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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와 정서 이야기

[드라마 속 심리 이야기] 《참교육》과 《모범택시》가 같아 보이는데 다른 이유

작성자paipai|작성시간26.06.11|조회수106 목록 댓글 0

 

넷플릭스 《참교육》과 드라마 《모범택시》는 매우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 넷플릭스 (글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작권법 제35조의5에 의거하여 인용합니다.)

출처 : SBS play 《모범택시》 (글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작권법 제35조의5에 의거하여 인용합니다.)

 

 

법과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조각난 세상에서, 주인공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무너진 사회를 재건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시청자들은 이들의 통쾌한 응징에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사적 복수와 폭력이라는 방법에는 동의하지 않기도 하죠.

심리학적으로 들여다보면 두 드라마 모두 단순한 정의 구현을 넘어 깊은 상실과 애도의 마음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참교육》의 나화진과 최강석 장관, 그리고 《모범택시》의 김도기는 범죄로 인해 소중한 가족을 잃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보여주는 통쾌한 응징은 정의 구현의 모습으로 보이지만, 그 출발점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지켜내지 못했다는 무력감이 존재합니다.

이 경험은 깊은 무력감과 죄책감을 남깁니다. 다만 무너진 세계관 속에 머물러 있을 수 없기에, 다시 세상을 이해하고 삶을 이어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통제감을 회복하려고 합니다.

어쩌면 두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상실, 다른 통제감 회복 방식

《참교육》: 시스템을 바꾸려는 제도적 정의

《참교육》의 최강석과 나화진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비극의 원인을 개인의 일탈이 아닌 제도의 실패에서 찾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분노는 특정 가해자를 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그들에게 교권보호국은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무너졌던 통제감을 회복하기 위한 상징적 장치이며, 세상을 다시 바로잡기 위한 강력한 도구였던 셈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는 개인의 분노를 사회적 문제 해결로 전환하려는 승화의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가해자의 방식대로 응징하거나 강압적인 수단을 사용 합니다. 피해자가 당했던 가해자의 폭력을 그대로 재현하여 통제권을 쥐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들의 행동은 순수한 승화라기보다 정의 구현이라는 명분 아래 공격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불완전한 모습을 보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역할 역전의 관점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과거에 통제권을 빼앗긴 경험을 한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그 상황을 재현하되 이번에는 자신이 힘을 쥔 쪽에 서려는 충동을 느낍니다. 가해자의 방식을 그대로 되돌려줌으로써, 한때 무너졌던 자신의 세계를 다시 세우려는 것입니다. 나화진과 최강석의 응징 방식이 가해자의 폭력을 닮아 있는 것은 그들이 폭력을 선호하고 잔인해서가 아니라, 상실 이후 통제감을 되찾으려는 심리적 시도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시선은 과거보다 미래를 향해 있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질문은

"누가 잘못했는가?"

보다

"어떻게 하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응징할 것인가?"

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참교육》이 추구하는 정의는 개인의 복수이면서 시스템을 바로 세우려는 제도적 정의에 가까워 보입니다.

《모범택시》: 피해자를 향한 관계적 정의

반면 《모범택시》의 김도기는 훨씬 개인적이고 관계 중심적인 방식으로 상실을 다룹니다.

그는 법이 외면한 피해자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상처를 다시 마주합니다. 피해자의 절망 속에서 과거의 자신을 발견하고, 그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경험합니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동일시의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도기의 행동은 단순한 공감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는 피해자를 구하는 과정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상징적으로 구원하려고 합니다.

구해주지 못했던 어머니를 대신해, 지금의 누군가는 반드시 구해내겠다는 마음이 강합니다.

그래서 무지개 운수와 김도기의 복수 대행은 사회 개혁의 수단이라기보다 개인에 대한 애도와 희생자의 회복을 위한 의식에 가깝습니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시스템의 정상화보다 피해자의 회복, 명예 회복,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되찾아주는 일입니다.

이런 이유로 《모범택시》가 보여주는 정의는 드라마 《참교육》의 정의와는 많이 달라 보입니다.

매를 든 자와 택시를 모는 자의 슬픔

흥미롭게도 두 작품은 복수의 성공보다 복수 이후의 공허함을 더 자주 보여줍니다.

악인을 응징했다고 해서 상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화진, 최강석 그리고 김도기의 공허한 눈빛은 단순한 연출 장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복수 이후에도 남아 있는 애도의 흔적입니다.

심리학적으로 애도는 누군가를 잊는 과정이 아닙니다. 상실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다시 살아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참교육》은 상실을 제도로 극복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모범택시》는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며 버텨내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어쩌면 두 작품이 우리에게 진짜로 보여주는 것은 복수의 짜릿한 성공이 아니라, 그 어떤 복수로도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 애도의 빈자리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복수에 열광하면서도, 이면에 감춰진 그들의 슬픔에 공감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P.S. 글을 맺으며 개인적인 아쉬움을 조금 보태자면, 《모범택시》가 흥행 가도를 달리면서 점차 전형적인 영웅물처럼 변해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상처받은 영혼들의 처절한 이야기가 주는 깊이가 화려한 히어로물의 액션 속에 흐려지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달까요. 그냥 그렇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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