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가 땅을 기고 있다
풀의 허리 머리카락을 잡고 그의 비명을 듣고 있다
사이에 들어 살살 오이를 달랜다
땅이나 기어서 되겠니
하늘에 올라야지
자 봐라
여기로 오르면 하늘에 닿을 수 있어
장대를 꽂아 놓고 하늘 사다리라고 꼬시니
슬슬 호기심이 당기는지 더듬이를 앞세워 머리를 돌린다
오이가 가야 할 길
오이가 지탱하고 자랄 허공의 안식처
여기서 그는 새끼도 줄줄이 낳아 키울 것이다
엉성한 지주 몇 개가 고작이지만 그의 빈손을 잡아주는 사랑의 집이다
허공을 헤맬 때
아니 바닥에서 아무나 움켜 잡고 늘어질 때
누가 덫을 주지 않으려나 해님을 유혹할 춤을 추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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