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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읽기 _ 6월 후기

작성자사막별|작성시간26.06.16|조회수58 목록 댓글 8

SF 읽기모임 6월 모임

 

참석자 : 윤해연, 은이결, 이레, 장미, 이민진

도서 : 정보라 작가 장편 <붉은 칼>

 

5월의 도서 <저주 토끼>를 읽은 뒤 정보라 작가의 본격 SF 장편물을 다음 도서로 선정했다. 이 책을 처음 접한다면 말미의 ‘작가의 말’을 먼저 읽고 이야기에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 회색 제국군과 하얀 행성, 하얀 외계인, 전쟁 포로 등의 설정이 조선/청나라 연합군과 러시아의 충돌이었던 ‘나선정벌’을 모티브로 한 것을 알고 출발한다면 좀 더 수월하게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을 테니.

 

‘의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인간의 자아 정체성은 기억에서 생겨나는가? 배양육에 기억을 이식하면 인간이 되는가?

이것이 최초의 질문이었다.’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꽤나 매력적인 첫 문장이었다. 첫 문장의 중요성!!

 

회색 제국군은 인간의 기억을 이식시키기 위해 실험에 편리한 검은 새를 창조하고, 이들을 번식시키기 위해 검은 새를 하얀 행성에 날려 보낸다. 검은 새가 풀려난 하얀 행성이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

주인공 ‘그녀’는 회색 제국군의 포로로 하얀 괴물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면 자유를 주겠다는 말에 하얀 행성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참여한다. 그곳에서 같은 포로였던 ‘소년’을 만나지만 소년은 하얀 행성에 발을 딛자마자 하얀 외계인의 공격에 죽음을 맞이한다. 그녀는 자신의 유일한 무기인 ‘붉은 칼’을 가지고 하얀 외계인에 맞서 싸운다. 총이 무기인 시대에 그녀가 지니고 있던 이 붉은 칼은 제국군에게는 무기로도 취급받지 못했지만, 강력한 힘으로 끝까지 그녀를 지켜준다. 붉은 칼은 작가가 드러내고 싶었던 여성의 강인함, 정체성의 상징이지 않을까.

 

검은 새를 보내 하얀 행성을 선점한 ‘회색 제국군’과 한발 늦게 하얀 행성에 들어왔으나 먼저 개척한 ‘하얀 외계인’의 전쟁 사이에서 이름도 불리지 못한 채 전쟁 포로로 끌려와 싸워야하는 ‘그녀’와 ‘녹색 치마의 여자’, ‘남색 치마의 여자’, ‘남자’가 있다. 대국 간의 전쟁에서 소모품으로 취급되는 이름 없는 대체품처럼.

무한 반복되는 전쟁에 주인공도 독자도(?) 점차 지쳐갈 무렵, 죽은 줄만 알았던 소년이 그녀 앞에 나타난다.

‘기억하시는 분’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지고.

제국은 그들의 방식으로 식민지를 만들고 있었다. 오래전에 멸망해 사라진 종족을 복제해서 용병으로 만들고, 다른 행성이나 국가 혹은 민족을 침략해서 자원을 훔치고, 문명과 기술을 훔치고, 그 민족을 말살한 뒤에 복제해서 용병으로 만들고, 또 다른 행성이나 국가나 민족을 침략해서 또 훔치고. 결국 제국에 속한 거의 모든 사람이 다 복제품이었다. 그 중 ‘기억하시는 분’은 계속 복제한 노예들 중 기억을 무리하게 주입하거나 반복해서 덧씌워도 죽거나 미치지 않는 신체 구조를 가진 이들이었다. 그들에게 제국의 중심과 주변 모든 정보를 관리하는 책임을 맡겼고, 그것이 바로 ‘소년’이었다. 소년은 그녀(크라스나)에게 다시는 자신을 살릴 수 없게 죽여 달라 부탁하고 그녀는 그 부탁을 들어준다.

소년을 통해 주인공 크라스나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종족은 이미 멸망한지 오래고, 자기는 이미 오랜 옛날에 죽은 사람의 복제의 복제일 뿐이라는 걸. 이곳의 모든 이는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복제품이라는 걸. 전쟁에서 이겨 고향으로 돌아가길 갈망했던 크라스나는 결국 하얀 행성에 남기로 하지만, 크라스나의 손에선 이미 붉은 칼이 사라졌고 저 멀리에선 다시 복제품을 가득 실은 제국군의 우주선이 날아오는 것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함께 책을 읽은 선생님들 모두 책장이 쉬이 넘어가지 않은 책이라는 토로를 하셨다. 책을 들고 고뇌하던 몇 주의 고충이 나만의 것이 아니었음에 작은 위로를 얻었다.

여성들에게는 시각적 색깔을 입혀 고유성을 주고, 이후 ‘남색 치마의 여자’(튜미나)와 ‘녹색 치마의 여자’(아튱) 등 이름까지 밝혀지지만, 성장하는 여성 전사들의 서사를 다루기에는 그들이 연대하는 모습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것 같다는 아쉬움이 이야기되었다.

‘나선정벌’이라는 오랜 과거의 역사를 모티브로 쓰여진 이야기인데, 한 외국인 독자분이 이 소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끌려간 북한 군인에 대한 이야기냐 물었다는 작가의 말에서는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이며, 전쟁의 색은 항상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주인공 크라스나의 성장, 치유과정, 변화가 입체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유사한 전쟁 패턴이 반복되는 점, 초반 설정의 기대치에 비해 후반 서사에 대한 아쉬움 등이 언급되긴 했지만 역사적 사건의 포인트를 SF로 전환하여 각색한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렇게 함께였기에 혼자였으면 완주 못했을 책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독서로 다져진 작은 연대에 감사드리며, 7월에 다함께 만나요!

 

* 7월의 도서 : 김초엽 <해파리 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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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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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장미 | 작성시간 26.06.18 집어던졌는데... ㅋㅋㅋ
  • 작성자은이결 | 작성시간 26.06.17 능력자이십니다. 후기를 아주 잘 정리해주셨어요. 읽은 내용을 다시 떠울리며 한 권을 마무리했어요. 고맙습니다!
  • 작성자이레 | 작성시간 26.06.17 정말 재미있는 후기입니다. 다시 한 번 정리가 됩니다. 유난히 서로 소통과 공감이 많았던 시간이었어요.
  • 작성자사막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8 책을 탁 덮었을 때는 여기서 뭔 얘길 해야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샘들과 논하다보니 도리어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어요. 역시 집단지성인가요. 덕분에 끈기있는 독서와 알찬 대화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 작성자박남희나탈리아 | 작성시간 26.06.19 new 이 책을 읽으면서 스타워즈 같은 이야기를 쓰려고 했지만 그냥 칼싸움으로 그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과 끝날 것 같지 않은 전쟁, 복제, 흑과 백의 대결 등 쉽지 않은 전개에 작가의 메세지를 찾으려 부단히 애썼지만 결국 느끼지 못했는데 쌤의 후기를 보고 윤곽이 잡히는 것 같아요. SF의 영역은 도대체 어디까지 일까요. 저도 읽으면서 한숨 쉬면서, 처박아 놓으면서 겨우 읽었어요. 잘 읽히지 않은 작품 추천해서 죄송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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