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피크*
김도이
스카프가 흘러내리는 밤이었다
텅 빈 겨울을 끌고 오다 미처 버리지 못한 낡은 기분을 고치려고 햇살을 사 왔는데 남아도는 그늘이 덤으로 따라왔지 햇볕이 화사할수록 그늘은 더 짙어졌어 모든 봄은 겨울이 숨겨둔 두려움이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았는데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꿈속에서도 외롭다고 괜찮아 어차피 꽃은 떨어질 텐데, 얼마나 무서웠는지 너는 꽃잎보다 먼저 세상 밖으로 떨어져버렸지
쿵!
카페인 없는 라떼 잔에 띠워둔 심장이 흔들렸지 불면의 밤이 길었거든 그날부터 심장이 쿵쾅거려 너를 피할 곳을 찾아 헤매다 멈춰서면 어김없이 그 자리. 보도블록 틈 사이로 솟아오른 질경이가 핏물을 닦으며 눈물을 흘리던 카페 앞, 한 겨울을 질기게 견뎠는데 그늘 아래 얼음이 이제 막 녹고 있는데 봄은 우두커니 무책임한 방관자 였어
아니,
모른 척 등 떠민 건 아닌지
그걸 따져 묻는데
작년에 추락한 네가 또 떨어지고 있네 여긴 아직 꿈 속 이구나 애도하는 쿠션을 깔아놓고 두근두근 떨어지려는 봄을 받치고 날씨가 속수무책 그 광경을 복기하고 계절을 속여도 불안을 부추기며 꽃들이 함부로 피어났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자살률이 치솟는 현상
ㅡ계간 《시와소금》(202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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