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이 왔어요
강은진
이 동네에는 아직도 생선 트럭이 옵니다
갈치나 오징어를 팔아요
아마도 목요일 어쩌면 수요일
생선이 왔어요, 생선이, 우렁차게 확성기를 울리며
생선이 왔다고요 우리에게 생선이
가차없이
이름처럼 머나먼 빅토리아 케이크 같은 걸 녹여 먹고 있는 오후에도
창틈으로 방충망 사이로 암막 커튼을 들추고 막무가내로
할 말이 있다는 듯
자꾸 생선이 옵니다
일방적으로 온몸을 훑고 가는
이 비린내 나는 다정함
오래 전 그는 내 음식을 먹고 싶다며 자취방에 찾아왔어요
하필 온갖 비린 것들을 넣어서 해물탕을 끓여 줬죠
그는 연신 맛있다고 했지만 반도 먹지 않았어요
몇 번씩 비누로 씻고 맥주로 씻어요
손에서 비린내가 없어지지 않아서
나는 내내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어요
우리는 말없이 눈을 감고 노래를 몇 곡 들은 후 헤어졌지요
비린내 때문이었어요
그랬어야만 해요
내 사랑은 비린 해물탕 같은 거였는데
이름도 멀고 마음도 머나먼 빅토리아 케이크가 되려고
수식어가 설탕처럼 가득 뿌려진 문장들 속에 얼굴을 가둬 놓고
라즈베리 오렌지 바닐라 버터밀크
실은 갈치 오징어 고등어
사라진다는 걸 믿지 않으면서
마치 사라질 수 있을 것처럼
오늘은 목요일, 아니 어쩌면 수요일
지도가 펼쳐지고 길바닥에 주소가 적힙니다
기어코 생선이 옵니다
ㅡ사이버문학광장 《문장웹진》 (2026,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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