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도 숨이니까.
앙꼬야 오늘도 너를 보면 오빠는 한숨만 나와.
너무 그리워서.
너무 사랑해서.
사람들은 한숨을 나쁜 것으로만 생각해.
답답할 때 나오는 것.
힘들 때 나오는 것.
포기하고 싶을 때 나오는 것.
그래서 한숨을 크게 쉬면 물어봐.
무슨 일 있어? 라고.
괜찮아? 라고.
그런데 지금 오빠 한숨은 그런 게 아니야.
설명하기가 애매해.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니까.
우리는 헤어졌는데도.
근데 이상하게 매일 만나.
같은 공장, 같은 워크스테이션.
아침이면 같은 출근해서 옆에서 일하고,
점심이면 같이 식당에서 밥 먹고,
퇴근때면 같이 펀치아웃 하러 걸어 가고.
근데 너무 멀어.
우리 사이 너무 먼것 같아.
멀리 있어서 그리운 게 아니라,
나는 닿지 못해서 그리운거야.
옆에 있는데 만지지 못하고
말하고 싶은데 피해다니고
오늘 아침도.
아침 인사들 끝나고 각자 자기
자리에 서서 일하기 시작하면
드릴 소리 망치소리 사람들 수다소리가
뒤섞여.
오빠는 장갑 끼고 있고,
앙꼬 너는 저쪽에서 걸어왔어.
어쩐일??
심장이 먼저 반응했지9.
예전엔 늘 오빠한테 오던 사람이니까.
근데 오빠 옆 지나쳐서
뒤에 동료한테 말 걸더라.
오빠는 괜히 장갑 끝만 만지작거렸어.
그럼 그렇치.
별일 아니네.
근데 그런 날은 하루가 유독 길어.
그냥 집에 가고 싶어.
옆에서 함께 일하는게 힘들어.
유닛 건너편에서 네가 웃는 거 보여.
소리는 이미 온 사방에 울리고.
누가 뭘 물어봤나봐.
"아, 그거요? 네, 다 했어요."
고개 조금 뒤로 젖히면서 웃는 거.
나도 모르게 봤어.
그리고 바로 시선 돌렸어.
예전엔 그 웃음 이유를 오빠가 알았는데.
이제 모른다는 게 이상하게 서운해.
한때는 하루에 몇 번씩, 수십번씩 연락했잖아.
오늘 무슨 일 있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별거 아닌 것들을 끝도 없이 주고받았는데.
야한 얘기까지도.
어느 날부터 그 말들이 허락받지
못한 말이 됐어.
예전엔 그냥 사랑이었는데.
이제는 조심해야 하는 말이 됐어.
그게 낯설어.
다 알고 있는데 모르는 척해야 한다는 게.
좋아하는 음식도 알고.
피곤할 때 표정도 알고.
기분 안 좋으면 말수 줄어드는 것도 알고.
근데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가야 해.
같은 공장, 같은 시간인데.
마치 지구 반대편보다 서 있는것 보다도
멀어 보여.
지금 우리 사이
오늘은 더 그렇게 느껴져.
그래서 한숨이 많이 나와.
유닛 앞에서도.
집에 가는 차 안에서도.
신호등에서 백미러로 네 차룬 우연히 알아볼 때도.
근데 오늘 퇴근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한숨도 숨이잖아.
살려고 쉬는 숨.
버티려고 내쉬는 숨.
그리움 안고 하루 견디려고 내보내는 숨.
한숨이 나온다는 건
아직 포기 안 했다는 거고.
아직 보고 싶다는 거고.
아직 사랑한다는 거야.
지금 우리는 다시 만나고 있어.
근데 솔직히 말하면 다 예전 같지는 않아.
매일 얼굴 보고, 일 얘기도 하고,
점심도 먹고, 퇴근도 같이 하고
같이 웃기도 하는데.
너무 멀어.
너의 마음이.
안 느껴져.
안잡혀져.
그래도 괜찮아.
예전엔 한숨만 나왔는데
지금은 가끔 웃을 수 있으니까.
끝난 줄만 알았는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거 알게 됐으니까.
숨도 한 번에 깊어지는 게 아니잖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다시 숨 맞춰가는 중인 것 같아.
숨쉬고 싶어
편하게 숨좀 들이키고 싶어
답답해 마음이.
그래서 오늘도 공장에서 너를 봐.
이런 숨이라도 봐야 쉬어지니깐.
몰래 보면서라도 숨은 쉬어야 되니깐.
예전보다 조금 먼 거리에서.
근데 예전보다 조금 가까운 마음으로.
그때 그 수많은 한숨들은
슬픔이 아니라 그리움이었어.
한숨도 숨이니까.
숨 쉬고 있다는 건 살아 있다는 거고.
살아 있다는 건 아직 사랑할 수 있다는 거야.
사랑은 한 번에 돌아오는 게 아니라
숨처럼 천천히, 쉬다보면 조용히 다시
스며들겠지.
다시 편하게 호흡할수 있겠지
PS.
그때 오빠는 너를 잊고 싶었던 게 아니야.
그리워하지 않고 싶었던 거지.
근데 마음이 말을 안 들었어.
안 보려 할수록 더 보이고,
안 생각하려 할수록 더 생각났지.
그래서 그냥 뒀어.
보고 싶으면 보고 싶은 대로,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그때 한숨들은
사랑을 못 놓아서가 아니라,
사랑이 아직 남아 있어서 나온 거니까.
사랑해 앙꼬야~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