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영혼, '바베트의 만찬 (Babette's Feast)' 속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 2중창 'La chi darem la mano(서로 손을 잡고)'
작성자이충식작성시간19.09.21조회수842 목록 댓글 5이충식의
'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 바베트의 만찬 , Babette's Feast
- Babettes Gaestebud >
- 진심어린,
최선을 다하는 베품의 힘...
" 행복을 나눠주는, 고귀한 섬김의 '예술가'는
가난하지 않습니다.
'천국'이 바로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지요."
가브리엘 악셀이 덴마크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1988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던
< 바베트의 만찬 >.
감독 가브리엘은,
현실의 세속적인 즐거움과 쾌락을 포기하고
평생을 금욕과 헌신, 그리고 청교도적 사랑으로
살아온 두 자매의 시골 마을에서,
프랑스에서 온 바베트가 풍요로운 영혼의
만찬을 준비하며 펼쳐낸 이야기를, 다름아닌
'바베트의 만찬'으로 담아냈지요.
영화는 < 아웃 오브 아프리카 >(1985)의
원작 자전 소설을 쓴 이자크 디네센
(본명은 카렌 블릭센)의 동명 소설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덴마크 서부 해변의 한 벽촌 마을.
마을 사람들은 종교적 우울주의자라고 할
정도로,
철저하게 세속적인 모든 욕망을 절제하는
금욕적인 생활을 하며, 음식도 '쾌락'을 부르는
소금을 넣지 않고 간소하게 조리해 먹을 뿐이죠.
이 교파를 이끄는 목사에게는 마틴 루터의 이름
에서 따온 마르틴느(비르기테 페더스피엘 분)
와 그의 제자 필리 멜랑히튼의 이름에서 온
필리파(보딜 키에르 분)라는 두 딸이 있습니다.
결혼할 나이로 성장한 두 자매의 눈부신
아름다움은 수많은 젊은 청년들에겐 흠모와
사랑의 대상이었지요.
어느 날 숙모가 사는 이 마을을 방문한 기병대
장교 로렌스(얄 쿨레 분)는 교회에서 마주친
목사의 큰 딸 마르틴느에게 구애를 하지만,
동요하던 그녀가 끝내 종교적 의무를 위해
사랑을 거절하자, 로렌스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가슴 아파하며 마을을 떠나갑니다.
그 무렵 유명한 파리의 오페라 가수
아쉴 파팽(장 필립 라퐁 분)도 건강상의 문제로
요양 차 이 마을에 오게 되지요.
그는 둘째 딸 필리파의 노래를 듣고 감탄합니다.
“온 프랑스가 그대 발 밑에 엎드릴 것이오.
왕들이 줄이어 그대를 맞이할 것이며,
그대는 마차에 실려 화려한 카페 앙글로
(Cafe Anglais)에서 만찬을 즐길 것입니다.”
그리곤 필리파에게 성악을 본격 지도하게
됩니다만,
하필 가르치는 노래라는 것이 다름아닌
모차르트의 오페라 < 돈 조반니 > 2막 중
돈 조반니가 시골처녀 체를리나를 유혹하는
2중창 '서로 손을 잡고(La ci darem la mano)'
였습니다.
극 중 돈 조반니는 달콤하고도 치명적인
유혹의 노래를 부르지요.
"자, 우리 서로 손을 잡읍시다.
당신은 저에게 '예'라고 속삭일 것입니다..."
'마음 깊이 서로 사랑하죠, 사랑으로 하나가
돼요'라며, 마치 돈 조반니처럼 딸 필리파의
마음을 은밀하게 흔들어 대는 파팽을 보수적인
목사이자 아버지가 가만 놔둘리가 없지요.
결국 노래 수업을 그만 두는 필리파.
파팽은 매우 슬퍼하며 다음 날 첫 배를 타고
파리로 떠나버립니다.
세월이 흘러 목사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갔지만,
자매 마르틴느와 필리파는 마을 신도들을
이끌어가지요.
젊은이들이 다 떠나가고 외로이 남겨진 채,
회색빛 마을을 지키는 이웃인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러나 마을 노인네들은 금욕과 절제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돈독한 신앙 생활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 미움과 갈등으로
질시하며 적대감을 갖고 살아갑니다.
그로부터 35년 후,
비가 몹시 심하게 내리던 어느 날 저녁,
두 자매의 집에 파팽의 편지를 지니고 있는,
지친 모습의 바베트(스테판 오드랑 분)라는
프랑스 여성이 나타나지요.
파팽은 내전으로 남편과 아들을 잃고 갈 곳이
없는 그녀를 자매의 가정부로 함께 살도록
권했던 것입니다.
그는 편지에 파피나를 향한 연모의 맘을 담았죠.
"명예와 영광은 다 부질없다오.
우릴 기다리는 건 다 무덤뿐이니까요.
하지만 이 편지를 쓰다 보니 무덤이 끝이 아닌 것
같구려.
천국에서 당신의 노래를 들을테니...
그곳에서 당신은 하나님이 만드신 위대한
예술가가 될 거요.
천사들이 얼마나 즐거워 할까요!"
자매는 자신들의 형편상 월급을 줄 수 없어서
받아주기 어렵다고 완곡히 거절하지만,
바베트는 급료를 안 받아도 되니 가정부로
써달라며, 이곳이 아니면 죽음 뿐이니 함께
지낼 수 있게만 해달라고 간청합니다.
그렇게 ,
마르틴느와 필리파 이 두 자매는 그녀들과
별반 어울리지도 않게 보이는 프랑스 출신
가정부와 살아가게 되지요.
바베트는 신앙과 봉사를 천직으로 검소하게
살아가는 자매들로부터 삶은 가자미와 맥주빵 등
덴마크의 소박한 음식들을 배워나갑니다.
바베트는 신실하고도 알뜰하게 일을 잘 해나가며,
그녀가 온 뒤로부터 오히려 돈이 더 남는다며
자매들을 놀라게 하지요.
마을 사람들 또한 음식을 맛있게 잘 하는
바베트를 하나님께서 두 자매에게 보내준 것에
대해 감사기도를 올립니다.
어느덧 14년의 세월이 흐르고...
그러던 어느 날 바베트는 파리에서 친구가
해마다 구해주던 복권이 당첨돼 '일만 프랑'이란
거액의 돈을 받게 됩니다.
이에 두 자매는 넉넉해진 바베트가 마을을
떠날 거라고 아쉬워하면서도, 이 또한 하나님의
섭리라며 기쁨으로 받아 들이지요.
그러나 바베트는 뜻밖에도 목사님의 탄생
100주년 기념일에 프랑스식 정식 만찬을
자신이 직접 차리겠다고 마르틴느와 필리파를
설득합니다.
그녀가 프랑스에서 직접 요리 재료를 구하기
위해 휴가를 얻어 집을 비우게 되자,
바베트가 자리했던 시간들은 그녀가 얼마만큼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깨닫게 해주지요.
산 바다거북, 메추라기, 얼음, 화려한 은식기와
도자기는 물론 나무박스 안에 지푸라기로 덮힌
와인까지...
마르틴느와 필리파는 덴마크의 촌 구석에
도착한 이 진귀한 고급 식재료를 보며,
화려한 요리와 음식에 대한 탐욕을 경계하는
그들의 신앙 생활에 불길한 기운이 깃들 것이라는
걱정에 사로 잡히게 되고,
큰 죄를 짓는 거 같아 악몽에 시달리던
마르틴느는 심지어 바베트가 준비하는 만찬을
‘마녀의 연회’라며 눈물을 흘립니다.
자매는 마을 주민들을 '지옥 불의 시험'에 들게
한 자신들의 결정을 크게 후회하며 사과까지
하지요.
서로를 원망하고 미워하던 마을 사람들 역시
한 목소리로 '만찬에서 어떤 음식이 나와도
절대로 맛있는 표정을 짓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라며 이 시험을 이겨내기로 다짐합니다.
"혀는 참으로 요상한 근육이죠.
영광과 찬양을 노래하다가도
독처럼 사악하기 그지없는 말도 내뱉거든요.
만찬일엔 이 혀를 오로지 한 곳에만 쓰기로 하죠.
기도와 목사님에 대한 감사에게로만요!"
바베트가 준비한 만찬장에는,
숙모와 함께 온 로렌스 장군을 포함한
'열두 명'의 마을 사람들이 자리에 앉습니다.
오래 전 마르티나를 연모했으나 그 사랑을
이루지 못했던,
어느덧 노장군이 된 로렌스는 집에서 출발하기 전
젊은 날의 자신과 마주하며 대화를 나누지요.
"헛되다.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
난 내가 원하는 모든 것과 네 모든 욕망을
충족시켜 주었다.
하지만 뭘 위해서?
오늘 밤 우린 잘 따져봐야 돼.
내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걸 네가 증명해
보여야 해."
만찬이 베풀어지며,
장군이 '식사를 시작합시다' 말을 건네자마자,
마을 사람들은 '우리 몸이 건강하게 영혼을
위하여 일하게 하소서, 우리 영혼이 정결함으로
나아가게 하소서'라며, 서로 손을 잡고 목사가
늘 행하던 기도를 올리지요.
이윽고 이웃에 사는 소년이 스페인의 식전주
쉐리의 한 종류인 '아몬티야도'(Amontillado)를
서브하지만,
모두들 숨이 막히는 테이블에 압도되어
경직되어 있을 뿐입니다.
겨우 정신을 차린 마르틴느가 서둘러서
공작새 모양으로 접힌 냅킨을 펼치자, 모두들
부지런히 따라하기 바쁘지요.
장군은 아몬티야도와 함께 서브된 '거북이 스프
(Soupe de Tortue Geante)를 한 모금 먹고
'이럴 수가'하는 놀라움과 감격에 겨워,
스프 그릇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고 마십니다.
이윽고 그를 따라 수줍게 손잡이를 잡고
스프를 마시는 마을 사람들...
장군은 아몬티야도를 한 모금 맛보고
'정말 근사해'라며, 감탄해마지 않습니다만,
미각에 탐닉하지 않는 미덕을 자랑하던
마을 사람들은 조용히, 그리고 부지런히 자신의
앞에 놓은 음식을 먹을 뿐, 지나친 욕망을
자제하며 침묵하지요.
이어 마을 사람들이 난생 처음 마주하며,
'레몬 에이드 같아' 라고 말한,
샴페인과 얇은 빵위에 캐비아가 얹어진
러시아 요리 '블리니 데미도프'(Blini Demidoff-
au Caviar)가 에피타이져로 나옵니다.
샴페인을 마신 장군이 '이것은 틀림없이
뵈브 끌리꼬(Veuve Cliquot)1860이다'라고
격찬하자,
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마을 사람은
엉뚱하게 응답하지요.
"맞아요, 틀림없이 내일 눈이 많이 올겁니다!”
다음 코스로 '퍼프 페이스트리' 빵과 오븐에
구운 메추라기가 와인 소스와 함께 서브됩니다.
페어링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의 1845년산
초특급 레드 와인 '끌로 드 부조'(Clos de -
Vougeot)로 각자의 글라스를 채우지요.
장군은 손으로 메추라기 고기를 떼어내어
쪽쪽 빨아 먹으며 황홀해 합니다.
이처럼 만찬의 하이라이트 격으로 제공되는
주 요리인 '카이유 엉 사코파쥬'(Caille en -
Sarcophage)를 음미하며,
장군은 프랑스에서 가장 평판좋은 식당이었던
'카페 앙글레'에 대해 얘기하지요.
" 당시 갈리피트 장군이 말하길,
이 수석 여자요리사는 요리를 일종의 사랑의
행위(Love Affair)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육체와 정신의 욕구를 감당하기 어려운
정열적인 사랑을 일컫는 것이지요.
그 요리사만큼 피흘려 싸우고 싶을 만한 여자는
일찍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최고의 요리 천재라는 명성을 얻었죠.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은 그 요리에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이건 정말로 파리에서 승마 대회에서 승리하며
먹었던, 그 훌륭한 '카이유 엉 사코파쥬'에요!"
마을 사람은 정체가 드러난 욕망의 선정적
표현에 몸둘 바를 몰라 하면서도,
점차 장군의 음식을 향한 찬미와 표현의
다양함에 빠져들게 됩니다.
장군이 한손으로 접시를 기울여서 소스를
스푼으로 떠서 먹자, 마을 사람들 또한 하나 둘
슬그머니 포크를 내려 놓고 스푼을 들지요.
이처럼 바베트가 준비한 음식이 계속해서
나오자,
그제서야 요리를 음미하기 시작하고 간간히
맛에 대해 옆사람과 조심스레 이야기도 나누게
되는 마을 사람들...
닫혔던 마음이 서서히 열리는 셈으로,
그간의 서로를 향한 불신과 음식에 대한
금욕의 벽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바베트의
진심'이 요리를 통해 전해지면서,
그들은 비로소 경직된 얼굴을 풀고 입가엔
미소를 띠는 행복한 표정으로 음식을 즐기죠.
영적인 충만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다채로움의
은혜를 만끽했던 성찬이 끝나갈 즈음,
노장군 로렌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비와
진실', 그리고 '정의와 축복'에 대한 감동적인
설교조의 얘기를 이어 가지요.
"실패할까 봐 두려움에 떨지만 우리의 선택은
중요치 않습니다.
우리 눈이 뜨이는 때가 오니까요.
그 때에 주님의 은혜가 무한하다는 걸 깨닫죠.
우리의 확신과 감사로 그것을 기다려야 합니다.
은혜에는 조건이 없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모든 것이 우리에게 부여되고
우리가 거부한 모든 것도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우리가 버렸던 것들 또한 다시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자비와 진실은 함께 합니다
정의와 축복은 하나입니다!"
음식의 맛에 감동받은 일행 중 한명이 화답하지요.
"우리가 땅에서 가져갈 수 있는 건 남에게
주었던 것 뿐입니다..."
그렇게,
초대받은 열두 명의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풍성한 저녁 만찬을 마칩니다만,
증오와 반목의 골이 깊었던 마을 사람들이
이젠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화해의 시간을
나누게 되었던 것이지요.
하여,
하나님의 축복이 사이 사이에 넘치는 가운데
필리파는 피아노를 치며 '주님의 빛' 찬송가를
선사합니다.
'곧 날이 저물며 태양이 지고 밤이 온다네
휴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네
주여, 당신은 빛 한가운데 거하시고
더 높은 하늘에서 다스리시니
어둠의 골짜기에서 우리의 빛이 돼주소서
우리의 모래시계는 곧 공허하게 비어갈 것이며
낮은 밤에 정복된다네
세상의 영광은 끝이 나니
그들의 낮은 너무 짧고 시간은 화살과 같이 빠르네
주여, 당신의 빛이 영원히 빛나게 하시고
우리를 당신의 거룩한 은혜로 인도하소서'
테이블을 치우던 소년 또한 글라스에 약간 남은
와인을 슬며시 마시지요.
노장군 로렌스는 젊은 장교 시절 마르틴느와
나눴던 작별 인사를 떠올립니다.
"전 영원히 여길 떠납니다.
다시는 당신을 못만나겠죠.
인생은 험난하고 무자비하며,
'세상엔 불가능하다는 일도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이제 그는 마르틴느에게 영원무궁한 영혼의
사랑을 고백하며, 그녀의 손에 키스한 후
다시금 마을을 떠나가지요.
"인생의 매순간 당신과 함께 있었습니다.
알고 있었다고 말씀해주십시요."
"네, 알고 있었어요..."
"앞으로 남은 인생도 당신과 함께 하리라는 걸
안다고 말씀해주십시요.
매일 저녁 당신과 함께 식사를 할겁니다.
하찮은 육체가 아닌 제 영혼으로요.
오늘 저녁에 전 배웠습니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선 모든 게 가능하다는 것을'!"
집으로 향하던 마을 사람들은 탐욕을
금기시하라는 약속을 털어버리고 음식과
와인에 대한 찬양을 하기에 이릅니다.
그들은 손에 손을 잡고 우물 주위에 둥글게
서서 화해의 원을 그리며, 경건하게 찬송가를
부르지요.
언제나 '할렐루야'를 외치는,
할렐루야 할아버지의 멋진 마무리와 함께...
만찬이 너무 훌륭했다고 감사해 하는 자매에게
바베트는 고백합니다.
"저는 파리 '앙글레 카페'의 수석 요리사였지요.
하지만 파리에 되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제겐 돈이 한푼도 남아 있지 않거든요.
다 써버렸습니다.
앙글레 카페에선 열두 명이 식사하면
만 프랑이거든요. "
이어지는 바베트의 말에 깜짝 놀라는
마르틴느와 필리파.
"그 많은 돈을 전부 우리를 위해 써버리면 어떡해?"
"저만을 위한 건 아니었어요."
'이젠 가난하게 살아야 해'라며 걱정하는
두 자매에게 그녀는 담담하게 말합니다.
"예술가는 가난하지 않아요!"
아울러 파팽의 말을 덧붙입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하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죠.
그걸 알았던 파팽은 얘기했습니다."
'예술가의 마음 속 외침이 온 세상을 울린다.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게끔 내게 휴가를 다오!'
마르틴느와 파피나, 이 두 자매는 감격에 겨워
그야말로 '천사'같은 바베트에게 진정어린
최고의 찬사를 건넵니다.
젊은 시절 파팽이 파피나에게 전했던
그 찬사를 말이지요.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야.
끝이 아닌게 분명해.
천국에서 바베트는 하나님이 의도하신대로
위대한 예술가가 될거야.
오, 천사들이 얼마나 즐거워 할까!"
음식은 먹는 사람보다 대접하는 이에게 더 큰
행복감을 주는 건지요.
자신의 달런트가 '돈을 버는 데'가 아닌,
'행복을 주는 데'에 쓰여지기를 진심으로 원했던
바베트...
다시는 베풀 수 없는 이 바베트의 만찬이야말로
열두 사도의 최후 만찬이자, 종교와 예술의
하모니이며 , 또한 무엇보다도 신의 축복이었죠.
마을 사람들에게 다름아닌 '용서와 화해'를
헌사해 준 바로 '바베트의 기적'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영화 < 바베트의 만찬 >은
'영혼의 부유함'을 위해 '물질적 가난함'을 기꺼이
택하였으며,
자신이 함께 한 새로운 가족이자 공동체를 결코
떠나지 않았던 주인공 '바베트'처럼,
행복을 아낌없이 헌사하는 고귀한 섬김의
예술가들이야말로 결코 가난하지 않다는 것을
은혜롭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천국이 바로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지요...
- 李 忠 植 -
1. 영화 < 바베트의 만찬 - Babette's Feast >
예고편
https://youtu.be/us52Jc4H3jY
2. 영화 < 바베트의 만찬 > 속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 이중창 'La ci darem la
mano'('서로 손을 잡고')
https://youtu.be/oYnf6JYIYns
모차르트가 1787년 작곡한 오페라
< 돈 조반니 , Don Giovanni, K.527 > 의 주인공
돈 지오반니, 혹은 돈 조반니는 돈 후앙(돈 주앙,
Don Juan)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돈 조반니는 어느 결혼식 피로연에서
신부 체를리나를 보고 그녀를 유혹합니다.
매혹적인 2중창 'La ci da rem la mano'를
함께 부르며,
앙큼한 내숭녀 체를리나의 마음은 겉잡을 수 없이
흔들리게 되지요.
돈 조반니는 잘 생긴 외모에 돈 많은 귀족입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체를리나는 불쌍한 신랑 마제토를 버려둔 채,
결혼식날 다른 남자와 달콤한 사랑의 밀어를
부르고 있습니다.
" 저기에서 우린 서로 손을 맞잡게 될거에요
갑시다, 내 사랑 여기에서 떠납시다. ''
이토록 돈 조반니의 유혹은 부드럽고 신사적이죠.
" 이리와요, 나의 아름다운 기쁨이여
당신의 운명을 바꿔주겠소."
게다가 여자의 마음을 빼앗는 시인입니다.
체를리나는 망설이고 뒷걸음치다가 신랑 마제토
얘기까지 꺼내보지만 결국 넘어가고 말지요.
'빨리 가요, 난 더 이상 힘이 없어요
갑시다 내 사랑'
하지만 안타깝게도(?),
희대의 카사노바 돈 조반니의 또 다른 유혹은
그를 찾아나선 전 연인이자 복수심에 불타는
사랑의 훼방꾼 돈나 엘비라가 홀연히 나타나면서
그만 실패로 끝나고 맙니다.
엘비라는 두 사람을 갈라 놓고는 짧지만
극적인 아리아 이 배신자로부터 도망쳐요!
(Ah! fuggi il traditor)'를 부르며,
체를리나에게 이 나쁜 바람둥이에게서
도망치라고 충고하지요.
대중이 '호색한 돈 조반니'를 사랑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오페라 돈 조반니'를 사랑하는
까닭은 분명합니다.
거기엔 직설과 현실 대신 풍자와 환상이 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 바리톤 일데브란도 당칸젤로(Ildebrando D'Arcangelo)
https://youtu.be/a4YjKmsXyds
- 바리톤 브라이언 타펠과 소프라노 홍혜경
https://youtu.be/NqPcb1nKZYg
- English Subtitles
https://youtu.be/iJnJjpMdT3Y
3. 쇼팽의 '라치 다렘 라 마노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2' (Variations on "Là ci darem la mano", Op. 2')
https://youtu.be/AnjXebgNGTI
돈 조반니와 체를리나의 2중창 'La ci darem la mano'('그대 손을 잡고')!
결혼 전 신부도 돈 조반니의 귀족 신분과
저택 앞에 그만 무너져버립니다.
"어마나, 이러시면 안돼요!
아니, 돼요! 돼..."
이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 속 듀엣 곡을
쇼팽이 피아노 곡 으로 변용한 'La ci darem la
mano 변주곡'은
슈만이 '모자를 벗으시오! 여기 천재가
나타났습니다!'라고 소개한 바로 그 곡입니다.
물론 이 단순한 변주곡에서 쇼팽은 그의
천재성을 다 보여주지는 않지요
이른바 '천재성의 떡잎'을 보여주는 셈으로,
모차르트의 달콤한 노래가 마지막에
폴로네이즈로 변주되는 데에서 쇼팽의 민족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4. 영화 < 바베트의 만찬> 중 '필리파의 찬송가'
https://youtu.be/BgdF_D68onU
5. < 바베트의 만찬 > 속 '마을 사람들의 반목과
갈등' 장면
https://youtu.be/iB4XOzely44
6. 영화 < 바베트의 만찬 > 속 '만찬' 장면
https://youtu.be/NBG4mRIg-9M
7. 영화 < 바베트의 만찬 > 속 '로렌스와
마틀린느의 작별' 장면
https://youtu.be/xKuRO1NoNgQ
8. 영화 < 바베트의 만찬 > 피날레 씬
https://youtu.be/vgO9v_7DaB4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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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충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9.09.22 궁정 생활에 익숙한 로렌스 장군은 노르웨이
산골 마을에서 그런 진귀한 요리가 나오는 것에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지만,
늙은 신도들은 자신들의 맹세를 되새기며
묵묵히 수저만 기울일 뿐입니다.
그러나 먹고 마실수록 사람들 사이에는
사랑과 온기가 퍼져나가고, 그들은 놀라운
축복을 경험케 되지요.
소설에서는 이렇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 후에 일어난 일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손님들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마치 수많은 작은 후광들이 하나로 합쳐져
거룩한 광채를 내기라도 한 듯 천상의 빛이
집 안을 가득 메웠다는 것 외에는. -
작성자이충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9.09.22 말수가 적은 노인들은 말문이 틔었고,
수년간 거의 듣지 못했던 귀가 열렸다.
시간은 영원 속으로 녹아들었다.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각, 창문이 황금처럼 빛났고
아름다운 노래가 바깥의 겨울 공기 속으로
흘러나갔다.”
필리파는 한참동안 아무 말도 못하다가
속삭이지요.
“난 알아,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걸.
천국에선 바베트가 하나님께서 지으신 그대로
위대한 예술가로 남을 거야...”
이렇게 말한 필리파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끝맺는 < 바베트의 만찬 > 은,
냉담했던 마을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그들이
잊고 살던 신의 축복을 되새기게 해줄 뿐만
아니라 예술이 삶에서 일으킬 수 있는 기적을
보여줍니다.
-
작성자이충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9.09.22 원작 소설가 이자크 디네센은 1885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났지요.
본명은 카렌 블릭센으로,필명인 이자크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 이삭(‘웃음’이라는 뜻)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28세에 케냐에 거주하는 브로르 폰 블릭센
남작과 결혼해 그곳에서 커피 농장을
일구게 되지요.
이때 영국인 탐험가 데니스 핀치 해튼을 만나게
되지만 화재와 커피 값 폭락으로 농장을 잃고,
안타깝게도 비행기 사고로 연인 데니스까지
잃은 그녀는 뉴욕에서 작가 생활을 시작합니다.
이때 쓰여진 < 아웃 오브 아프리카 > 는
시드니 폴락의 영화로도 제작돼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을 맡았지요. -
작성자이충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9.09.23 영화가 음식을 중심 소재로 삼을 때
그것은 단순히 육체적 배부름이나
건강 보존 이상의 의미를 넘어서서
정신적인, 영적인 것을 지향합니다.
이안 감독의 '음식남녀(Drink, Eat,
Man, Woman, 飮食男女, 1994)'에서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이 전통의 계승을
상징한다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Kamome Diner, 2006)'
에선,
음식을 나누는 것은 '함께 걷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동행', '동반자' 의미를 강조하고
있죠.
그리고 이들 영화들이 주는 정신적 의미를
수용하며 그리스도교의 영성적 의미로까지
확대한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가 바로 < 바베트의 만찬 > 입니다. -
작성자이충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9.09.23 바베트는 '목사→두 자매→바베트' 를
통해 지속해온 희생과 헌신의 의미를
'바베트의 만찬'으로 완성합니다
이처럼 영화 < 바베트의 만찬 > 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음식을 먹는 사람들,
그리고 식탁에 놓인 음식의 의미를
신앙적 차원으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음식, 그리고 그 나눔'과 함께
우리는 분열과 갈등을 넘어선 일치와
화해,
자신을 희생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구한,
'이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는 사랑을
체험케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