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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수필: 당신 세상에 살고 싶다1 세피아

작성자공장장 커피|작성시간26.06.21|조회수37 목록 댓글 0

당신 세상에서 살고 싶다 1 세피아 (못 본 시간만큼)

앙꼬야,
목요일이야^^
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서 오늘도
우리 앙꼬 만났네^^

이렇게 퇴근길 도로 위에서
작정한다고 늘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근데 요즘 거의 자주 만나 기분이 좋아^^
설레~ 마음이 ㅎㅎㅎ
볼 때마다^^
미쳤나봐 ㅋㅋ

오늘 하루 종일 기계 소리 속에 있었어.
쉬핑에서 유닛에 포장 테이프 감는 소리.
지게차 지나가는 소리.
몇 년째 듣고 있는데도 여전히
내 것이 아닌 소리들이야.
익숙하지가 않아 ㅋㅋ

오빠 이럴 때 딴 생각을 해.
기분 좋은 상상, 생각

결국 네 생각 한다는 말이지 ㅋㅋ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나 언제부터 부산을 좋아하게 된 거지?

분명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야.
오빠는 부산보다 부산 사투리 쓰는
너를 좋아했던 거 알지?

앙꼬 너 센텀에서 자랐잖아.
처음 들었을 때는 그게 얼마나
특별한 이야기인지 몰랐어.

그냥 "아, 부산 사람이구나." 그 정도였지.
근데 시간이 지나고 너를 알아갈수록
내 귀에 들리는 부산이 점점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도시로 변하더라^^
이후에는 같이 살고 싶다로 변하고^^

네 어린 시절을 보낸곳이고,
젊은 날 놀던 시절도 그곳이고,
지나간 남친들 이야기까지 ㅋㅋ
매주 댄스 ㅎㅎ
서면 이야기들.

오빠는 부산 사람도 아니고
센텀도 잘 알지 못해.
서면도 안 가봤어.
근데 이상하게 너한테 들으면 친근해져
오빠 그곳에 가보고 싶어.

네가 지나왔던 그곳의 풍경들을,
동네 분위기들을 직접 가서 느끼고 싶어.
모르겠다. 왜 궁금한 건지 ㅋㅋ
넌 삼청동 안궁금해?
오빠가 그렇게 좋아하는 동네?
삼청동, 익선동, 북촌, 서촌 광장시장
ㅎㅎㅎ
오빠는 궁금해^^
네가 걸어왔던, 살아왔던, 놀아왔던 곳들이.

사랑하면 그 사람이 살았던 흔적들을
직접 걸어보고 느껴보고 싶은 건가봐^^

나는 과거를 이야기할 때
목소리가 조금 달라지거든.

후회는 없어.
만남과 헤어짐 역시도.
전부 추억이니까.
원주 여친의 뒤통수까지도 ㅋㅋ

오빠는 웃으며 얘기하는 걸 좋아해~
앙꼬 너도 그래.
오빠한테 다 말해주잖아^^

오빠는 그런 너의 얘길 듣는 게 좋아^^
네가 살아온 얘기들.
그게 전 남친들 얘기일지라도.
그것도 결국 너의 이야기잖아^^
그리고 지나온 추억이고.

아는 얘기 또 듣고 또 들어도
재미있어 ㅋㅋ
그중 서면 이야기는 더 좋았어.
젊은 날 서면 카페에서 일했다고 했잖아.
거기서 친구들도 자주 만나고,
퇴근하고 거기서 놀기도 했겠지.

그 이야기 할 때마다 오빠 괜히
이것저것 물어봤잖아.

언젠가 우리 진짜 서면 걷게 되면
너의 정신없는 속사포 얘기 꼭 듣고 싶어~

그때 여기 락카페 다녔고 저쪽 락카페,
그리고 나이트장은 여기.
맛집은 저기~ 여기.

다 다니면서 눈으로 귀로 속사포 옛날 얘기
들으며 너랑 투어하듯 걷고 싶다~

너를 놓친 만큼 알고 싶어.
못 본 시간만큼 듣고 싶어.

그때 너 분명히 걷다가 갑자기 멈춰 설 거야.
"왜?"
내가 물으면
네가 건물 하나 가리키겠지.

"여기 근처에서 일했었다."

오빠는 그 건물 볼 거야.
평범한 건물이겠지.
근데 너한테는 아니잖아.

그럼 나한테도 아닌거야 ^^

그 안에는 처음 받은 월급도 있고,
친구들이랑 웃던 저녁도 있고,
젊은 날 네 사랑도 있는 거잖아.

사랑이란 게 그 사람의 지금을
사랑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가 만나지
못했던 시간까지도 그리워하는 것 같아.

이걸 색으로 비유하면 세피아야^^
오빠는 세피아빛으로 너를 보고 싶어.

세피아는 오래된 사진의 색이잖아.
흑백보다 따뜻하고, 컬러보다 조금 바래있는.
오빠가 만나지 못했던 너의 시간들,
서면의 너, 센텀의 너, 젊은 날의 너.
그 흔적들을 오빠는 그대로 모두
사랑하고 싶어.

네 과거까지 전부 다 오빠 거야^^
서면 카페에서 일하던 너도 모르고,
나이트장에서 살짝살짝 리듬에
몸을 흔들던 너도 모르고.
센텀 거리 뛰어다니던 너도 모르고,
밤늦게 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너도 몰라.
지하철 탔니? ㅋㅋ

근데 이상하게 그 시절이 그리워.
네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마치 오빠도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

오빠가 20대 후반에 너를 만났다면
오빠에게 눈길이나 줬을까? ㅋㅋ

부산에 가고 싶어.
바다가 예뻐서가 아니야.
광안대교가 멋져서도 아니고.
그곳에 너의 시간이 있으니까.
네 스무 살이 있고,
네 추억이 있고,
젊은 날 네 웃음이 있으니까.

그리고 솔직히^^
그 시절 앙꼬가 얼마나 예뻤을지
오빠 진짜 궁금하거든 ㅎㅎㅎ

우리 나중에 꼭 뷰가 좋은 부산 아파트에 살자.
영도든 센텀이든 동래든 명지든 화명이든
해운대든 난 상관없어.
네가 마음에 드는 아파트라면^^
앞뒤로 창문 열면 맞바람 들어오고,
멀리서 배 지나가는 소리
들리면 더없이 좋고.

부엌에서 주전자 소리 나면.
오빠는 식빵이랑 커피 내려놓을게.

아침만큼은 항상 오빠가 준비할거야^^
믿고 맡겨줘 ㅋㅋ

"잘 잤나?"
"응."
"허리는 좀 어떻노?"
"괜찮다."
"괜찮기는, 오빠가 어제 너무 과격했지."
"응, 조금. 그래도 좋았어."
"오늘은 부드럽게 해줄게^^"

앙꼬야
오빠는 늘 일일 일 쾌감 줄거야 ㅎㅎㅎ
늦게 만난 만큼 최선을 다해 사랑해줄거야^^
그러니까 저녁 30분은 늘 오빠 거야~
Ok?
여친 쾌감 주는 게 뭐 그렇게 어렵나?
ㅎㅎㅎ
이 자신감 뭐지 ????
교만 봐라 ㅋㅋ
거만 떠는 거 봐라 ㅎㅎ

그런데 앙꼬야 우리 솔직히
음....
너랑 나랑은 그거 너무 잘 맞는 것 같아^^
넌 잘 느끼고~
난 잘 알고^^
중요하지 이런거 ㅎㅎㅎ
잘 맞는 거^^ ♡♡♡

약속할 순 없어.
쾌감은 워낙 복잡한 상황이라~ ㅎㅎㅎ

오빠 알아.
시간은 내 편이 아니라는 걸.
그땐 오빠 허리도 예전 같지 않겠지~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우리 가끔 집 놔두고 차에 가서 하자 ㅎㅎㅎ
왠지 그게 가끔은 마음적으로 익숙할 것 같아
ㅋㅋㅋ 그래서 차는 좀 높고 커야 돼~

식탁에 앉아 아침 창밖 보다가
"앙꼬야 오늘 날씨 좋네."
"좋나?"
"자갈치 갈까?"
"아침에 누가 시장 가노."
"우리는 가지."
"할 일도 없나."
"없지."
그러면서 우린 웃겠지^^

맞아 앙꼬야 젊은 날엔 시간이 없고,
중년이 되면 시간이 많이 생기잖아.
무슨 말인지 알지?

오빠 그 중년의 시간이 전부 너였으면 좋겠어.
잠옷 바람으로 창가에 서서 멍하니 바다 볼 때,
그게 오빠한테는 제일 예쁠 것 같아^^
오빠가 가장 원하는 건
화려한 너의 뭔가가 아니야.
그냥 아침에 오빠 옆에서 눈 뜨고,
저녁에 오빠 옆에서 잠드는 너야.

오빠는 그게 세상을 다 가진 거야^^
그렇게 너의 세상에 살고 싶다~

PS.
세피아라는 색 알아?
오래된 사진처럼 바래고 따뜻한 색이야.
오빠가 찍지 못했던 너의 사진들,
오빠가 없었던 그 시절의 너.
언젠가 부산 가면 그 세피아빛 시간 속으로
오빠가 천천히 걸어 들어갈게.
늦게 왔지만, 이제부터는 오빠가 다 볼게^^
오빠랑도 지나간 추억 공유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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