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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봄

작성자솔봉|작성시간18.07.07|조회수38 목록 댓글 0

가는 봄

                  이용대

 

강아지풀 긴 줄기로

감꽃 꿰어 목에다 걸며

연노랑 웃음을 살포시 지어보였다

 

토끼풀꽃 하얀 반지

새끼손가락에 몰래 끼고

겨우 조금 보이게

치마 옆으로 내밀던 손

 

깊은 눈가엔 수줍음이

잔잔히 번지던 소녀였다

 

갓 핀 민들레가 부러워

야윈 목 돌리고 앞서가는

주름진 누나 얼굴 오늘따라 서늘한데

 

남의 속도 모르는 채

무성히 피었다 지는

감꽃이다

 

반세기전의 아련한 추억이 안겨온다. 감꽃을 실에 뀌어 그걸 목에 걸어주던 선희가 있었다. 그게 무슨 훈장인양 자랑스러웠다. 선희는 웃어주었고 그게 배고프지 않았다. 그런 시절이 잊혀 지지 않는다. 감꽃이 떨어진 자리에 풋감이 매달렸다. 풋감이 커갈수록 감나무는 걱정이 많았지. 저 많은 풋감을 다 키울 영양분이 모자랐다. 삼분의 일은 떨어뜨려야 하는데 제 손으로 떨굴 수가 없었던 것. 어느 날 강풍이 불어 떨어뜨려 주었다. 동료들의 희생으로 나머지 감들은 가을 밤 붉은 등불이 되었다.

 

토끼풀 반지도 선희에겐 금반지보다 빛났다. 들판을 거닐다 지치면 토끼풀 밭에 누워 토끼잠을 자도 좋았다. 어떤 민들레꽃은 4월에 벌써 봄과 하직한다. 털 모자를 쓴 민들레 씨들은 낙하산을 타고 먼 섬으로 날아간다. 그게 어미에 대한 효자거니.

<가는 봄>의 시가 유년시절의 추억을 대변해 주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곳.

 

이용대 시인의 수필 <가곡천 그 여울을 따라>를 접수했다. 오래 전에 이성교 선생의 생가를 기행하려고 통리에서 원덕으로 가는 산길을 버스로 지난 적이 있었다. 이 산골에 포장도로가 생긴 것은 삼척울진 무장공비침투이후라 한다. 버스로 골짜기를 지나는데 수목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길가에 덕풍계곡이란 팻말이 있었다. 그 유명한 덕풍계곡이 여기로구나. 그런 생각으로 지나쳤다.

 

월천리에 도착. 이성교 선생 생가는 울타리가 없었다. 앞마당 가에 간담나무가 있고 뒤란에도 감나무가 있었다. 이성교 선생의 모친을 만났다. 생가를 지켜주는 게 고마웠다. 이 월천리는 도적이 없는 마을. 삼척시로부터 해마다 도적 없는 마을표창을 받는다는 곳. 해변에 그 유명한 솔섬을 보기 위해 마을 소년 하나를 데리고 디카 사진을 많이 찍었다.

 

이야기가 빗나갔다. 이용대 시인이 고향 가곡마을을 지키며 흙을 사랑하고 자연과 인간의 냄새를 맡으면서 쓰는 글이 너무 부럽다. 이런 용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님을 느꼈다. 나도 미로가 고향이지만 그곳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향토를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인간의 모습이고 시인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수필집 <가곡천 그 여울을 따라>를 받고 두서없는 글을 쓰는 게 부끄럽다. 부디 건안과 건필 이어 가길 기원하며 필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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