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로 수프를 끓이는 저녁
백현
저녁이 일으키는 물결에
가장자리로 밀려난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나를 밀어내고
어스름이 빈손을 턴다
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화분에서 파랗게 올라오는 겨울파의
숨소리를 듣는다
하아 하아 나도 입을 벌리고 숨을 쉰다
낡은 니트를 걸치고
냄비에 물을 끓여
천장으로 수증기를 올려보낸다
끓어오르는 물방울들이 분주하게
기포를 열어
함께 섞여 맛을 우려낼 채소들을 기다린다
아이에게 읽어주던 동화
단추로 끓인 수프를 떠올리고
냄비 속에 단추 하나를 떨어뜨리며
빈속에 따뜻한 수프를 흘려 넣을 생각을 한다
거실을 건너가는
마음 한 줌을 국물 속에 넣는다
대파 한 줄기 수레국화 꽃잎 몇 장
도마 위에서 송송 파 썰리는 소리가
하루를 덮어 준다
ㅡ시집 『단추로 수프를 끓이는 저녁』(202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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