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애인(愛人) ***
남을 웃기는 재주도 있고
어려운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런 따뜻한
마음 때문인지 아버지에겐
친구가 많습니다.
우리집은
늘 연령도 다양한 아버지
친구들로 북적이지요.
그런데
지난해 아버지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아버지는
가족의 손을 빌어
대소변을 받아내는 게
미안하셨던지,
물도 밥도
드시지 않으려 했습니다.
아버지가 입원하시고
며칠 사이 많은 분들이
문병을 왔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인
한 아저씨만 빼고요...,
한 고향에서
나고 자랐으며 성도 같아
제가 작은 아버지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분이었습니다.
거의 날마다
우리집에 오시던
분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아버지도
내심 서운한 눈치셨고요.
며칠 뒤
드디어 그 아저씨가
아주머니와 함께 찾아
오셨습니다.
커다란 찬합에
도시락을 싸 오신
아저씨는
아버지에게
젓가락으로 찰밥을
떠 먹이시며 말없이
우셨습니다.
아버지의 입이 돌아가
밥알이 자꾸만 떨어지는데도,
아저씨는
눈물을 흘리며 끝까지
밥을 먹이시려 했습니다.
전 그 눈물겨운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병실 밖에서
아주머니가 그러시더군요.
"네 아버지
쓰러지셨다는 이야기
듣자마자 저 양반
몸져 누우셨단다.
지금껏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고
아무 말도 없이 끙끙
앓았단다."
아마도 아저씨는
함께 늙어 가는 친구가
쓰러진 모습을
볼 자신이 없어 병이
나셨나 봅니다.
퇴원한 뒤,
아저씨는 날마다
우리집에 출근도장을
찍는 것도 모자라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하십니다.
아버지와
목욕도 다니고
함께 산책도 하시고
그 덕분에 아버지는 많이
건강해지셨습니다.
저희는
가끔 아저씨를
아버지의 "愛人"이라고
놀리기도 한답니다.
나도 이런 애인
한 명쯤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습니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친구는
때로는 가족이나 애인보다
소중합니다.
곁에 있는 친구는
당신의 영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