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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상

기상대 언덕에서 비를 맞다 / 부영우

작성자이명숙|작성시간26.06.12|조회수6 목록 댓글 0

기상대 언덕에서 비를 맞다

부영우


기상대 언덕 계절관측 표준 벚나무
아래에서 사과를 먹다가
잎 사이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았다
비를 피하려고 기상박물관에 들어갔다

박물관을 혼자 구경하며
나라에 가뭄이 드는 까닭이
임금이 분수에 지나쳐서 그렇단 말이나
빗물이 노란 게 불길한 징조가 아니라
송홧가루 탓이란 걸 밝혀낸 일이나
지진계가 민감하니 기상대 마당에서 족구 좀 하지 말라고
누가 소리쳤다는 일을 알았다

지구를 발게 네모 칸으로 쪼개서
지나간 칸의 대기를 분석하면
다음 칸의 날씨를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맨 처음 한 사람의 고생담을 들었다

원래 날씨라는 건 불가사의하고
하늘에서 내리는 상이나 벌 같은 것이었지만
이제는 머리 커진 인간들 스스로가
관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늘님이 지겨워 어느 날 세계를 놓아 버린다고 해도
방정식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가 바라고 기도할 때
하늘을 향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래도 나는

오늘의 하늘을 오래 보며 발견한
태양 주변에 생긴 흰 무지개*에 대해
말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제 몸에 피는 꽃이 세 송이째가 되면은
오늘부터가 벚꽃 핀 날이라고 선언하는
저 계절관측 표준 벚나무처럼
계절이 바뀌고 있으니까 얼른 일어나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나도 지나간 칸을 들추기보다는
오늘의 별을 세느라 목이 휜
사람이 되어갈 것이라 생각하며

꽃잎 신고 고랑을 흘러내리는
빗물에 손을 닦았다

기상대 직원 하나가 손우산을 쓰고
언덕을 올라오고 있었다


* 풍운기(관상감에서 날씨를 관측하여 기록하는 일지) 중에서


ㅡ계간 《詩로 여는 세상》(2026,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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