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전의 필요성 |
| 김명조 법무사(경기북부회) |
요즘 사람들은 몇 천 원짜리 점심을 먹고도 거리낌 없이 신용카드를 내민다. 신용사회가 도래했다는 대표적 표징이다. 신용의 뒤에는 반드시 담보가 있게 마련인데 이렇게 신용카드가 유통될 수 있도록 국가와 카드회사가 제도적 안전장치로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 제도가 정착되어 사회경제를 이끌고 있는 이면에는 약속어음이나 수표 부도의 함정에 걸려든 영세업자, 그리고 아침부터 밤늦도록 진력을 다해 일하고도 삯을 받지 못하는 일꾼들이 속출하고 있다. 서민경제가 무너지고 사회의 안정이 깨지면서 그들의 입지와 형편은 지금 최악으로 추락하고 있다. 재산을 감추거나 채무를 면하기 위해 별별 묘안을 다 짜내는 가해자에 비해 그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을 방법과 수단이 열악하기만 하다. 법치국가에서 무력행사는 금물이므로 그들도 다급한 마음에 우선 보전처분절차를 이용해 보려고 법무사를 찾는다. 도급자가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있는 하도급업자의 기성급을 지불하기 전에 채권의 일부라도 확보하여 피해를 줄이려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지난 시절에 흔히 통용되던 보편적인 절차였다. 그런데 최근 이 절차의 중심에 서서 보전의 필요성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분들이 종종 보인다. 그분들은 소명의 단계를 입증의 수준까지 높여놓고 가시적인 증거를 내놓으라고 다그친다. 그러나 변제불능이나 재산은닉의 혐의를 물리적으로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 하도급자의 속에 들어가서 임금 착취의 혐의를 사진 찍듯 밝힐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채무자가 곧 파산하고 도주한다는 물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사실 왜 보전의 필요성을 소명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는 법무사는 없을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이 입증이 어렵고 까다로울 뿐이다.정말 무모한 가압류, 가처분으로 채무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경우라면 할 말이 없지만 어떤 분들은 보정명령 한 번 내리지 않고 신청을 기각해버린다. 여기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현금을 보증금으로 걸겠다는 사람에게도 예외가 없다. 책상머리에서 어떻게 그리도 예리하게 채무자의 사정을 꿰고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변화무쌍한 사회현상을 천편일률적으로 잘라내는 잣대나 기준이 뭣인지 궁금하다. 보전의 필요성이란 깃발을 들고 그 분들이 거두려는 결실이 무엇일까. 그 분들이 가리키는 손끝만으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별이 쉽지 않다. 그렇게 신청이 기각된 채권자가 후일 본안에서 승소한 뒤 집행할 재산이 없어 피해를 본다면 이것이야말로 주객이 전도되어 사법정의에도 반하는 것이 아닐까. 보전의 필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보전처분의 존재이유를 훼손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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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몇 천 원짜리 점심을 먹고도 거리낌 없이 신용카드를 내민다. 신용사회가 도래했다는 대표적 표징이다. 신용의 뒤에는 반드시 담보가 있게 마련인데 이렇게 신용카드가 유통될 수 있도록 국가와 카드회사가 제도적 안전장치로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 제도가 정착되어 사회경제를 이끌고 있는 이면에는 약속어음이나 수표 부도의 함정에 걸려든 영세업자, 그리고 아침부터 밤늦도록 진력을 다해 일하고도 삯을 받지 못하는 일꾼들이 속출하고 있다. 서민경제가 무너지고 사회의 안정이 깨지면서 그들의 입지와 형편은 지금 최악으로 추락하고 있다. 재산을 감추거나 채무를 면하기 위해 별별 묘안을 다 짜내는 가해자에 비해 그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을 방법과 수단이 열악하기만 하다. 법치국가에서 무력행사는 금물이므로 그들도 다급한 마음에 우선 보전처분절차를 이용해 보려고 법무사를 찾는다. 도급자가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있는 하도급업자의 기성급을 지불하기 전에 채권의 일부라도 확보하여 피해를 줄이려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지난 시절에 흔히 통용되던 보편적인 절차였다. 그런데 최근 이 절차의 중심에 서서 보전의 필요성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분들이 종종 보인다. 그분들은 소명의 단계를 입증의 수준까지 높여놓고 가시적인 증거를 내놓으라고 다그친다. 그러나 변제불능이나 재산은닉의 혐의를 물리적으로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 하도급자의 속에 들어가서 임금 착취의 혐의를 사진 찍듯 밝힐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채무자가 곧 파산하고 도주한다는 물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사실 왜 보전의 필요성을 소명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는 법무사는 없을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이 입증이 어렵고 까다로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