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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상

홍시 / 김륭

작성자이명숙|작성시간26.06.13|조회수8 목록 댓글 0

홍시

김륭


내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린 건
우연이 아니었다.

암이 아니라
변비 때문에 죽겠다고, 제발
똥 좀 나오게 해달라고 시원하게만 나오면
죽어도 좋겠다고,

나는 암 병동 변기 위에 쪼그리고 앉아
이대로 죽었으면 하고, 애인이 사 온
죽을 먹었다.

그때마다 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를 본 것도 같다. 죽기 딱 좋은 가을이었다.
잠깐이라도 우는 것을 멈추면 너무 익어서
움켜쥘 수도 없는,

어떤 마음은 매달려서 익는 게 아니라
죽기 위해 매달린다.

물끄러미 병실 창밖을 내다보는
애인 그림자 밑에 엎드려 또 울었다. 나는
죽은 마음에 이목구비가 생길 때까지
불을 켰다.


ㅡ시집 『전업 눈사람』(시인의 일요일,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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