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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대화방

꿈속의 모교16

작성자두리안|작성시간19.09.24|조회수55 목록 댓글 2

발밑은 온통 들쑥날쑥 나 있는 풀뿐이었다. 다들 바지를 부여잡고 허겁지겁 장소 물색에 바빴다. 여기를 봐도 그렇고 저기를 봐도 그랬다. 허리띠 풀기에 마땅한 곳이 없었다.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뒤는 절박해졌다. 참고 있자니 땀도 비죽비죽 나고 자잘한 소름도 돋았다. 앞이 캄캄해지고, 배는 왜 그렇게 아픈지 바지를 깔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따끔거리는 풀들이 엉덩이를 좀 보자며 서 있는 통에 신경이 쓰였다. 아무리 그래도 허여멀건 궁디에 흠집을 내고는 싶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한계였다. 서둘러 엉덩이 댈만한 데만 후다닥 짓밟고서는 허리띠를 풀었다. 풀어 제키자마자 총소리에 맞춰 출발하는 100m선수처럼 질풍노도 같이 쏟아져 나왔다. 혹시나 옷을 버릴까봐서 두꺼비 기어가듯 이쪽저쪽으로 어기적거리며 옮겨갔다. 아이고, , 이런 거 까지 까발리네, 부끄럽게 시리! 그렇게 한 바탕 폭우가 지나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거짓말 같은 평온이 찾아왔다. 한 놈 두 놈이 바지를 올리고 있었다. 할배처럼 꾸부정한 자세였다. 허리를 펴는 순간 배가 홀쭉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눈이 쾡 하니 들어가는 듯 했다.

 

배탈 한 번에 하늘색이 다를 줄은 몰랐다. 아깐 왜 그렇게 물이 땡기는지, 배가 출렁거릴 정도로 잔뜩 마셔댄 게 탈이었나 보다. 비실거리고 있을 때, 옆에 녀석이 맨날 밥만 먹다가 우유가루를 먹어서 그렇다.”고 했고, 또 한 놈은 물을 마셔 대서 그렇다.”고 했다. 그런 걸 알았으면 진작 말할 것이지, 꼭 일이 터지고 나면 그랜다. 우리가 벌 받았다는 소리는 아무도 안 했다.

 

며칠이 지나도 창고 이야기는 없었다. 안심을 한 자식들은 배탈로 덧정 없이 혼이 나고도 창고 앞을 기웃거렸다. 재미를 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김 씨 아저씨가 문을 꼭꼭 잠그는 바람에 기회가 없었다. 아마도 털린 낌새를 어렴풋이 알아차렸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때부터 뒤편 교사 쪽 답사는 졸업을 하고 앞 운동장에서 놀았다. 놀만한 데는 그래도 운동장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그랬다. 맨날 거기에 붙어사니 싫증이 슬슬 난거다. 그네, 시소, 철봉, 늑목, 정글짐 등도 시들해졌다. 문득 물탱크가 생각났다. 그걸 왜 치웠을까. 올라가 놀면 희한한데. 1학년 때인가 그네 쪽에 있었던 이발소 가까이, 서쪽 편 철망 앞에 미군들이 사용한 물탱크가 부셔진 채로 있었다. 학교에 주둔한 미군들이 물탱크와 농구대를 그냥 두고 갔었다. 동네 형들하고 물탱크에 올라가 놀 때면 스릴이 있었다. 위험하긴 했어도 놀이터로서는 그저 그만이었다. 지금에야 흔한 모형이지만 당시로선 시대를 앞선 최신 모델인 셈이었다. 잘 보존해두었더라면 관광객이 몰려 올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아깝기도 했다.

 

그네 쪽에 싫증이 난 나는 어느 날 혼자 학교에 갔었다. 너무 더워서 그렇다 해도 아이들이 아무도 없다는 건 드문 일이었다. 그날따라 연못 쪽으로 향해 갔다. 그 주위에 키 큰 코스모스하며 여러 꽃들이 에워싸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 오는 사람은 연못이 있는지 조차 모를 것 같았다. 꽃들을 헤치고 한두 발자국 들어갔다. 눈앞의 연못은 개구리밥으로 덮여 있었다. 마치 한 땀 한 땀 수놓은 것 같이 촘촘하고 빽빽하여 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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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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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최명희 | 작성시간 19.09.24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읽는 느낌이네
    잊어버린 어릴때 고향생각을 나게 해주는..
    잘보고가요
    연못에 쑥 빠졌을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되네,ㅎ.
  • 작성자두리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9.25 백수가 앉아서 용쓰고 있어.
    그냥 지어낸 거라서 나도 잘 몰라여.
    지금 명희백산 4편 보러 가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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