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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상

오동꽃 / 박은형

작성자이명숙|작성시간26.06.06|조회수17 목록 댓글 0

오동꽃

박은형


채혈하는 동안에는 골몰할 딴생각이 필요합니다

재채기용 꽃가루 총성 세 발이나
허락 없이 구름 도어락을 눌러댔던 어제의 비밀 또한
달가운 딴생각의 후보군입니다만

사흘 내리
그 집 앞 우우우 난 아직 떠날 수 없*던
오동나무를 낙점합니다

휘영청 대낮의 월담을 마친 빈집지기 오동꽃

가지 끝 반쯤 오므린 연보라 손바닥이 수백 개
사방 백 리는 족히 틔울 종소리가 수만 개

빼돌린 정인처럼 꽃은 공중 높이 올라가
도심의 번듯한 청맹과니 빌라촌에
한갓진 봄날을 바치고 있었습니다

악수도 고백도
심드렁한 시절입니다만
나는 빈집지기에게 기린 같은 흠모의 팔을
양껏 뻗어 보았습니다

채혈 양이 많으니 쉬었다 가라는군요

다 지고 사과 씨만치 남은 내 안의 미혹마저
꽃가루 총성 한 발로 못질해 둔다면 혹여,
사나흘 혼곤히,

오동 말쑥한 폐에 들었다 헤어질 수 있을까요


*노랫말


ㅡ사이버문학광장 《문장웹진》 (2026,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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