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인 이야기]동화같은 유럽 목재 골격의 집, 왜 위층일 수록 큰가?

작성자sulla|작성시간06.12.05|조회수1,035 목록 댓글 1

Half-Timbered Houses, Strasbourg

 

 

1. 널리 분포된 목재 골격의 문화

 

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의 거리에서 아취(雅趣)에 넘치는 목재 골격의 집들을 보면 아, 멋지군! 감탄의 소리를 지르고 싶다. 독일에는 목재 골격 구조의 집이 특히 많다. 특히 메르헨 가도를 따라 가면 오래 된 거리의 매력이 아름다운 목재 골격 구조의 집들에서 풍겨옴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알자스, 노르망디, 브르타뉴의 세 지방이 목조가옥의 명소인데, 그 밖의 지방에도 뜻밖의 장소에서 멋진 목조가옥들을 만날 수 있어 옛스러운 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영국은 목재 골격의 집을 오래 전부터 지었다. 로마 시대 이래의 성벽이 남아 있는 것으로 유명한 옛도시 체스터나 세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라트포드를 찾는 사람이면 누구나 목조건물이 지니는 이상한 매력에 이끌린다. 그 밖의 소도시 촌락에도 목재 골격의 집은 많이 남아 있어 사진 찍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영국의 목재 골격 특색은 목재 골격으로 화사한 문양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호의 집이라든가 귀족의 시골 저택에 그런 예가 많다. 그 밖의 목재 골격의 집은 알프스 이북의 각지에서 보이는데 스페인 북부의 오래 된 도시에도 남아 있다.

 



 

2. 어원

 

독일어로는 파하베르크하우스(Fachwerkhaus), 프랑스어로는 메종 아팡 드 브와(moison a pans de bois)라고 하는데 모두 나무의 구획으로 된 집이라는 의미이다. 영어로는 하프 팀버드 하우스(half timbered house)라고 한다. 본래는 전부를 돌이나 벽돌로 건축해야 할 것을 절반은 나무를 쓴 집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표현한다. 한국 등 동양의 목조 건축과 유럽의 목재 골격의 집이 갖는 구조원리상의 차이가 이 영어식 표현에 잘 드러나 있다. 

 

 

3. 왜 위층일수록 크게 있는가? 

 

목재 골격의 집은 1층보다 2층, 2층보다 3층이, 그런 식으로 위로 올라갈수록 커지고 옆으로 삐져나온 예가 많다. 목조 건축은 올라갈수록 작아진다는 것이 동양인의 상식이므로 이것은 매우 기이한 느낌이 든다. 거기에 메르헨적인 맛이 곁들여 목재 골격 구조를 한 집에 대한 흥미를 더해 준다. 한국의 목조건물은 5층탑과 같은 다층 건축일지라도 기둥과 서까래가 한 몸체로 이루어져 있어 1층에서 최상층까지 하나의 통일된 구조체로 되어 있다. 따라서 상하층을 꿰뚫는 기둥수가 많을수록 그 건축의 강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목조 골격 가옥의 각 명칭

 

 

그에 대하여 유럽의 목재 골격 구조에서는 각층이 서로 독립된 한 개의 상자와 같은 구조로 이루어진다. 그런 상자를 차례 차례 쌓아 올리는 모양으로 해서 다층 건물이 된다. 아귀를 맞춰서 차곡 차곡 쌓기만 하면 아래 상자보다 위층에 엎힌 상자가 조금 큰 편이 오히려 안정감이 있다. 물론 상하의 상자는 서로 '꺽쇠'를 박아 고정시켜 놓았지만 그래도 지진이 자주 있는 곳에서는 위층이 굴러떨어질 염려가 있었다. 알프스 이북의 유럽에는 그런 걱정은 아예 할 필요가 없다.

 

또 지붕의 테는 그 바로 아래 있는 층계와 일체가 되어 하나의 상자를 구성하고 있다. 그 때문에 지붕밑 다락방은 독립된 층이 아니라 그 아래 층과 지붕을 받치는 틀과 함께 묶인 커다란 상자의 일부로 된다. 2층이 붙어서 한 개의 상자가 된 것도 있다. 아래층만이 석조로 된 예는 꽤 많은데 이것은 미관, 안정성, 내구성이라는 이유 이외에 취사나 직업상 1층에서는 불을 써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렇게 한 것이다.  
                 

Built in 1554, 위 층일수록 더 크다

 

 

4. 재목이 휘었어도 상자가 견고하면

 

목재 골격의 집은 바깥쪽을 전면에 석회칠을 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목재 골격이 충분이 노출되었다. 그런 집을 잘 관찰해 보면, 한국 건축에서는 당연히 통주로 되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이 층마다 단절되었다. 쌓아 올린 것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아래층 상자의 천장으로 되어 있는 목재와 위층의 바닥으로 되어 있는 목재의 배열을 서로 직각이 되도록 하였다. 그래야만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건물을 바깥쪽에서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허리가 휘어진 목재를 엮어서 지은 집이라는 것과 골격 구조에다 조각과 채색을 하고 목재 골격 자체에 문양을 표현한 것이 독특한 멋을 낸다.

 

한국 건축은 구조원리상 기둥이 휘면 말이 안 되는데 서양인들은 휘어진 목재도 그대로 쓴다. 유럽의 목재 골격 구조는 재목이 부러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받치는 상자의 강도에 지장이 없다면 하등의 관계가 없다. 앞 사진처럼 재미있는 모양을 한 집이 얼마든지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런 집을 지은 사람은 겉멋을 부린 것도 아니고 득의 만만해서 그런 것도 아닐 것이다. 구부러진 목재에 싸서 그런 것은 아닐까, 세익스피어의 부인인 앤 해서웨이의 친정집 다락방을 가보면 등이 구부러진 재목을 참으로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Fachwerkhaus in Frankreich im November 2004 (ohne Ortsangabe).

 

 

5. 목재 골격 구조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조각과 채색

 

목재 골격에 조각을 한 예로 관광객들이 잘 들르는 곳으로는 로맨틱 가도의 딩켈스뷜에 있는 도이체스 하우스가 유명하다. 이 집은 호텔 레스토랑으로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로맨틱 가도를 관광한 후 점심 장소로도 많이 간다. 조각은 매우 정교하며 또 목재 골조 자체가 화려한 문양으로 되어 있어 이 집이 꽤 멋부린 깔끔한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각 채색을 한 목재 골격 구조의 집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모습으로 뛰어난 고장은 북부 독일의 고슬라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의 전설로 유명한 하메론이 그 다음쯤 된다. 이 도시들은 메르헨 가도에서 가까운 도시들이다. 필자가 지금까지 본 것 가운데서 가장 감명이 깊었던 것은 프랑스의 루아르 지방의 앙제에 있는 아담의 집이다. 400년의 풍설을 견뎌내면서 결이 갈라진 큰 목재 골재에는 손을 마주 잡은 연인들의 조각과 유흥장 모습의 조각이 있다. 그런가 하면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하는 높은 곳에서 소변을 보는 남자 조각이 길가는 사람들을 내려다 보고 있다.

 


Maison d'adam in Angers

 

 

6. 동양의 건축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

 

유럽의 목조 건물이 동양의 건축과 다른 또 하나의 큰 차이점은 벽이 맡고 있는 역할이다. 목조 골격의 집은 바깥을 전부 석회로 칠해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목재의 골재와 골재 사이에만 석회를 칠한다. 그러면 우리의 목조 백벽과 매우 느낌이 비슷해진다. 그러나 비슷한 것은 외양일 뿐 벽이 맡고 있는 역할은 유럽과 일본이 매우 다르다.

 

어쩌다 석회가 떨어져 나가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석회칠을 하지 않은 목재 골조 구조의 집을 살펴보면 목골과 목골 사이에 벽돌이나 잡석을 깬 것이 꽉 차 있다.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는 로마네스크나 고딕 양식을 설명할 때 이야기 한 것처럼 유럽의 건축 원리에서는 벽체가 건물 자체를 지탱하는 데 가장 중요한 힘이 되기 때문이다.

 


Half-timbered wall

 

 

유럽의 건축은 벽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견고하다. 폐가가 되었을 때 그것을 자세히 살필 수 있다. 이미 옛날에 지붕은 썩어서 무너져 내리고 문이나 창, 기둥도 없어졌는데 벽만은 의젓하게 남아 있다. 그런 예는 여행중에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전통적인 동양의 건물의 구조를 지탱하는 것은 기둥과 동량이며 벽은 그냥 그런 골격에 기대어져 버티고 있을 정도이다. 동양식 매달린 벽은 세계적으로 극히 소수로 한국 이외에 네팔이나 부탄 등에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유럽만이 아니라 아시아의 대부분 지역에서도 벽체가 건물의 중요한 지주 노릇을 하고 있다. 중국, 인도,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지를 여행하다보면 벽만 남아 있는 폐가를 흔히 볼 수 있다. 동양의 건축에서는 벽을 드러내버려도 기둥과 서까래만으로 까딱없이 서 있다. 다른 나라의 전통적인 건물에서는 벽을 드러낸다는 것은 건물 자체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목골 사이에 그처럼 벽돌 조각이 꽉 차 있다는 것은 그러한 건축 원리의 차이 때문이다.

 

The oldest house in the village Walldorf

 

 

7. 왜 반은 목재로 쓰는 것이 좋은가

 

이것으로 목재 골조 집을 영어로 왜 하프 팀버드(half timbered)라고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벽돌만 가지고 3층, 4층 건물을 지으려면 벽돌 벽의 두께만 적어도 40센티미터 이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목재를 짜 맞춰 상하를 같은 구조물로 만들고, 그 사이 사이를 벽돌로 메운다면 벽의 두께는 20센티미터로 충분하다. 요컨대 하프 팀버트에서는 나무를 반만 쓴다면 벽돌은 반 이하로 줄어든다. 게다가 벽돌만 가지고 만드는 것보다는 강도도 큰데다 장식 효과까지 낼 수 있으므로 이 양식이 인기를 얻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목재 골격 구조가 한창 유행하던 때는 대륙에서는 15세기부터, 영국에서는 16세기부터였다. 대륙에서도 영국에서도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목재 골격으로 유명한 건축은 대개 16세기 것이다. 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1세를 마지막으로 하는 튜더 왕조의 시대였으므로 이런 건축을 튜더 양식이라고 한다. 목재 골격 구조의 가옥은 18세기경까지 유럽 각 지방에 세워졌다.

 

 

출처: 베니야마 유키오(오정환 옮김, 1992), <<유럽은 재미있다>>, 동아출판사.

 

그림: 로마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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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sulla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6.12.06 4번 항목 "한국 건축은 구조원리상 기둥이 휘면 말이 안 되는데"부분에서 저는 저자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임석재 선생(여대 건축학과)의 책을 보면 개심사(寺)를 비롯해 한국의 전통 건축물들의 기둥이 모두 반듯반듯한 목재가 사용된 것이 아니라던데...이건 다분히 이 땅의 목재자원의 특성에 기인하다는 것이죠. 건축공학상 목재의 반듯함보다 견디는 힘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선조들도 휘어진 재목을 충분히 활용했다는게 선생의 생각이고...저도 공감합니다. 그러기에 서양 가옥에도 휘어진 재목가 사용된 것이죠. 아무렴 유럽, 자기네들만 자연미를 연출할 줄 알았던 아니겠죠...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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