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인 이야기]18세기 프랑스 로코코 시대, 커피 대유행

작성자ςυllα|작성시간05.11.26|조회수333 목록 댓글 2

솥뚜껑 달아오르듯이 쉽게 뜨거워졌다가 금방 식어 소멸하고 마는 유행이 있다. 또 돌고 도는 속성이 있다는 말처럼 한때를 풍미하다가 사라지고, 또 다시 풍미하는 때를 맞는 순환하는 유행도 있다. 그리고 드물기는 하지만 한 시점에서 폭발적으로 인기가 치솟은 이래로 끊임없이 지속되는 유행도 있다. 우리는 그런 유행을 ‘생활’이라고도 부르고 ‘문화’라고도 부른다.

 

커피가 유럽에 대유행을 타기 시작한 프랑스 로코코 시대 이래로, 커피는 곧 생활이고 문화가 되어 버렸다. 자, 그렇다면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커피를 찬미하고, 커피를 추종했던 그 첫 시기, 프랑스와 독일의 18세기가 궁금해진다. 시간 여행의 목적지를 1700년대 중반쯤에 맞추고 시계를 거꾸로 돌려본다.

 

 

로코코 시대의 프랑스, 커피가 유행이 되다

 

역사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과거 속에서 커피가 문화와 밀접한 연관이 얼마나 있는지를 탐문해 본 적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관심이 있던 시기는 18세기의 프랑스였다. 로코코시대로 대변되는 이 시기는 ‘문화의 세기’라고도 불렸다. 이 시대에는 처음으로 문학의 영역이 책이라는 형태에서 벗어나, 그 범위를 삶의 모든 분야에까지 제한 없이 넓혀가게 된다. 모든 연애 편지는 문학적인 스타일로 씌어졌고, 모든 과학적인 발견은 문학의 형식으로 발표되었다. 의사들은 환자의 머리맡에서 맥박을 재는 동안 대화를 말이 아닌 글로 했다. 종교도 문학이 되었다. 그때는 사회적 영역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문학 그 자체에 혁신적인 변화가 도래할 것이라는 것이 예측된 시기였다.

 

이때에 커피는 프랑스에서 최초로 유행처럼 받아들여졌으며 문화적으로 밀접한 의미를 띄게 된다. 이전의 바로크 시대의 장엄함과는 달리 문화적인 재치와 풍자가 난무하던 이 로코코 시대에 많은 지성인들은 커피가 그들의 정신을 맑게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 커피는 그들의 재치를 도와 주고 문학적 표현에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는 사실도 알아채면서 커피는 그들의 동반자로 받아들여졌다.

 

몽케스키외는 이러한 시대적 사회적 상황을 읽고는 "파리에서 커피가 유행하게 된 것은 위대한 일이었다. 커피가 제공되는 가게에서, 주인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커피가 재치를 주는 방법을 알고 그것을 준비했다. 어쨌든, 그들은 손님들이 일단 커피를 마시면 적어도 네 배 이상은 총명해지는 것 같다고 믿는다." 라고 그의 글에서 서술했다.

 

커피를 극도로 찬미한 시(詩) 문학가들이 커피에 보내는 찬사와 신뢰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 당시를 풍미했던 이름 없는 시 한 구절을 보더라도 이에 대한 징표가 여실하게 나타나진다.

 

작은 위트 하나를 커피가 반짝이게 한다 가장 시시한 작가라도 커피 때문에 창의력이 풍부해질 수 있다 커피 안에는 미덕이 있으며 어리석은 지성을 날카롭게 해 준다 커피 방울방울이 우리에게 권능을 부여하며 쉬지 않고 빠르게 재잘댈 수 있게 하며 우리의 상상력을 발현시켜 훌륭한 글을 쓰게 한다 구름 속에서 피어오르는 이 부드러운 증기는 우리를 위해 향을 낸다.

 

커피에 대한 찬양의 서사시를 썼던 리모존 디디에르는 심지어 하늘에서 빛을 내뿜는 커피의 신이 존재한다는 선언을 하기까지 했다.

 

하늘에서 마차를 타고 있는 신은 동쪽을 지배하는 아폴론과 같은 존재이다 그의 눈이 아라비아의 펠릭스를 보는 순간 그는 이 널리 퍼질 식물의 탄생을 보았다 김이 나는 이 음료가 담긴 컵을 한 모금 단숨에 마시면 그는 음료의 압도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갑자기, 작은 구름 무리에서 물방울이 대기를 안정시키고 폭풍을 흩어지게 한다 이 새로운 음료의 중요한 미덕은 오랜 기간의 학습에 매진하여 피곤해 질 때 우리의 영혼을 새롭게 하고 순수하지 않은 혈통으로 인해 퍼진 증기를 없애고 마음에 안정을 주고, 가슴을 기쁨으로 가득 채운다.

 

당시 프랑스는 이와 같은 유행에 편승해 수많은 카페들이 탄생하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물론 당시에 커피는 사치품에 속해 있어 일반 평민들까지 애호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숨쉬는 것에까지 세금이 매겨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당시의 경제 사정은 최악을 치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커피가 프랑스 혁명에 미친 영향

 

사회가 어수선할수록 커피 하우스에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지식인들은 커피 하우스에서 문학과 더불어 경제와 사회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법의 엄중한 감시가 있어서 직설적으로 혁명을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위트와 조크를 곁들여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발산시켰다. 커피는 그 위트와 조크를 생성시키는 촉매제라고 그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시기의 역사학자 미셸레는 ‘커피 그 자체가 혁명이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커피가 18세기의 지적인 삶에 ‘쾅’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고 해서 ‘폭발(etincelantr)'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취하지 않는 음료인 커피는 많은 사람들에게 술과는 달리 뇌에 강력하고 신선한 자양분을 공급하고, 상상력을 증가시켜 주고 진실의 하얀 섬광으로 현실의 물체를 비춘다' 는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그의 말대로 커피를 마시는 삶이 유행하면서 밤에 술 취한 사람들의 노랫소리와 길가에서 널브러져 있는 귀족들의 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실제로 혁명이 일어나게 되고, 혁명과 커피는 전혀 상관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대단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당시의 로코코 귀족사회는 ‘즐긴다’는 말이 일반화되어 있을 정도로 술과 파티에 젖어 타락해 있었다. 문화의 속성 중 하나는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항상 지배계급과 지식인들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인데, 커피는 그들 중 의식 있는 일부를 깨어나게 한 것이며, 문화와 커피의 세계로 유도시켜 마침내는 혁명을 일어나게까지 한 것이다. 혁명은 경제적으로 자유가 없는 상태와 철학적으로 생각할 자유가 있는 상태가 마주쳐서 폭발한 것이다. 바로 그 정점에 커피가 있었던 것이다.

 

 

베르사유 궁전의 커피 마니아

 

당시의 왕인 루이 15세도 매우 커피를 즐겼다. 의학적인 경고를 받아들인 루이 14세가 커피를 금지시켰던 것에 반하여, 루이 15세는 정말로 커피를 좋아했고, 그가 직접 만든 커피를 친구들에게 대접하기를 즐겼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사인 레노몬드는 궁궐의 온실에서 열두 그루의 커피나무를 심고, 매년 6파운드(약2.7kg)정도를 수확했다. 루이 15세는 커피 콩을 말리고 볶아서 그만의 방식으로 커피를 만들어서 손님들에게 내놓았을 정도이다. 베리 부인은 그녀 자신을 커피를 마시는 술탄의 후궁으로 그리기도 했다.

 

궁궐의 보석 세공인인 라자르 데부에는 왕이 거의 커피에 미쳐 있는 상황을 목격한 것을 일에 써 놓고 있는데 그 내용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1754년 1월, 왕은 ‘양각으로 무늬를 넣고 광을 낸 금으로 된 커피 주전자를 만들라’고 명령했다. 데부에는 그 주전자를 ‘양초 심지와 소등기를 단 알코올 램프’로 만들었다. 왕은 같은 해 3월에 ‘알코올 램프와 금박을 입힌 작은 철판, 금으로 만든 커피 주전자’도 주문했다. 이러한 자료는 커피가 알코올 램프 위에서 끓여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물이 빻은 커피에 더해지고, 커피 주전자에서 연이어 몇 번 정도 끓여지고, 즉시 불을 끄면 커피에 거품이 나기 시작한다. 1763년, 주석 세공인인 레니에는 빻은 커피를 차와 같이 취급하여, 기구의 바닥에 커피를 붓고 새로 끓인 물을 그 곳에다 붓는 새로운 종류의 커피 주전자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그리 인기를 얻지 못하였다.

 

 

라이프치히에 퍼진 커피향

 

잠시 이야기를 옆으로 흘려 18세기 독일의 이야기를 해보자. 역사학자들은 17세기 말과 18세기 초에 독일 사람들이 프랑스를 동경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1730년 독일 왕가와 대공의 궁전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프랑스에서의 유행의 물결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커피는 귀족들에게까지 퍼진다. 그러나 당시는 자국에서 나지 않는 상품, 특히 커피는 법으로 제한되고 있었기에 귀족들의 풍습을 모방한 지식인과 중산층 사이에서 커피의 음용이 은밀하게 이뤄지게 된다. 그 중에서도 일반인들에게 처음 커피가 접근한 곳은 외국인들이 1년 내내 드나들 수 있도록 제한된 두 개의 도시인 함부르크와 라이프치히였다. 이 두 도시는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인들이 교역을 하면서 많이 거주했기에 커피 마시는 풍조는 자연스럽기조차 했다.

 

함부르크는 독일 커피의 발상지로 유명해지게 되었지만 영국과 프랑스의전쟁 때문에 영국과의 해로가 봉쇄되자 커피 마시는 풍습은 점차 소멸된다. 반면에 라이프치히는 영국이 아닌 베니스에서 뉘른베르크를 거친 수로로 커피가 공급되었기에 커피 마시는 문화는 오히려 활성화되었다.

 

괴테는 16살이 되던 해 라이프치히로 들어서게 되는데 이곳은 괴테가 처음으로 방문한 대도시였다. 또한 이곳은 패배한 전쟁으로 인해 물게 된 엄청난 배상금으로 형편은 어려웠지만 그래도 독일의 주요 물류 도시로서 활기를 띠고 있었다. 이 당시 라이프치히는 그러한 활력과 프랑스식 카페들로 인해 ‘작은 파리라고 불리기도 했다. 독일 인쇄의 중심지가 되었고 많은 작가와 지식인들이 몰려들었다는 점에서 라이프치히는 아주 의미 있는 도시였는데 괴테도 바로 그러한 시점에 그곳에 입성을 했던 것이다.

 

당시 라이프치히에는 여덟 개의 커피 하우스가 있었는데 그곳들은 라이프치히 시가 만든 아름다운 정원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다. 카페 범(Kaffeebaum) 같은 곳에는 놀랍게도 더 이상 맥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의 아지트가 되기도 했다.

 

 

파리 사람들의 우화와 커피 칸타타

 

이 즈음에 피칸데르가 지은 [파리사람들의 우화]에 감동한 작곡가 세바스찬 바흐는 <커피 칸타타>를 작곡하게 된다. 그가 영감을 얻은 [파리 사람들의 우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파리에서 소식이 들려왔다. 며칠 전에 칙령이 발표되었다고. 독일 사람들도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왕이 그의 생각을 이렇게 전달했다 슬프고 고통스럽게도 우리는 커피가 파멸을 가져오고 끔찍한 멸망을 야기할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심각한 재앙을 치료하기 위해, 이에 따라 나는 선언한다 미래에는 우리 중 누구도 마시지 않게 될 커피는 우리와 우리나라는 구하고 특권을 받은 왕족 같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우리는 양보해야 한다 허가 없이 커피를 마시는 것은 불법이다 이 시점에서 소름끼치는 아우성이 울려 퍼졌다 한 여인이 울면서 말했다. “아, 슬프도다! 차라리 빵을 빼앗아 갈 것을 커피 없이는 살 수 없다. 우리는 모두 곧 죽고 말 것이다!” 하지만 왕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그 명령을 바꾸지도 않았다 마치 흑사병이라도 옮기는 것처럼 이 커피들은 대량으로 매장되었다 소녀와 노파들과 아이를 가슴에 않은 엄마들은 왕이 점점 더 두려워져서 울었고 그 후에 전염병이 창궐하였다.

 

물론 이 풍자적인 글은 정부가 독점을 수립한 루이 15세 초기 시대 때 커피 유통을 방해했었던 일과 관련이 있다. 피칸데르가 1727년에 출판한 다소 우둔하고 의심할 나위 없이 서툰 이 시는 바흐를 너무나도 즐겁게 하여, 그는 피칸데르에게 ‘커피에 미친 여인’을 소재로 한 새 칸타타를 위해 작사를 해 달라고 요청했고 피칸데르가 이에 응하면서 ‘커피 칸타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로코코 시대와 같은 깨어 있는 사회를 꿈꾸며

 

‘과거는 현재의 창’ 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술 취한 사회’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아주 친한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남자 친구 두 사람이 오랜 회포를 풀고자 할 때 대개 ‘술이나 한잔 마시며 이야기하자’고 하지 커피나 차를 마시며 명료한 정신으로 이야기하자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 문화를 볼 때마다 늘 ‘깨어 있는 사회’로 문화적 분위기가 변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과거에도 커피가 문화를 주도하거나 문화의 곁에 늘 존재하며 사회를 변화시켰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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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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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ςυllα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5.11.26 그야말로 커피의 시대였군요 ㅋㅋ 프랑스 혁명과 커피와의 관계는 살롱 문화와 계몽주의 지식인들의 지적.정치적 담론으로도 파악될 수 있겠죠.
  • 작성자율리아 | 작성시간 05.11.26 커피...안먹는 것중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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