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어요 된바람
시월상달 손돌바람보다 더
맵디매운 높바람
고샅고샅 헤집고 다녀요.
빈 깡통 걷어차고 비닐봉지 날리며
까불다 자빠지고 나동그라지고
그러든지 말든지, 몽실몽실
뽀얀 김 피워 올리며
팥죽 보글보글 익어 가고요
동생과 나 생그레 웃으며
엄마 얼굴 말긋말긋 쳐다봅니다.
윗목엔 메주가 익어 가고요.
아랫목엔 도란도란 우리 식구
밤 길고 낮 짧은 동지 손님 맞아요.
“동지 팥죽 내게도 노나 주지.”
후웅 달캉달캉 우우웅
바람이 창문 잡고 칭얼댑니다.
동지 팥죽 새알심 한 알에
나이 한 살 더하면
긴긴 밤 도깨비도 무섭지 않고
나는 좀 더 자라겠지요.
우리말 뜻
된바람: 매섭게 부는 바람. ≒높바람, 덴바람.
나동그라지다: 뒤로 아무렇게나 넘어져 구르다. ≒나가동그라지다.
몽실몽실: 구름이나 연기 따위가 동글동글하게 뭉쳐서 가볍게 떠 있거나 떠오르는 듯한 모양.
생그레: 눈과 입을 살며시 움직이며 소리 없이 부드럽게 웃는 모양.
말긋말긋: 생기 있는 눈으로 말똥말똥 쳐다보는 모양.
도란도란: : 여럿이 나직한 목소리로 서로 정답게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노나 주다노나 주지: 몇 개의 몫으로 나누어서 차지하게 하다.
달캉달캉: ‘달카당달카당작고 단단한 물건이 자꾸 부딪쳐 울리는 소리’의 준말.
칭얼대다: 몸이 불편하거나 마음에 못마땅하여 짜증을 내며 자꾸 중얼거리거나 보채다.
우리말 동시 해설
이 시에는 동지팥죽에 나이 한 살 더 먹고 부쩍 자랄 거라고 믿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런 바람으로 부푼 채 팥죽을 기다리는 아이는 마냥 흐뭇하다. 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소리 없이 웃는다는 뜻의 ‘생그레’와 희망으로 반짝이는 또랑또랑한 눈망울을 나타내는 ‘말긋말긋’이 쓰였다. 아이는 바람도 동지팥죽이 먹고 싶어 창문 밖에서 칭얼댄다고 생각한다. 제멋대로 굴던 바람도 팥죽 한 그릇이면 얌전해질까.
동지는 양력 12월 22일 무렵. 이날 뒤로 다음해가 시작된다고 하여, 옛날에는 ‘작은설’이라고 부르며 설날 다음 가는 명절로 동지를 지냈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온 가족 또는 이웃과 나눠 먹었는데, 팥의 붉은색이 집안의 악귀 등 나쁜 것을 물리쳐 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동짓날엔 장독도 헛간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팥죽을 한 그릇 먹는다. 이제 묵은해가 가고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은 숫눈처럼, 새해가 그렇게 올 것이다.
손돌바람의 어원
고려시대 강화도로 피난을 가던 왕이 ‘손돌’이라는 사공의 배에 올랐다. 손돌은 왕에게 바람이 세차고 파도가 심하니 안전한 곳에서 쉬어 가길 청했으나 왕은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며 손돌을 그 자리에서 죽였다. 바람은 더욱 거세졌고, 왕은 말의 목을 베어 죽은 손돌에게 제사를 바쳤다. 그러자 풍랑이 가라앉아 무사히 강화도에 도착했다. 그 뒤 매년 10월 20일이면 세찬 바람과 거친 풍랑이 일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억울하게 죽은 손돌의 원혼 때문이라고 믿었고, 이를 ‘손돌바람’이라고 불렀다.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한국세시풍속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