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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상

어린이집 / 채길우

작성자이명숙|작성시간26.06.14|조회수6 목록 댓글 0

어린이집

채길우


출산일에 맞춰
싹을 틔우고 심어
일 년간 집안에서 기른
회화나무 씨앗은 무럭무럭
살이 찌고 성장해
이제 화분이 비좁다.

새까만 흙 위로 막 잠 깬
눈동자 같은 떡잎 두 장 겨우
밀어 올린 때가 엊그제인 듯한데
가녀리고 새파랬던 줄기는
목질이 두꺼워지고 시간만큼
어지럽게 뻗쳐나간 가지들에
생각처럼 동그란 잎사귀들이
눈꺼풀을 깜박이며 한껏 맺혔다.

무릎 넘어 허리께까지
높아진 제법 굵은 그루와
곧은 뿌리로 어기적거리며 걷다가
잔가지를 흔들어 반짝이기도 하고
햇살과 빗물이 그리워 자꾸만
밖으로 나가자 보채는 묘목을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하여 우리는
화분을 노지에 옮겨심기로 했다.

감기에 걸리진 않을까
발부리가 서툴러 넘어지거나
다른 나무들의 어깨에 가리어진 채
창백하게 메말라 웃자라진 않을까

삽으로 떠 처음으로 어색한 땅에
발 디디고 목마르지 않게 물 흠뻑 준 다음
새롭게 순을 내 어리둥절한 초록의 눈망울들에 
서서히 눈물이 차오르는 순간의 꼬막손으로
낯선 선생님 앞섶 꼭 움켰다가
버둥거리며 그렁그렁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빛


ㅡ웹진 《같이 가는 기분》 (202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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