목록 댓글 2
영화 <<13번째 전사 The 13th Warrior>>(1999, 존 맥티어난 감독)를 보면, '시체를 먹는 사람들'이 작은 조각상을 부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이 부적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조각으로 평가되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1909년 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 지역에서 고고학자 Josef Szombathy에 의해 발견되었다. 현재 오스트리아 빈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사진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다. 사진 상으로는 조각의 크기가 커보이지만 실제로는 약 11Cm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으로부터 약 2만 년~1만 5천 년 전 구석기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Vienna Natural History Museum

 

 

그렇다면 왜 '비너스'일까. 비너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로마식 이름이며, 밀로의 비너스나 보티첼리가 그린 작품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따라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비너스의 일반적인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왜 이렇게 지나치게 과장된 조각에 비너스란 이름을 붙였을까. 
 
구석기 시대에 제작된 여성 조각에 처음 비너스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1860년대부터이다. 프랑스 고고학자 Marquis de Vibraye는 도르도뉴 지방에서 머리, 팔, 발이 없는 8Cm 가량의 상아 조각상을 발견한 후 <정숙하지 않은 비너스 Venus impudique(immodest Venus)>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그리스 고전기의 조각 <정숙한 비너스 Venus pudica(modest Venus)>를 패러디한 것이다.

 

Photo: J. Jelinek, The Evolution of Man

 

 

<정숙한 비너스>의 일반적인 유형은 마치 부끄러운 듯 두 손으로 자신의 나체를 가리려고 하는 자세를 하고 있다. 이에 비해 Vibraye가 발견한 조각은 신체를 드러내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 않고 당당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정숙하지 않은 비너스>라는 이름을 갖게 된 듯 하다. 이후에도 원시 여성 조각상에 비너스라는 이름이 많이 붙여졌는데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역시 그런 사례이다.

 

그렇다면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구석기 시대 미인의 조각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히 우상이나 여신상으로 만들었던 것일까.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실제 여성을 모델로 해서 만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무릎 부분의 묘사와 손을 가슴에 올려 놓아 생긴 홈 등이 실물을 보고 조각한 듯 매우 사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우상이나 여신상이 아닌 실재했던 여인의 초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렵과 채집에 의존하던 구석기 시대의 생활상을 고려할 때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같은 체형의 여성은 생활하는데 매우 불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아프리카 등지에서 수렵으로 살아가는 부족들의 체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구석기인이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처럼 살이 찔 기회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조각의 모델은 생산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특별한 여성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단순히 우상일 수도 있다. 조각의 크기로 보아 부적처럼 가지고 다녔으리라 추측되며 배와 가슴을 과장하여 조각한 것은 다산(多産)의 기원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이 풍만한 여체를 미인의 조건으로 꼽았듯이 구석기인들은 부와 풍요의 상징으로서 살찐 여성을 선호했을 가능성이 높다.

 

비너스상이 실제인물을 조각한 것이라면 적어도 이정도의 체형을 가진 여성이란 소리다.

 

 

구석기 시대에 특별한 형태의 여성에 대한 지각이 존재했던 것 같다. 프랑스 서부에서 러시아 서부까지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커다란 배와 가슴, 그리고 조각이 제대로 되지 않은 얼굴과 생략된 발을 가진 여성상이 발견되고 있다. 또한 남성 조각에 비해 여성 조각이 많이 발견되는 것은 구석기 사회 여성의 지위나 역할이 상당히 컸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우상을 나타낸 것인지 아니면 실제 인물을 조각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풍요(豊饒)와 다산(多産)'에 대한 기원 이상의 의미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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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sulla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7.01.19 모계사회의 존재를 알 수 있는 이 작품은,,,크기로 봐서...우상의 의미을 가진 개인용 장신구 쪽일 가능성이 높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실제 인물을 조각한건지 아닌지도 중요하지만...문제는 이같은 작은 모형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인데요... 대서양 연안에서 우랄 산맥에 걸쳐 대량으로 발견되고 있죠. 이 넓은 지역이 원시 유럽인들의 활동무대이자 곧 사냥터일 텐데...그렇다면...이 장신구가 사냥의 모신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열립니다. 사냥의 모신에게 기원- 많이 잡음- 살찜- 풍요- 다산- 행복해짐 이라는 믿음의 사이클이 돌아가는...뭐 그런게 있었던게 아닐까요?
  • 작성자seeker | 작성시간 07.01.22 그 당시로서 존재하기 힘든 체형은 부적 같은 의미로 제작 또는 소유하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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