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좋은 글, 좋은 생각)

‘양지(良知)’와 도덕의 자율

작성자山房山|작성시간17.10.02|조회수110 목록 댓글 0

‘양지(良知)’와 도덕의 자율

청나라 때 학자 김영이 편찬한 현자들의 처세에 관한 격언과 명구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명나라 때 사람 홍응명(洪應明)이 지었다고 하는 <채근담(菜根譚)>은 제목 그대로 나무의 뿌리를 캐듯 삶의 지혜와 현명한 처세를 위한 명구들을 캐낼 수 있는 좋은 수양서라 할 수 있다. 그중 한 대목이다.

蓋世功勞
(개세공로),
當不得一個‘矜’字
(당부득일개‘긍’자)

彌天罪惡
(미천죄악),
最難得一個‘悔’字
(최난득일개‘회’자).

세상에 둘도 없는 공을 세웠어도 ‘잘난 척’하지 않아야 하며, 천하에 큰 죄를 지었으면 ‘뉘우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청나라 사람 김영(金纓)의 ‘지궁(持躬)’에 보면 “잘못을 미루고 공을 가로채는 짓은 소인배들이 하는 짓이고, 죄를 덮고 공을 떠벌리는 것은 보통사람이 하는 일이며, 양보의 미덕으로 공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것은 군자의 일이다”라고 했다.

좋지 않은 일을 저질러 타인에게 미안한 결과를 초래했다면 뉘우쳐야 마땅하다. 이는 양심의 발견이자 양지(良知)를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도덕의 자율’이라 할 수 있다.

‘양지’(conscience)란 타고난 본연으로 배우지 않아도 얻는 지혜나 생각하지 않아도 아는 것을 말한다. (‘진심’ 상편)에 보면 “사람이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을 ‘양능(良能)’이라 하고,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을 ‘양지’라 한다”고 했다.

김영은 그래서 자신의 잘못을 알고 부끄러워할 줄 알면 타인의 잘못(실수), 특히 자신과 관련된 타인의 잘못을 끌어안는 ‘남과(攬過)’의 미덕을 발휘하게 되고, 이것이 그를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런데 이 같은 ‘양지’의 실천에서 중요한 것은 ‘지(知)’다. ‘부끄러움을 아는 용기’ ‘지치지용(知恥之勇)’에서 ‘안다’ ‘지(知)’가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가? 부끄러움을 안다는 전제는 자신의 언행에 잘못이 있음을 아는 ‘지과(知過)’이다. 이 두 단계가 전제되어야 개과(改過)하고 나아가 천선(遷善)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문제는 사람도 보고 세상도 볼 줄 알면서 한때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심하면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것을 허무는 일도 발생한다. 다른 것들은 다 보았으면서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주위에는 이런 사람들이 넘쳐난다. 자기수양의 중요성을 어느 때보다 절감하는 시절이다.

김영수(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