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좋은 글

천하에 재수 없는 인간

작성자정동광 안토니오|작성시간26.06.12|조회수32 목록 댓글 0

《천하에 재수 없는 인간》

어느 해 추석날 아침의 일이다.
가족이 모두 모여 명절 상차림으로
거하게 식사를 마친 후에 과일을 먹으며
TV 시청을 했다.
마침 귀엽고 깜찍한 신동들이 나와서
저마다의 놀리운 재능을 펼치는
특집방송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수학 영제부터 악기를 기막히게
잘 다루는 아이, 암기력이 허를
내 두를 만큼 뛰어난 유치원생과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초등학생 등이 나와 재주를 펼치는
모습에 우리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며 빠져들었다.

그때였다.
정신없이 화면을 보고 있던 초등학교
1학년 승민이가 "아빠. 저 아이들은
어떻게 저렇게 잘해요?'라고 묻는다.
평소에는 질문 내용이나 수준에 맞추어
차분하고 냉철하게 설명을 잘해주곤 하던
애 들 애비가, 그날은 홍미로운
프로에 집중하고 있어 그랬을까?
"저런 아이들을 천재라고 하는 거야'라며
다소 냉랭한 말투로 간결하게
답을 해주는데, 순간 뭔가 개운치
않은 기류가 흐르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승민이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진다.
그러더니 대뜸 내 귀에 대고 이렇게 말한다.

할머니, 천재가 뭔지 아세요?
천하에 재수 없는 인간이 바로 천재 예요"
꽤 영특하다고 소문난 승민이의 자존심이
건드려졌나 보다.
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
"우리 승민이도 잘하는 것이 많잖아.
태권도 수준급이지, 야구는 선수급에다가
공부까지 잘하면서 뭘 그래,.
승우는 과학을 좋아하고
줄넘기를 잘하듯이 누구나 뛰어난
부분이 다르단다.
그러니까 부러워할 것 없어'라고
말하면서 아이의 마음도
다독이고 미묘한 분위기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날 이후, '천하에 재수 없는 인간'이라는
비속성을 띤 그 말이 무 손 연유로 뇌리를
떠나지 않고ㅈ자꾸만 서성거리니 모를
일이다.
천재란 '보통 사람들보다 아주 뛰어난
정신 능력이나 재주를 지닌 사람'이 라고
사전에 쓰여있다.
그런데 어린 손자가 입을 삐죽이며
귓속말로 속삭인 '천하에 재수 없는
인간'이란게 혹, 나 같은 이가 아닐까 싶은
생뚱함이 맴을 돈다.
'재수 없다'란 말뜻은 운수 따위가
순탄하지 못하고 나쁜 것이라고
대략들 알고 있지만, 이 말에 더하여'
천하에 재수 없는 인간'이란 말은 웬만하면
피해야 할 경계성 인물이란 의미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탤런트스마트
(Talent Smart)'의 공동 설립자 인
트래비스 브래드베리(Travis Bradberry)
박사가 소개한 나쁜 사람 유형'을
검색해보았다.
유감스럽게도 열 가지 유형 중,
적어도 일곱 가지 조항에 내가 살짝살짝
해당한다는 것에 놀랐다.

■소문을 좋아하는 유형/ 모두 믿지는
않는다지만 풍문을 제법 흥미로워하며
귀를 바짝 기울이곤 하는 것은 사실이다

■신경질적인 유형/
진중하게 참지 못하고 발딱 성질을
내곤 하던 유년의 습성을 이순인 나이에도
버리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피해자 유형/ 나만 손해 보는 거 아닌가,
이해(利害)관계를 따지기도 한다.

■질투하는 유형/ 동성 친구 사이에도 시기
감정이 슬며시 고개를 치켜들어 맘에 없는
발언과 함께 은근히 단점을 들추기도 한다.

■부정적인 유형/ 결코 긍정의 아이콘이라
할 수 없는 성향은 자타 가 인정한다.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악당 유형/
경우마다 다르겠지만 남의 불행을 은근히
고소해 하기도 했다는 거, 아니라고
도리질할 수도 없다.

■오만한 유형/ 중요한 것은 오만함이다.
드러나게 잘난 것도 없으 면서 남을
낮취보고 더러 그를 밝고 스스로 높이
올라가기도 했다.

현명한 이는 역사에서 배우고 어리석은 자는
경험에서 배운다더니.
어딘가 걸리는 부분이 있어 손자의 말에
예사롭지 않은 반응이 나왔 나 보다.
나를 알아야 세상사 바로 보게 되고,
스스로 고치는 것이 어떤 가르침보다
깨달음이 크다고 한다.
그러니 천하에 재수 없는 인간은 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을 키운다.
목줄기에 힘주고 사느라 눈에 들지 않던
옹이 지고 파인 부분까지 도려내고
땜질하며 상당 부분을 개선한다면,
또 다른 천재인 '천하에 재수(財數.
물이나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는 운수) 지닌
인물'이 되지 않을까 하고 기어코 또 내
편을 들고 니선다.

테레사 수녀님은 모든 인간에게서 산을
본다고 하셨다는데 나는 모든 인간이
친구로 보이는 것을 어쩌라.
기대어 의지하고 싶고, 퉁퉁 십술을 부려도
받아주고, 어지럽도록 도리질을 해도
품어줄 것만 같은, 모두가 친구로 보여
그리 살아온 것을.

고로, 나는 천하에 재수 없는 인간임이
틀림없다.

[글쓴이/ 위연실 작가]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