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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상

집 / 강은진

작성자이명숙|작성시간26.06.05|조회수4 목록 댓글 0



강은진


하루에 두 번 파란 알약을 삼키다가
만져지지 않는 모든 것을 당신이라고 부른다

마주 선 거울과 거울이
끝없는 미로를 서로에게 새겨 넣으면서
조금씩 기억을 잃고 있다

여름마다 주황색 꽃이 피었다가 노랗게 떨어지던 나무가 있는 집 옆으로 빨간, 어쩌면 하얀, 어쩌면 빨갛고 하얀 오토바이가 세워진 작은 우체국이 있고 저녁 여섯 시, 아니, 다섯 시, 해가 지려 할 때, 어쩌면 해가 뜨려 할 때, 뒤꿈치 들어 올리는 소리와 끼이익 나무문 열리는 소리가, 어쩌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하루에 두 번 시동이 켜지던 오토바이
그 위에서 참새처럼 늙어간 배달부

보고 싶었고 보기 싫었고
가고 싶었고 가기 싫었던
나의 창백한 진창

딱딱한 잠자리에 누워 책상 아래 머리를 넣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보는 것이 좋았지만
밥 냄새에 자주 구역질을 하며
나는 거기서 조개껍데기가 자라듯 한 줄씩 얇고 고요하게 자라나
어른이 되기 전에 서둘러 떠났다

어째서 우리는 마주 보며 밥을 먹고 밥상을 엎고
서로 미워하는 방식으로 기억되려 했을까

내 기억은 당신이 낳았던 고아
내게 새겨진 미로에서 개처럼 헤맬 때
당신도 어딘가에 갇혀 있었을까

지금은 쓸모 없어진 우표들만 나뒹구는 텅 빈 방
오래전 죽은 아이들이 뛰놀고

기억을 잃기 위해
어쩌면 기억에 조금씩 더 다가가기 위해
하루에 두 번 파란 알약을 삼켜야 한다


ㅡ사이버문학광장 《문장웹진》 (2026,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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