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곡
4번, 6번, 3번
어제 공연에서 단연 좋았던 곡은 4번이었는데
김다미 바이올리니스트, 전현호 리코더, 아렌트 흐로스펠트 하프시코드의 조합이
안정된 사운드를 깔아주면서 그 위로 솟아오르는 김다미의 속주가 주는 스릴이 대단했다
2열 중앙이어서 매우 근거리에서(김다미 정면) 그녀의 보우잉을 보는 내내
그 역동적인 손목놀림과 리듬을 타면서 활을 그어대는 신들린 테크닉에 찬사를 보낸다
이따금씩 속주의 중간중간 마치 전자바이올린 소리같은 느낌까지 들어서
바로크와 핸대의 경계를 허무는 명연주를 보고있구나 하는 감동에
오늘 공연의 다른 모든 불찰이 용서되는 순간이었다(2부에 다시 용서가 안되는 순간이 다가오지만)
고음악이든 현대음악이든 연주자의 기량이 얼마나 중요한 지가 다시금 확인되는 것이
김다미가 끌고 전현호 리코더가 사이사이를 채우니 귀에 들리는 모든 순간이 감각적으로 황홀경이다
2부 첫곡인 6번은 저음현과 하프시코드의 합주였는데
콜레기움 보칼레 저음현의 기량이 안정적이고 특히 비올라 연주자가 끌어가는 힘이 너무 좋다
1부의 산만했던 현악, 관악의 총주로 어지러웠던 심경을 차분히 정리해 주었을 뿐 아니라
비올라 다 감바의 추임새가 적당히 좋은 울림으로 합세하니
저음현 합주만으로 더없이 품질이 좋은 비단옷에 감싸이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에 연주한 3번은 용병없이 콜레기움 보칼레 단원으로만 연주한 현악합주였는데
1부 첫곡 1번에서 영 듣기가 거북했던 현파트가 마지막곡에서 시너지를 제대로 내어주어서
고음악 연주단체 콜레기움 보칼레의 앞으로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아쉬웠던 곡
1번, 2번
공연의 첫곡인 1번은 모든 파트가 등장하여 웅장하게 시작하는데
처음부터 밸런스가 너무 깨진다
현악파트, 특히 고음현 소리는 묻히고 오르쪽에 위치한 오보에 소리가 통소리로 혼자 튀다가
음정이 좀 빠지는 구역은 불협화음에 톡톡히 기여를 하고
피콜로 바이올린이라서 소리가 좀 약할 수 있다고 해도 도대체 악장의 바이올린 소리는 주도권을 잃었고
내츄럴 호른은 정말 기막히게 음정이탈을 하니 협화음은 물건너 갔다
1번에서 기대가 꺾여서 피곤이 몰려오고 졸음도 몰려오는데
4번에서 눈이 번쩍 뜨여 다시 고조되는 기대감을 산산히 꺾어버리는 2번 협주곡의 트럼펫
내츄럴 트럼펫이 연주가 어렵다는 얘기를 사전에 들었지만
그래도 기본음정이 너무 자주 어긋나고 박자는 버겁고 소리는 코맹맹이다
오늘 목관의 좋은 소리는 리코더와 파곳에서 들렸는데
리코더 두분 다 너무
아름다운 소리와 안정된 박자 콘트롤로 목관의 중심이 되었고
파곳 연주자는 지난번 아티스와 갈라테아 공연에서 뵈었던 분인데
그때는 파곳이 등장하는 부분이 적어서 무대위에서 좀 피로와 권태로 점철된 모습을 보여서 실망스러웠는데
오늘보니 이분 파곳 소리가 대단히 좋다
암담했던 곡
오늘 제일 불안불안, 암담할 정도로 힘들었던 곡은 5번
이유는 바로크 공연의 콘티누오 역할인 하프시코드가
무대 위의 연주자, 관객석의 관객 모두의 불안과 걱정을 야기한 주인공이 되었다
하프시코드 소리는 찰랑찰랑 시냇물 흐르듯 미끄러져나오고 그 위에 다른 악기군이 그 물결을 타고 들어와야 하는데
이 하프시코드는 박자감 실종, 소리만으로도 서툰 연주인 것이 단박에 느껴진다
특히 리코더와 합주하는 파트는 리코더 주자들이 하프시코드의 질주에 박자를 지키려는 고군분투가 보였고
그나마 진한 현악사운드로 다시 리듬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사이사이 삐거덕대는 하프시코드
마지막 부분 하프시코드 독주부분은 정말 들어주기가 힘들 정도였다
근거리다 보니 함께 무대 위 공연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감춰진 표정도 목격할 수 있었던 상황
무엇보다 스커트로 페달 위로 잔망되는 두 다리를 덮어주고 싶었다
이런 용병은 옳지않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연주로
잘못된 선택이 전체 공연의 완성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지를 알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바라는 점
개인적인 생각은 공연에서 부디 해설을 안했으면 한다
지난번 이디오 델라 무지카 정기공연에서도 연주를 하는 동시에 해설을 하는 컨쎕이 불호였는데
오늘 첫 곡 끝나고 마이크 잡고 굳이 내레이션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 내레이션도 관객은 공감할 수 없는 연주단체의 연주 준비과정의 고단함 등등으로 인한
울컥하는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면서 관객의 호응을 받는 상황이
학예회 준비하면서 힘들었다고 하니 가족관객들이 응원의 박수과 환호를 주는 분위기가 연출되었는데
고음악 공연이 저변이 넓지않아 어렵다 하지만 이런 컨쎕이라면
순순한 동기를 가진 관객층은 이런 바로크공연을 오롯이 즐길 수가 없다
남의 집 잔치에 초대된 것이 아니라 유료관객으로서
그들의 음악적 열정과 기량으로 준비된 고품질 공연을 기대하고 온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