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탄산바륨 주석 합금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작성자ThundeR[GP]|작성시간13.01.30|조회수3,540 목록 댓글 6

썬더 전공이 화학이긴 한데, 사실 대학원에서 공부한 것이 고체화학쪽입니다. 쉽게 보통 사람들이 연상하는 화학하고는 좀 거리가 멀고, 세라믹이나 금속같은거 공부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최근 아들녀석과 조카녀석이 다이아몬드보다 10배나 단단한 물질이 있으며, 그 물질의 이름은 티탄산바륨 주석 합금이라고 한다더라고 주장하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썬더는 들어본 적도 없는 물질이었죠. 그래서 도대체 어떤 책에 그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씌여있더냐고 물었더니, 요녀석들이 썬더를 급무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인터넷을 검색했죠. 그런데 허걱, 티탄산바륨 주석 합금이 있다지 뭡니까? 그놈으로 탱크 만들면 핵폭탄에도 버틸 수 있다나 뭐라나... 동아일보에도 그런 물질이 발명되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아~~~ 썬더 완전 체면 구겼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습니다. 정말 그런 물질이 있는걸까? 그래서... 인터넷을 다시 검색하기 시작했고, 그 티탄산바륨 주석 합금에 관한 최초 논문 - 사이언스 2007년 판에 실렸더군요 - 을 구해 읽어보았습니다(자존심에 상처받은 아저씨가 분노하면 이렇게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실험자들은 주석(금속입니다)을 녹이고, 약간의 바륨 타이타네이트(세라믹입니다. 티탄산바륨이라고 표기되지만, 전공자들 중에 저렇게 읽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를 섞은 후에 다시 냉각시켰습니다. 한 15개 정도 샘플을 작은 원통형과 사각 막대형(길이 3 센티정도)으로 만든 후에 강도 실험을 했습니다.

 

사실 강도(단단하다는 것)라는 것이 여러가지를 의미합니다. 갈았을 때 갈리지 않는 것도 단단한 것이요, 누르거나 잡아당겼을 때 압축되지 않거나 늘어나지 않는 것도 단단한 것이며, 휘는 힘을 가했을 때 휘거나 부러지지 않는 것도 단단한 것이죠.

이 중에서 실험자들이 한 것은 휘는 힘을 가해 버티는 정도(영어로 stiffness)를 측정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15개 중에 11개가 예상밖의 강도를 보였습니다. 그냥 주석보다 휘는 힘에 저항하는 정도가 강해졌던 거예요. 그리고 그중에 1개는 좀 특별했는데, 특정 온도 범위, 즉 58도와 59도 사이에서 다이아몬드보다 약 7-8배 강한 강도를 보였다는 거죠.

 

그래서 그 특별난 1개를 다시 분석해보니 주석과 바륨 타이타네이트의 비가 약 90:10 정도 되더랍니다. 그런 강한 강도를 가지는 이유도 이론적으로 설명이 되어 있지만, 이 글에서 쓰기에는 좀 길어질 것 같고 주제에도 벗어나니까 생략하도록 하죠.

 

어쨌건... 58도와 59도 사이의 좁은 범위에서만 다이아몬드보다 휘는 힘에 대한 저항력이 더 강한 물질이 과연 다이아몬드보다 단단한 물질일까요?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티탄산바륨 주석 합금이 매우 단단한데, 특히 58도에서 59도 사이에서는 다이아몬드 강도의 10배에 달한다고 씌여져 있어서, 마치 전 온도구간에서 다이아몬드보다 더 큰 강도를 지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데요, 실제로 데이터를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실험온도구간 40도에서약 55도까지 구간과 62도부터 70도까지는 다이아몬드 강도의 1/10에도 못미칩니다. 즉, 55도에서 62도 사이에 강도가 드라마틱하게 증가하는데 그중에서도 58도에서 59도 구간에서 다이아몬드 강도를 넘어서고, 최대값이 다이아몬드 강도의 7-8배 정도 되는거예요.

 

 

다이아몬드의 경도가 1000이예요. 진한 파랑색 그래프가 온도에 따른 신물질의 경도고요.

 

 

아울러 단단하다는 뜻은 비단 휘는 힘에 대한 저항력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 신물질은 금속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잡아당기면 당연히 잘 늘어날 것입니다(물론 다이아몬드에 비해서). 또한 다이아몬드로 긁으면 스크래치 당연히 나겠죠.

논문에 보면, 이렇게 씌여 있어요. "이 물질이 stiff(휘어지지 않음)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만큼 hard(그야말로 단단함)하거나 strong(잘 늘어나거나 압축되지 않음)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가 거두절미되고, "다이아몬드보다 10배 단단한 물질 탄생"으로 유명 일간지에 실리고, 어린이 과학퀴즈 책에 인용되고 있다는데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 만약 티탄산바륨 주석 합금으로 탱크를 만든다고 치면, 그 효능을 100% 누리기 위해서는 기온이 58도와 59도 사이가 되는 전쟁터를 찾아야하는데 가능할른지 모르겠어요(엔진도 열이 안나야해요).

 

 

 

 

동아일보 기사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팀 자글린스키 교수팀은 주석(Sn)과 티탄산바륨(BaTiO₃)을 섞어 지금까지 가장 단단하다고 알려진 다이아몬드보다 훨씬 더 단단한 물질을 만들었다. 이 물질의 강도는 티탄산바륨의 양과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섭씨 58∼59도에서는 다이아몬드보다 최대 10배나 더 단단해진다. 이 물질을 이용하면 큰 충격을 받아도 부서지지 않는 초강력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2일자에 실렸다.

 

(말이 안되는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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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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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esther | 작성시간 13.01.30 어려운 금속화학얘기 알기쉽게 풀이해 주셔서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역시 썬더님의 날카로운 분석은 일가견이 있으시네요..ㅎ 58도와 59도 사이의 전장터를 찾는다..푸핫! 완전 웃깁니다..코믹 SF영화 찍어도 될듯..그런데 궁금한건 저 '주석'이라는 금속이 뜨거운데서는 더 강해지는것이 맞나요?? 나폴레옹이 러시아 전투때 패배한 요인중 하나가 굶주림과 혹독한추위 때문에 병사들이 많이 얼어죽은거라고 하는데..이 추위를 견디지 못한 이유중 하나가 바로 나폴레옹 군복의 단추가 주석으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라는군요..이 주석은 진짜추운날씨에서는 부서져서 가루로 변한다네요?? 그래서 옷이 풀어헤쳐져서 추위를 더 막지 못한거라고..
  • 답댓글 작성자ThundeR[GP]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1.30 그렇군요. 주석은 알파구조와 베타구조가 있는데 베타구조는 금속성 - 그러니까 잘 늘어나고 가열하면 녹기도 하고 - 이고 알파구조는 비금속성 구조 - 딱딱하지만 어느정도 힘 이상을 가하면 늘어나는게 아니고 부셔지는 - 를 갖는다네요. 상온에서는 베타상이 안정한데, 이론적으로 13.2도 이하가 되면 알파상이 안정해진데요. 물론 주석속에 이물질이 있기 때문에 아마 더 낮은 온도에서 구조변화가 일어날 거예요. 고로 금속구조하에서 만들어진 주석 단추가 아주 낮은 온도가 되어 비금속성 구조가 되면, 타격이 있을때 늘어나거나 하지않고 부셔져버리는 거죠.
  • 답댓글 작성자ThundeR[GP]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1.30 고로 압력과 온도조건에 따라 안정한 '상'이 있어서 자발적으로 구조가 바뀐 겁니다. 뜨거운데서 더 강해진다는 표현은 엄밀하게는 틀린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 작성자CCFL BLU | 작성시간 13.02.06 특정 조건에서만 특이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특이한 결과에만 초점을 맞춘 기사였군요.
  • 작성자아로니 | 작성시간 13.02.08 쓰고 싶은 내용만 쓴 결과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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