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강한 거절
우대식
군에 갈 무렵 간현에서 내려 10리 길을 걸어 큰댁에 들어갔다 하루 몇 번 드문드문 다니는 버스가 있기 하였지만 더러 얼굴을 알아보고 아버지 안부를 묻고 넌지시 보내는 연민의 눈길을 참을 수 없었다 비가 내리는 7월의 산길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큰댁에 들어가 펌프에 물을 올려 씻고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어디로 가냐 춘천이요 느 아버지는 괜찮으세요 몸조심해라 예 밥을 한 끼 먹고 다시 집을 나와 간현 방향으로 걸음을 옮길 때 멀리서 큰어머니께서 쫒아오며 손짓을 하셨다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갔을 때 마늘 몇 접을 주시며 가져가라고 하셨다 그리고 옆집 아제가 원주시내에 나가니 그 차를 타고가라고 하셨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짐칸에 앉아 원주역에 도착했을 때 나는 트럭에서 뛰어내려 아제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아제가 군에 가서 몸조심하라고 일러주고 차가 떠날 때 일부러 마늘을 내리지 않았다 원주역, 청량리역을 거쳐 비 맞은 마늘을 들고 집으로 간다는 것은 어린 나이지만 내 모든 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처럼 보였다 사소하지만 완강한 거절 30년도 더 지난 지금 마늘을 볼 때마다 두고 온 내 청년을 생각한다 슬픔과 자존이 뒤섞여 하루바삐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던 시절 마늘 두어 접을 들고 청량리 역 시계탑 앞에 서있던 쓰리고 아픈 내 청년
《서정과현실》2018. 하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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