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電球

작성자솔봉|작성시간13.06.04|조회수22 목록 댓글 0

전구(電球)

 

전선이 우는 날이 있다

전선이 우는 날은 바람이 우는 날이다 

 

에디슨이 어둠을 밝혀보려던 꿈이 실패를 거듭한 끝에

전구가 켜지게 된 것은 에디슨의 마음이 먼저 켜졌기 때문이다

꽃이 피듯 전등은 에디슨의 호두알(腦) 속에서 나왔다 

 

모든 발전소의 혈통은 에디슨이다 

 

두 개의 동선(銅線)을 가까이 대면

에디슨의 마음이

나를 감전시킨다 

 

                                  2012년 ‘시와 사상’ 겨울호

 

참 좋은 시다. 짧은 시지만 이 안에는 우주의 원리가 고스란히 내재되어 있다.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나 음양이론을 되새겨 볼 수가 있다. 서양의 과학적 표현을 빌리자면 유전공학이고 우리식으로 말하면 동기감응(同氣感應)이다. 동기감응이란 말은 같은 에너지는 서로 감응을 한다는 말이다. 정일남 시인의 '전구'에서 보여지는 '전선'과 '바람', '에디슨'과 '전구', '전등'과 에디슨의 호두알' 동선과 '에디슨의 마음' '에디슨의 마음과'과 '나' 의 관계는 동기감응의 관계이다.

 

동기감응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진나라 때 곽반(郭璞)이 지은 금낭경(錦囊經)의 기감편(氣感篇)에 실린 것으로 '동산서붕(銅山西崩) 영종동응(靈鐘東應)' 서쪽의 동산이 무너지니 동쪽의 종이 응했다는 내용이다. 한나라 때 미앙궁(未央宮)에서 서촉(西蜀)에 있는 거대한 동산(銅山)에서 캐온 동으로 만든 커다란 종이 있었다. 어느 날 바람도 없고 건드린 사람도 없는데 종이 저절로 울리는 것이었다. 이를 이상히 여긴 황제는 현인 동방삭(東方朔)에게 물었다.

'대체 종이 저절로 우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서촉에 있는 동산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신하가 서촉의 동산이 무너졌다는 보고를 해왔다.

놀란 황제가 동방삭에게 물었다.

'대체 동산이 무너진 것을 어떻게 알았는가.?

'이 종은 서촉의 동산에서 캐어낸 동으로 만들었습니다. 종이 운 것은 모산(母山)이 죽자 자식이 슬러한 것이죠. 즉 서로 같은 기운이 감응(感應)하여 발생한 일입니다.

이에 황제가 크게 감탄하여 말했다.

'이와 같이 미천한 물질도 서로 감응을 일으키는데 사람은 얼마나 많은 감응을 일으킬 것인가?'

 

종(鐘)이 있으면 종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가져온 모산이 있듯 어떤 감응 또한 감응을 만들어내는 모체(母體)가 존재한다.

시인은 전구의 모체를 에디슨의 마음이라고 말한다. 모든 발전소의 혈통은 에디슨 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시인에게 에디슨의 마음은 무엇일까.? 그것은 시인의 마음에 대한 비유적으로 표현이 아닐까. 동선 대신 꽃을 한번 가끼이 대보자. 보아라. 연세가 많으신 노시인의 몸이지만 감전되듯 금세 전류가 흐르고 알전구에 불이 켜지지 않는가?`

 

                                                                              2013년 '문학과 의식' 봄호. '시인이 뽑은 좋은 시' 고영민 시인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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