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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쓸 편지

작성자나 무|작성시간13.11.16|조회수96 목록 댓글 0

      공항에서 쓸 편지

 

       여보,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나 지금 결혼 안식년 휴가 떠나요.
       그날 우리 둘이 나란히 서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하겠다고
       혼인 서약을 한 후
       여기까지 용케 잘 왔어요.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고
       아니 오아시스가 사막을 가졌던가요.
       아무튼 우리는 그 안에다 잔뿌리를 내리고
       가지들도 제법 무성히 키웠어요.
       하지만,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
       병사에게도 휴가가 있고

       노동자에게도 휴식이 있잖아요.

       조용한 학자들 조차도
       재충전을 위해 안식년을 떠나듯이
       이제 내가 나에게 안식년을 줍니다.
       여보,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내가 나를 찾아가지고 올 테니까요.

 

       -------

       오랜만에 책장에서 꺼내 읽게 되었어요.

       친구가 물어봐서 문정희 시인의 '공항에서 쓸 편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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