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면 모은 최춘자
잿빛 하늘에 가려
보이지 않는 그대이기에
외로움만 깊어갑니다
찬바람 시리도록 불어도
그대 눈빛 훔치고 싶어
구름 걷히길 기다리렵니다
눈이 내려 구름 걷히고 나면
하얗게 쌓인 눈밭에
발자국 하나 둘 새기며 걷겠습니다
혹시 그대
나 보고파 찾아온 발길 되돌아갈까
선명하고 깊게 새겨 놓겠습니다
눈 내리는 날 만나자는 약속
지키지 못한다 해도 하얗게 내린 눈밭에
내 마음 모두 꺼내어 쌓아 놓겠습니다
봄이 온다 해도 그대 아니 오시면
눈꽃으로 피어 꽁꽁 얼어붙은
얼음 동산으로 누워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